▲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 | ||
수캉아지 ‘준이’와 암캉아지 ‘라나’를 키우는 선배 A가 경험한 강아지 연애사. 발정이 난 준이가 틈만 나면 A의 다리를 잡고 늘어지는 횟수가 잦아지자 A는 준이를 교배시키겠노라 결심했다. 적당한 암캉아지를 찾기 위해 인터넷에서 강아지 교배 관련 사이트를 보던 A는 이상징후를 발견했다. 교배를 신청한 강아지는 모두 수캉아지로, 어느 사이트를 뒤져도 교배를 원하는 암캉아지는 한 마리도 없었던 것. 알고 보니, 강아지를 교배시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캉아지는 교배 시기가 오면 아무 다리나 붙잡고 허리를 돌려댔지만 암캉아지는 마음에 드는 수캉아지가 나타나지 않으면 교배하지 않는 것. 나는 A에게 물었다. “라나와 교배시키면 안 되느냐”고 말이다. 그런데 A에 따르면, 준이가 서열상 라나의 아래이기 때문에 교배가 어렵다고 했다. “준이가 아무리 애교를 부리면서 몸을 비비고 다가가도 라나는 으르렁대기만 하고 꿈쩍도 안하는 거야. 강아지도 인간이랑 비슷하더라. 라나 눈에는 준이가 남자로 안 보이는 거야. 그런데 준이가 강간을 하려고 하니 펄쩍 뛸 일이겠지.” 나는 준이와 라나의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마치 껄떡대는 연하남과 콧방귀 뀌는 노처녀의 연애사를 듣는 듯했다.
강아지와 달리 여자는 연하남을 더 좋아하지 않느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할 만큼 해본 여자들은 연하남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잘 생기고 체격도 좋은 연하남이 섹스도 잘한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여자는 못하는 연하남보다는 잘하는 아저씨를 더 좋아한다. 주변에서 내가 네 살 어린 연하남에게 섹스 제안을 받았다고 하면 “좋겠다”고 감탄하고, 열 살이나 많은 중년의 ‘돌싱남’에게 섹스 제안을 받았다고 하면 “징그럽지 않았어?”라고 눈살을 찌푸린다.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가 당연히 나이 든 남자와의 섹스보다 잘 생기고 체력 좋은 연하남과의 섹스를 선호한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연하남보다 ‘돌싱남’에게 더 섹시함을 느꼈다면? 사실이었다. 이 나이쯤 되니 “내일 아침에 일찍 나가요?”라며 스케줄을 체크하고, “내가 오늘 집에 가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라고 여자의 마음을 떠보고, 스킨십도 하는 둥 마는 둥 나를 조심스럽게 다루는 연하남의 섹스 신호가 지루하기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열 살 연상의 아티스트는 달랐다. 일단 손으로 허리와 허벅지부터 감싸고 들어왔다. 너무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깜짝 놀란 내가 그의 손으로 은근히 치워내자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원래 허벅지 만지를 것을 좋아해”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성희롱일 수도 있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그의 손을 밀어낸 내가 오히려 민망해졌을 정도로 담담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집에 가서 잘래?”라고 제안했다. 첫 만남에 너무 들이대는 그에게 나는 “에이, 왜 이러세요”라고 맞받아칠 수밖에. 그러자 그는 “섹스하자는 거 아니야. 그냥 꼭 안고 자자는 거지”라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나는 그를 믿고 따라갈 뻔했다.
물론 나이의 문제는 아니다. 남자의 소극적인 제안은 여자를 김새게 만든다. 여자의 반응을 떠보려고 여자의 허벅지를 스치듯 여러 번 터치하는 것보다 여자의 허벅지를 꽉 쥐는 것이 더 자극적이다. 남자의 강한 터치에 이전에 생각지도 않았던 성욕이 생기는 수도 있는 것이다. 후배 B는 말했다. “언젠가부터 어린 남자들이 재미가 없어요. 여자를 리드하는 기술이 없거든요. ‘하자’는 말도 어쩌면 그리 못하는지. 답답해진 내가 그를 모텔로 끌고 간 적도 있다니까요. 제발 ‘해도 돼?’라는 말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섹스를 시작하면 또 얼마나 내 눈치를 보는지.
‘누나가 잘하니까 리드해주세요’라고 말한 연하남도 있다니까요.” ‘누나가 리드해주세요’라는 말은 나 역시 들었던 말이었다. 그때 나는 얼마나 황당했던가. 대체 어디까지 그를 리드해야 하나 분간이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바라는 것이 많은 남자와의 섹스는 여자를 피곤하게 한다. “누나, 허리 좀 들어주세요” “누나, 후배위로 하면 안돼요?” “누나, 아까 그거 한 번 더 해주세요” 등등 뭐가 그리 주문이 많은지, 이들과 섹스를 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아무 말 없이 척척 해내던 나이 든 남자들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연하남과의 섹스를 두고 흔히 ‘가르치는 맛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못하는 남자를 리드하면서까지 섹스를 하고 싶은 여자는 흔치 않다. 상대가 월드스타 ‘비’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여자는 남자의 일방통행을 질색한다. 하지만 남자의 강한 리드는 때때로 여자를 흥분시킨다. 여자는 ‘하고 싶다’고 여자의 눈치를 살피는 남자보다는 ‘하자’고 제안하는 남자와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해지니까. 언젠가부터 섹스를 거부당하는 당신이라면 곰곰이 생각해보라. 경험 없는 연하남처럼 그녀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를.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