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버릇이 있어 잔소리를 자주 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날도 점심식사를 했던 식당에 두고 나온 장갑을 다시 찾으러 가는 길에 두 사람은 말다툼을 했다. 마침 식당에서 장갑을 보관하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식당을 나오면서 그녀는 짜증을 내는 그에게 대놓고 물었다. “시간만 조금 걸렸을 뿐이고, 결국 장갑을 찾았잖아. 나한테 그만한 시간 내는 일도 아까워?”
그는 시간이 아까워서 화를 낸 건 아니었다. 애인이 물건을 잃어버리는 버릇을 고치지 않다가 나중에 큰 낭패를 볼까봐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를 돌이켜보라. 그녀의 어여쁜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던 그 때라면 그렇게 감정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애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애인의 작은 실수에 대해 관대해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칼슨 박사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어떤 점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가”라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대부분 짜증나게 하는 애인의 습관이나 별난 성질 같은 것들을 얘기했다고 한다. 많은 응답자들은 “상대가 이 버릇만 고친다면 우리 사이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애인의 문제점’이란 것들이 대부분 사소한 습관이나 버릇이었다고 한다. 결국 사소한 문제인데도 자꾸만 신경을 쓰다 보니 점점 예민해지면서 ‘이 점만큼은 애인이 꼭 고쳐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흘러가게 되고, 별것도 아닌 버릇이나 습관이 어느새 아주 심각한 문제처럼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 애인은 항상 ‘서시’같이 보인다
아는 사람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집주인은 나에게 “윗집에서 피아노 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고 물었다. 귀를 쫑긋하고 들어봐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집주인은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윗집과 소음문제로 한 번 다툰 후에는 자꾸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남녀관계도 마찬가지다. 일단 ‘문제 있다’고 생각하고 신경을 자꾸 쓰게 되면 결국 작은 것도 큰 문제가 되면서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땐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불을 잘 안 끈다거나 뭘 잘 잃어버리는 것이 불만일 수도 있겠지만 애인의 문제점이 겨우 그 정도에 그친다는 게 오히려 다행 아닐까.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거나 성격이 안 맞는 것이었다면 얼마나 큰일이었을까. 상대에게 불만을 갖는 이유가 사소한 것이라면 그것은 그 정도밖에 결점이 없는 상대를 사랑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사랑하는 사람 눈에 애인은 항상 서시(중국 고사에 나오는 미인)같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그녀)가 최고다’는 생각이 두 사람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법이다. 상대에게서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나치게 기대하지 말라. 당신에겐 그러한 능력이 있는지를 먼저 돌이켜보라.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