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최강 로맨스> | ||
산부인과에 자궁 건강검진을 하러 갔다가 일명 ‘이쁜이 수술’이라 불리는 질 성형 판정을 받은 유부녀 A의 이야기. 평소 남편과 섹스를 할 때마다 성교통을 앓았던 A에게 의사가 “이쁜이 수술을 받으셔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질이 늘어져 있는데, 남편이 불평 안하세요?”라고 물었던 것.
A는 의사의 진단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남편이 삽입을 할 때마다 그녀는 너무나 아팠기 때문이다. ‘처녀도 아닌데 왜 섹스가 익숙해지지가 않지?’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A가 펄쩍 뛰자 의사는 “심리적인 문제일 뿐이에요. 현재 질의 탄력으로 봤을 때 삽입 시 아플 리가 없습니다”라고 딱 잘라서 답했다. 그날 밤 A는 남편 B에게 물었다. “당신, 불만스러웠어?” 그런데 남편 B의 대답이 예술이었다. “아니야”가 아니라 “난 괜찮아”라고 했다던가. “당신은 섹스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라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제야 A는 자신의 질 입구가 더 이상 좁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가 성교통을 앓았던 이유는 출산 후부터 애액이 잘 나오지 않는 체질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A도 섹스를 할 때마다 아팠겠지만, 그녀의 질이 늘어진 데다가 뻑뻑하기까지 하니 남편은 또 얼마나 고역이었을까.
그날 이후 A는 질 성형 수술을 받지 않았지만, 러브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섹스 트러블은 말끔히 사라졌다.
섹스 트러블은 때로 오해에서 시작된다. ‘내 여자친구는 애액이 잘 나오는데도 아프다고 하던데?’라고 오해하는 남자도 있다.
아마 남자는 키스와 애무, 페팅 등 전희를 하는 동안 여자의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보고는 ‘아, 흠뻑 젖었네. 이 여자 되게 흥분했나봐’라며 안심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남자가 삽입하는 순간 애액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아는지? 나는 그의 키스에 애액이 분비되었다가, 그가 전희를 하는 동안 애액이 다 말라버린 적도 있었다. 그가 내 성감대를 못 찾았기 때문이다.
내가 성교통에 몸살을 앓았던 것이 그때만은 아니었다. 20대 초반, 그때만 해도 경험이 별로 없던 나는 그와 섹스를 할 때마다 어딘가 불편함을 느꼈다. 애액도 충분히 분비되었고 그의 애무도 꽤 만족스러웠는데, 그가 삽입만 했다하면 아팠던 것이다. ‘섹스에 익숙해지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당시 내 성교통의 원인은 경험 부족이 아니라, 그와 내가 신체적 속궁합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니까. 그는 페니스가 긴 편이었고, 나는 질이 짧은 편이었다. 섹스를 할 때마다 그의 긴 페니스가 나를 아프게 찔렀던 것.
그와의 섹스에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눈치 챈 그는 더 ‘세게, 깊게, 오래’에 집착했는데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나는 그가 후배위나 여성상위로 리드할 때마다 바늘에 찔린 것처럼 따끔따끔 아팠다.
물론 그때는 내 성교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도, 나도 몰랐다. 만약 그가 내 고통을 눈치채고 후배위나 여성상위 대신 페니스가 내 안으로 좀 덜 깊게 들어오는 정상위 위주의 체위로 나를 리드했다면, 나는 그와의 섹스가 좀 더 즐겁지 않았을까.
속궁합이 맞지 않는 커플은 섹스 트러블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두 사람이 섹스 트러블의 원인을 오해하는 데 있다.
최근 남자친구와의 섹스 트러블로 고민하던 B도 “나는 G스폿이 없나봐. 그가 아무리 깊게 들어와도, 좌로 세 번, 우로 세 번 자극을 해도 나는 별 느낌이 없어. 그는 섹스를 오래하려고 장어까지 먹는다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나는 커닐링구스가 더 좋은데”라고 털어놓았다.
B는 삽입 섹스보다 커닐링구스에 오르가슴을 느끼는 타입이었다.
클리토리스 자극에 민감했던 B가 가장 좋아하는 체위는 69체위였는데, B의 남자친구는 그것도 모르고 정상위-후배위-입위-가위 체위 등 각종 체위로 그녀를 만족시키려 했으니, 여자가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었겠나.
섹스 트러블의 원인은 전혀 엉뚱한 곳에 있을 수 있다.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여자친구에게 “심리적인 문제야.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면서 문제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지만 같은 상대와 10번 이상 섹스를 하면서 똑같은 섹스 트러블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심리적인 문제는 아닐 확률이 높다.
또한 섹스 트러블의 원인이 여자의 심리가 원인이라면, 그 원인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자친구 혹은 남편에게 섹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다고 느끼는 여자가 오르가슴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는가.
이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섹스 트러블을 해결하려면, 적어도 둘 사이에 섹스 트러블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그 원인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왜 안 맞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 섹스 트러블의 원인을 오해하지 않는 첫 걸음이다.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