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에 묶여 강제로 팔리는 과자들.
최근 개봉해 인기를 끌고 있어 구하기 어려운 영화 <인터스텔라>의 아이맥스 표와 허니버터칩을 조합해 만든 농담이다. 요즘 동네 편의점 문 앞에는 ‘허니버터칩 품절’이라고 써 붙여 놓은 곳이 적지 않다. 허니버터칩 재고 여부를 묻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 편의점 점주들이 업무를 할 수가 없을 지경이기 때문이다.
허니버터칩은 기존 감자 과자의 짠 맛 일색에서 탈피하기 위해 단 맛을 첨가하면서 대박이 났다. 허니버터칩을 먹어본 30대 직장인은 “처음 먹었을 때는 이게 그렇게 인기를 끌 만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몇 개 집어먹어보면서 인기의 이유를 알았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먹을수록 독특한 맛이 난다는 것이다.
허니버터칩을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파악하기 위해 지난 11월 26~27일 2일간 기자가 직접 서울 시청 인근과 성남 수정구의 마트, 동네슈퍼, 편의점 20여 곳을 돌았지만 실제 살 수 있는 매장은 단 두 곳뿐이었다. 일반 편의점보다는 동네슈퍼 쪽이 가능성이 좀 더 높았다. 그나마 허니버터칩을 살 수 있는 두 곳 모두 한 봉지씩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한 동네슈퍼 주인은 “요즘 그게 인기긴 한가보다. 깔면 눈 깜짝할 새 다 나가고 새로 발주를 넣는 것도 1박스씩밖에 할 수 없을뿐더러 언제 들어올지 아무도 모른다”고 밝혔다.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자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이 허니버터칩을 사재기해 중고거래사이트에서 웃돈을 주고 팔거나 편의점이나 슈퍼에서는 숨겨두고 아는 사람에게만 파는 것이다. 또한 허니버터칩을 파는 해태제과도 과자 인기에 편승해 자사 과자 끼워팔기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허니버터칩을 살 수 있는 곳을 사방으로 수소문하다 문자를 한 통 받기도 했다. 구석진 곳에 있는 한 독립편의점에서는 허니버터칩을 진열해두지 않고 점주에게 직접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면 카운터 밑에서 꺼내준다는 이야기였다. 실제 그곳을 방문해 들은 그대로 하자 해당 편의점 점주는 “이거 원래 부탁받고 숨겨 놓았던 건데”라며 다른 해태제과 제품과 묶인 허니버터칩을 내밀었다.
최근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자 일부 매장에서는 이렇게 허니버터칩만 살 수 없도록 다른 제품을 묶어 세트 판매를 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허니버터칩의 인기를 이용한 마케팅을 ‘인질마케팅’이라고 부른다. 허니버터칩을 인질로 잡고 다른 과자까지 판다는 뜻이다.
앞서의 편의점 점주도 “허니버터칩을 찾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을 쓰지만 고민은 있다”며 “사람들이 욕하는 것을 알면서도 워낙 잘 팔리니 미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판매하는 것은 해당 유통업체에서 진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조업체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허니버터칩의 물량이 이 정도로 달리는 이유는 해태제과가 ‘제2의 꼬꼬면’이 될까 두려워 생산설비 증설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얀 국물 라면의 시초인 팔도 ‘꼬꼬면’은 보름 만에 350만 봉지가 팔려나가는 ‘대박’을 쳤다. 이 기세가 멈추기는커녕 점점 빨라져 급기야 168일 만에 1억 개 판매를 달성했다. 1초당 7개가 팔리는 속도였다. 이에 팔도는 급히 생산라인을 증설했지만 꼬꼬면이 급속도로 인기를 잃어가면서 부메랑을 맞게 됐다. 이를 지켜본 해태제과가 쉽사리 생산라인을 증설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현재 24시간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라인 증설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허니버터칩은 원재료 함유량에 관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허니버터칩은 프랑스산 고메버터와 아카시 벌꿀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상 함유량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허니버터칩의 성분표시를 보면 국내산 아카시 꿀이 0.01%, 프랑스산 고메버터가 0.01% 함유돼 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제조업체에서 0.01% 들어간 발효버터와 아카시 꿀로 맛을 낸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광고를 하는 게 문제”고 지적했다. 반면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본적으로 감자칩인 줄 다 아는데 꿀이나 버터가 1g에 못 미치게 들어갔다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경쟁제품 양파포카칩에는 양파가 몇 그램이나 들어갔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고메버터와 아카시 벌꿀은 첨가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태제과는 지난 18일 출시 109일을 맞은 허니버터집의 매출이 103억, 850만 봉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더 이상의 생산라인의 증설이 없고 최소한 전국민이 1인 당 한 봉지씩은 먹어봐야 이 열풍이 가라앉는다고 가정한다면 앞으로 1년 3개월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한 셈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도 “앞으로 이 인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