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행복> | ||
최근 속궁합이 맞는 남자와의 섹스에 중독된 A의 경험담. ‘섹스가 이렇게 즐거울 수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와의 섹스를 탐닉하던 A는 어느 날 문득 두려워졌다. ‘매일 이렇게 섹스 하다가 혹시 질리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것. 아무리 서로를 사랑하는 커플이라도 ‘잦은 섹스는 권태기를 부른다’는 측근의 조언을 들으면서 ‘섹스 횟수를 좀 줄여야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 그러나 속궁합이 찰떡궁합인 커플의 육욕을 어느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A와 그의 남자친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서 섹스를 즐겼다. 다행히도 A의 걱정은 기우였다. 그를 만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는데도 A는 그와의 섹스가 전혀 지겹지 않았고, 오히려 그가 피곤해서 잠에 곯아떨어지는 날이면 애걸복걸하는 심정이 되었던 것이다. 언젠가는 ‘그가 혹시 깨지 않을까?’를 상상하며 뜬 눈으로 밤을 샌 적도 있다나. 그와의 섹스에 중독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신기한 것은 A가 속궁합이 맞는 남자를 만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사실. 얼마 전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섹스 라이프에도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무엇이 그토록 A를 안달하게 만들었을까? 흥미롭게도 A가 반한 것은 그의 혀였다. “그는 혀 놀림이 완전히 달라요. 그가 귓불을 애무를 해주거나 커닐링구스를 해주면 흥분되는 정도가 아니라 미칠 것 같거든요. 그곳이 너무 뜨거워져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니까요. 그가 애무할 때마다 제가 너무 몸서리를 쳐서 섹스를 하고나면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예요”라고 말한다. A의 말을 들으니, 나는 일명 ‘섹스 왕자님’이라 불렸던 카사노바 B의 말이 떠올랐다. ‘에브리데이 뉴 섹스’를 자랑하던 B는 “혀가 페니스보다 강할걸? 뜨겁고 촉촉한 혀가 너의 성감대에 닿는다고 생각해봐. 상상만 해도 몸이 뜨거워지지 않아? 혀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탐할 수 있고, 페니스는 직선으로 삽입할 수밖에 없지만 혀는 방향 조절, 강약 조절, 속도 조절이 자유로우니까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지. 사실 피스톤을 빠르게 했다가 느리게, 강하게 했다가 부드럽게 바꾸려고 해도 전환이 쉽게 안 되잖아. 그런데 혀는 속도를 빠르게 전환할 수 있으니까. 사실 내가 여자의 성감대를 지속적으로 강하게 자극하면 여자는 좋아하면서도 금세 그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지만, 내가 혀로 강약을 반복적으로 빠르게 전환시키면서 자극하면 여자는 거의 울 것처럼 좋아하거든”이라고 말했던 것. 남자친구의 촉촉한 혀가 내 귓불과 가슴, 배꼽을 훑어 내려가는 것을 상상하면서, 나 역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 역시 내 남자의 혀 놀림에 몸을 꼬았던 적이 많았으니까.
여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체위에 집중하는 남자가 의외로 많다. 체위의 변화는 삽입의 각도, 깊이, 방향을 조절해 G스폿을 찾아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삽입 섹스에서 오르가슴을 못 느끼는 커플이라면 체위를 다양하게 바꾸면서 G스폿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여자의 G스폿을 찾았다면, 그때부터 체위의 변주는 그저 섹스 중 교감을 즐기는 과정일 뿐이다. 체위의 변화는 그가 얼마나 깊게 들어오는가, 어디를 자극하는가, 얼마나 부드럽게 들어오는가를 좌우할 뿐, “솔직히 체위를 변화시켜도 자극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여자가 더 많으니까. 남자가 아무리 다양한 체위를 구사한다고 해도, ‘여기다!’ 하는 체위가 아닐 때에 여자는 이 체위나 저 체위나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혀를 이용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똑같은 성감대에도 거기에 입김만 불어넣느냐, 혀가 닿을 듯 말 듯 자극하느냐, 촉촉한 혀를 돌리면서 부드럽게 애무하느냐, 창처럼 혀의 날을 세워서 강하게 찌르느냐, 혀를 내밀었다 넣었다 낼름낼름 빠르게 움직이느냐, 그리고 혀로 톡 치듯이 짧게 자극하느냐 등 혀를 어느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느냐 따라 여자가 느끼는 흥분의 강도는 달라진다. 남자가 삽입 섹스에 집중하는 열정의 50%만 애무에 투자한다면 여자는 훨씬 더 빠르고, 강하게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
이미 조언한 바 있지 않은가. 섹스의 최고 기술은 상대에게 집중해서 여자의 신호를 잘 읽어내는 것이라고.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뜨거운 입김과 촉촉한 혀로 귓불을 애무할 때, 배꼽 주변을 혀로 살살 굴리다가 강하게 흡입할 때, 그리고 커닐링구스를 하면서 혀를 뾰족하게 만들어 내음부로 들이밀 때 흥분하지 않는 여자는 없다는 사실이다.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