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여성 L 씨(27)는 소개팅에서 한 남성을 만난 후 서로를 점점 알아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마음이 잘 통하는 편이었다. 모처럼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를 만났다 싶었던 L 씨는 조심스럽게 그와의 미래를 그려볼 정도로 마음이 들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성친구를 사귄 과거 경험을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 숨기는 L 씨와는 달리 상대는 예전에 사귀던 여성들을 만났던 장소부터 헤어질 때의 상황까지 구구절절 모든 것을 말해 L 씨를 놀라게 했다. 그는 이렇게 털어놓아야 나중에 오해가 없다고 했지만 L 씨는 과거 연애사의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고 있는 그를 보며 과거의 애인을 잊지 못하는 것 같아 기분이 영 좋지 않다. L 씨는 그를 계속 만나도 되는 것일까.
♥ 만나지 말라 62%, 만나라 38%
215명의 남녀에게 L 씨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물어 보았다. ‘안 만나는 게 좋겠다’는 답변이 62%, ‘계속 만나도 괜찮겠다’는 답변이 38%로 나왔다. “아무리 솔직하다고 해도 연애사는 만남 초기에 나눌 얘기가 아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다”는 것이 공통된 반대 이유였다. 반면 만남을 찬성하는 응답자들은 대부분 “과거사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과거를 극복했다는 증거”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 과거 없는 상대 원하는 것은 갈등의 씨앗
만남 초기라면 상대에게 잘 보이는 것이 급선무인데, 자신의 연애사를 얘기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다소 벗어난 행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가 편하고, 이해해 줄 거라 믿는다면 이미 지나간 연애 스토리를 입에 올리는 게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 같은 자유연애 시대에 ‘과거 없는’ 상대를 원하는 것 자체가 갈등의 소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사람 사는 이치는 다 똑같다. 내가 과거에 연애를 했다면 상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플레이보이’일수록 순결한 여성을 좋아하는 심리가 있다지만, 자기는 놀만큼 놀았으면서 상대에게 자신이 첫 남자이기를 바란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양심 불량’이다.
♥ 과거사는 판도라의 상자, 확신 있다면 쿨해지자
상대의 과거, 나의 과거에 대해 좀 더 ‘쿨’해지자. 자신의 과거를 말하는 상대에 대해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고, 이번만큼은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해해주자. 내 과거를 숨기기가 찜찜하다면 솔직하게 밝히자.
그러나 상대의 연애경험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과거 없는’ 사람은 상대의 과거를 이해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만 밝히는 것이 좋다.
남녀관계에서 연애사는 판도라의 상자와 비슷하다. 상자가 열렸을 때 슬픔 질병 증오 시기 등 온갖 악이 쏟아져 나왔듯 연인의 과거는 평지풍파를 일으킬 우려도 있다. 하지만 기억하라. 판도라의 상자 맨 밑에는 ‘희망’이 있었다는 것을. 두 사람의 사랑이 견고하다면 예전에 누굴 만났든 “까짓…” 하면서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좋은만남 이웅진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