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내 사랑> | ||
남자들은 묻는다. 여자는 진짜 부드러운 애무에도 흥분이 되냐고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yes’다. 손가락의 파워는 생각보다 강하다. 사실 첫 데이트, 첫 섹스에서 여자를 자극한답시고 여자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남자보다는 손가락으로 가슴선을 따라서 부드럽게 애무하다가 유두를 지긋이 자극하는 남자가 훨씬 더 로맨틱하지 않겠나. 남자가 다짜고짜 여자의 가슴을 강하게 잡으면 여자에게 “아파! 살살 좀 해!”라는 핀잔을 듣게 되지만, 여자의 가슴 주변을 약하게, 오랫동안 애무하면 여자는 은근히 안달이 난다. 페니스 삽입을 하지 않고 커닐링구스를 하는 남자에게 안달이 난 여자가 “이제 그만 들어와”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아오지 않았나. 가슴 주변을 약하게, 오랫동안 애무하면 여자는 감각 촉수가 바짝 서 약한 터치에도 민감해진다. 이때 강하게 애무하면 평소보다 더 강하게 느끼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커닐링구스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허벅지부터 손가락으로 애무하다가 버자이너와 클리토리스를 손가락 끝으로 닿을락 말락 애무를 하면 여자는 머리까지 쭈뼛 서는 듯한 흥분을 느끼게 된다. 이런 흥분감을 느낀 후에 남자가 강한 애무를 해주면 오르가슴에 이르지 않을 수 없다.
부드럽게 시작해서 강하게, 주변부에서 시작해서 중심부로, 클리토리스는 아래에서 위로. 이것이 여자에게 통하는 애무의 법칙이다. 그런데 어디를, 어떻게 애무해야 여자가 제대로 흥분할 수 있을까. ‘애무’라고 하면 남자는 흔히 가슴, 귓불, 클리토리스, 엉덩이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여자가 가장 감정적으로 흥분하는 신체 부위는 얼굴이다. 키스를 하면서 가슴을 만지는 남자보다는 눈꺼풀, 입술을 만져주는 남자에 쉽게 흥분하는 것. 사랑받고 있다는 감동은 여자를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는 키스의 달인이었다. 내 입술을 애무하는 테크닉도 뛰어났지만, 내 혀를 강하게 빨아들였다 슬쩍 놓아주는 강약의 리듬도 나를 강하게 자극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나를 흥분시켰던 것은 그의 핑거 테크닉이었다. 그는 손가락 애무의 달인이었다. 키스를 할 때 그는 감은 내 두 눈의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나를 애무했다. 그의 손은 언제나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내 얼굴선을 따라 내려오거나, 심지어 키스를 하러 다가오면서 내 입술을 만지고 있었다. 내 가슴을 입으로 애무하면서 내 입에 자신의 손가락을 집어넣은 적도 있다. 그만큼 그는 키스부터 섹스까지 손을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나는 그가 삽입할 때보다 그의 손이 내 입으로 들어올 때 더 짜릿하고, 때로는 부끄러웠다는 사실이다. 그가 내 손을 자기 입에 가지고 갈 때도 있었는데, 그때 나는 그가 내 가슴을 움켜쥔 것처럼 흥분했던가. 그가 나를 뒤에서 안으면서 나를 서서히 애무할 때 내가 이미 오르가슴에 이르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절정에 이른 나는 그가 다시 한 번 내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바랐다.
“난 남자가 삽입만 했다 하면 그 즉시 손을 안 쓰는 게 제일 얄미워”라고 말한 후배 C는 남자친구의 애무 테크닉을 비난했다.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건 커닐링구스를 하면서 손가락 두 개로 내 버자이너를 찌르는 거야. 커닐링구스를 할 때마다 손가락으로 나를 찌르는데, 난 아프기만 하고 전혀 좋지가 않다니까”라고 말했던 것. 사실 커닐링구스를 하면서 손가락을 집어넣는 행위를 싫어하는 여자가 의외로 많다. ‘페니스가 들어와도 만족이 될까 말까 한 판에 손가락 두 개가 웬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런데 남자가 손가락을 넣고 G스폿을 찾아내어 자극한다면? 손가락을 넣을 때만 해도 심드렁하던 여자가 손가락의 어느 자극에 움찔 몸을 움직인다면, 바로 그곳이 G스폿일 확률이 높다. 이 G스폿을 찾아내면 손가락 애무는 손가락 두 개를 넣고 찌르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진다. 손가락을 하나만 넣더라도 손가락 마디를 구부려 질 내부를 다양하게 자극하고 G스폿을 자극할 수 있다면, 여자가 손가락 애무를 싫어할 리가 없지 않겠나.
섹스를 할 때는, 특히 애무를 할 때만큼은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다. 여자는 조금 강하고 빠르게, 남자는 조금 약하고 느리게 상대의 몸을 탐하면서 상대의 반응에 따라 적절한 타이밍에 강하게 자극해야만 동시에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남녀 모두 서로의 페이스에 맞춰주는 것. 남자들이여, 일단 기다리라. 손가락으로 상대의 몸에 닿을락 말락 뜸을 들이면서 여자 입에서 탄성이 슬며시 터져 나올 때까지는 일단 기다려야 한다. 신음소리가 흘러나온 바로 그 순간이 당신이 강하게 애무를 해야 하는 때니까.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