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7시경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는 신동아건설 수사와 관련해 Y 씨와 임원 2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시켜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신동아건설 직원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신동아건설의 전·현직 임원 3명의 계좌에서 출처 불명의 현금이 지속적으로 거래된 정황을 잡고 이들 세 사람에 대한 소환 조사를 벌였던 것이다. 검찰이 이들 3명에 대해 조사를 마친 시간은 12일 새벽 1시경. 검찰은 당일 소환조사를 받은 인물 중 Y 씨에게 12일 오후 2시경에 재출석해 줄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Y 씨는 출석 예정 시간에 검찰 측에 전화를 걸어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금 늦게 출석하겠다”고 통보한 후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신병확보 차원에서 곧바로 추적에 나선 검찰은 Y 씨와 연락이 끊긴 지 약 6시간 만인 오후 8시경에 Y 씨가 시흥시에 위치한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사실을 확인했다. Y 씨는 이날 오후 7시경 119 구급차에 실려 시화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손목을 칼로 긋는 자해를 시도한 것이다.
Y 씨는 당일 오후 4시경 만취상태로 시흥시 월곶면의 한 모텔에 투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모텔 종업원은 경찰에서 “Y 씨가 복도를 돌아다니는 것을 이상히 여겨 다가가 살펴보니 손목에 피가 묻은 수건을 두르고 있어 구급차를 불렀다”고 진술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Y 씨는 병원으로 옮겨질 당시 예리한 물체에 의해 왼쪽 손목이 7cm가량 찢어진 상태였다고 한다. 다행히 혈관과 근육, 인대 등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지 않아 중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응급치료 후 Y 씨는 병원 인근 지구대로 인계돼 40여 분간 수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Y 씨는 지구대에 가족들과 회사 관계자들이 도착하자 “술에 취해 홧김에 자살을 시도했다. 다량의 수면제도 먹었다”고 밝혀 급하게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 위세척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Y 씨는 지인들에게 “강압적인 검찰 수사 때문에 자살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아건설 측의 한 직원은 “Y 씨와 관련도 없는 정치인과의 관계,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추궁하니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취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Y 씨의 행동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Y 씨가 처음 치료를 받은 병원에서는 수면제를 복용한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다가 회사 관계자들이 나타나자 그제야 자살을 위해 수면제를 다량 복용했다고 주장한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위세척을 했던 병원 측에서 소변 검사를 한 결과 약물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수면제는 의사의 처방없이 함부로 구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수면제 구입 과정에 대해서도 검찰은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Y 씨가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기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Y 씨는 “이전에 복용하던 수면제를 먹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춰 Y 씨가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해 소동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고,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과연 Y 씨 자해 소동의 진실은 무엇일까. 주목할 점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Y 씨 외 2명의 신동아건설 간부 계좌에서 고액의 현금이 지속적으로 거래된 사실이 확인됐고, 관련자들 대부분이 이 돈의 출처를 아는 인물로 Y 씨를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도 Y 씨를 의혹을 밝힐 수 있는 핵심인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Y 씨 계좌의 자금이 현재 수사를 벌이고 있는 신동아건설 비자금 사건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신병치료 문제로 Y 씨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는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검찰은 Y 씨에 대한 조사보다는 Y 씨 계좌를 둘러싼 자금의 흐름을 집중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Y 씨 외 2명의 간부 계좌에서 발견된 돈의 출처도 파헤쳐 신동아건설 비자금 사건과의 관련 여부를 밝히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Y 씨의 자해 소동이 검찰의 ‘강압 수사’ 논란을 부추기는 뇌관이 될지 아니면 신동아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을 풀어줄 열쇠가 될지 검찰 수사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