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청담보살> | ||
원 나이트 스탠드에 실패한 선배 A의 허무한 경험담. 일주일에 2~3일 정도 메신저에서 만나 음담패설을 나누던 대학 동기 B와 만난 그녀는 ‘오늘 B와 자야겠다’고 결심했다. 술도 취했겠다, B가 슬슬 스킨십도 시도해오겠다, 외로운 가을밤에 잘됐다고 생각했으니까. “모텔비가 10만 원? 나 돈 없어. 집에 가자”고 말하는 B를 달래어 “내가 낼게. 쉬었다 가자”고 유혹한 그녀는 ‘호텔급 모텔’에 입실했다. B는 백수였고, A는 ‘그럼, 그럼.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파야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 일? 막상 그는 서지 않았다. 키스를 하고, 애무를 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데 그가 A안으로 진입만 하면 되는 순간이었는데, B의 그곳이 발기되지 않았던 것.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러나?’라고 생각했던 A는 “괜찮아”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침이면 괜찮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침에도 B의 그곳은 일어설 줄 몰랐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B는 “나 원래 안 이런데…. 진짜야. 너 오늘 일 때문에 메신저에서 쌩 까면 안 된다”라고 했다나.
얼마 전 자신의 화려한 연애 경력을 자랑하던 C도 “그런데 서지 않을 때가 있더라”라며 일시적 발기부전에 대해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녀가 프리섹스주의자인 줄 알았거든. 평소 섹스에 오픈마인드를 가진 것처럼 말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그녀와 자보려고 꽤 꼬셨지. 그런데 막상 샤워를 마치고 애무를 하고 있는데 ‘우리 이제 사귀는 거야?’라고 말하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더라고. ‘혹시 여기서 코 꿰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되잖아. 그러니까 갑자기 페니스가 말을 안 듣는 거야. 아, 미치겠더라. 나도 하고 싶은데, 내 몸이 말을 안 들어. 아마 심리적인 부담감 때문이었나봐. 그날은 결국 실패했어”라고 말했던 것. 그리고 “물론 며칠 후에 결국 성공했지.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안 사랑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단 내 몸을 시험해보고 싶더라니까. 일단 자존심은 세우고 봐야할 거 아니야. 그런데 나만 자존심이 상한 게 아니었더라구. 그녀가 T-팬티를 입고 온 거야. 그녀는 ‘내가 섹시하지 않아서 그런가’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더라구”라고 덧붙였다. 순간적으로 여자가 겪었을 혼란이 상상이 되었다.
그런데 페니스가 서지 않을 때, 남자들은 여자에게 미안해 할 뿐, 여자를 안아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시적 조루 현상을 겪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시작한 지 5분도 채 안 되어 사정했을 때, 그리고 여자가 “조금 더, 조금만 더”라고 말하는 도중에 혼자서만 끝났을 때에도 남자들은 “오늘, 이상하네”라고 말할 뿐, 부드럽게 애무를 계속하거나 오럴 섹스로 마무리해주지 않는다. 여자가 바라는 것은 “미안해”라는 말이 아니라 일시적 발기부전 혹은 일시적 조루를 겪은 후에 여자를 배려하는 실제적 행동이다. 남자가 아무리 빨리 끝냈다 하더라도 손으로, 입으로 여자를 만족시킨다면 여자는 오르가슴에 이를 수 있고, 남자에게 “괜찮아”가 아닌, “오늘 좋았어”라고 말하게 된다.
나 역시 남자의 일시적 조루 현상을 겪은 적이 있다. 애무를 할 때부터 그는 “아, 오늘 너무 흥분돼. 이상하네. 금방 끝날 것 같아”라고 말하더니, 실제로 삽입 3분도 채 안돼 사정을 했다. 나 역시 “괜찮아”라고 말할 수밖에. 그러나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도 그는 아마도 B처럼 상처받았던 모양이다. 1시간쯤 지났을까. 그는 “우리, 한 번 더 할까?”라고 제안했고, 물론 평소보다 금방 끝났지만(적어도 3분은 넘겼다) 자신의 건재함을 자랑했다. 그리고 다시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어 금세 잠들었다. 그날 두 번째 섹스로 그의 건강을 확인했지만, 나는 그리 즐겁지 않았다. 아마 그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신을 위해서 두 번째 섹스를 준비한 것이 아니었을까? 만약 나를 위해서였다면 삽입 섹스 전에 애무를 길게 하고, 어떻게든 나를 최고의 오르가슴에 이르게 하기 위해 커닐링구스, 후희 등을 통해 마무리 역시 길게 했을 테니까.
여자 입장에서 서지 않는 남자, 금방 끝나는 남자는 짜증난다. 그러나 세 번의 기회는 준다. 첫 번째는 ‘혹시?’, 두 번째는 ‘설마?’ 세 번째는 ‘오늘도 안 되면 진짜 문제가 있는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그에게 세 번의 기회를 주는 것. 그 세 번의 기회에 일시적 발기부전과 일시적 조루는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 그리고 치료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다른 방법으로 여자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한다면, 네 번째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세 번 동안 여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나라면 그에게 네 번째 기회를 주지 않을 것 같다.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