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이 부회장과 삼성SDS 전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그럼에도 최근 삼성SDS 내부에서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삼성SDS로 이전할 것이라는 얘기가 기정사실화한 것처럼 돌고 있다. 당초 계획은 삼성SDS의 일부 사업부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로 이전할 것이었지만 이것이 최근 정반대로 변경됐다는 것. 삼성SDS의 한 직원은 “우리가 삼성전자로 가는 줄 알고 좋아했는데 계획이 완전히 반대로 바뀌는 바람에 조금 아쉽긴 하다”며 “수천 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인력이 우리(삼성SDS) 쪽으로 오면 덩치가 그만큼 커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합병의 표면적 이유는 시너지 효과다. 둘이 합병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삼성 내부는 물론 증권가를 비롯한 외부에서도 인정하는 바다.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와 통신기지국 안테나 등의 제조·유지·보수업을 하는 삼성SDS의 합병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삼성SDS의 통신기지국 안테나 제조 등의 부문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로 이전하려던 원래 계획이 백팔십도 변경된 까닭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직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삼성그룹의 사업구조개편이 이 부회장 중심의 삼성을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삼성SDS로의 이전 계획도 이의 일환으로 관측된다.
삼성SDS의 성장은 곧 개인 최대주주 이재용 부회장의 성장과 비례한다. 삼성SDS 상장으로 이 부회장은 단숨에 국내 부자 순위 2위로 뛰어올랐을 정도다. 지난 2일 미국 블룸버그가 집계·발표한 ‘세계 400대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지난 9월 43억 달러(약 4조 7000억 원)로 세계 360위권이던 이 부회장은 불과 두 달 만에 62억 달러(6조 8900억 원)로 재산이 폭증, 세계 224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의 국내 순위는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 다음으로, 삼성 부자(父子)가 나란히 우리나라 부자(富者) 1, 2위를 차지했다. 이 부회장의 순위가 급상승한 까닭은 지난 11월 14일 시초가 38만 원으로 출발한 삼성SDS의 상장 덕분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11.25%(870만 4312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SDS 주식 가치만 따지면 현재 약 3조 3000억 원에 달한다.
물론 원래 계획대로 삼성SDS의 일부 사업부를 삼성전자에 이전하는 것도 이 부회장에게 도움이 된다. 또 일부에서 제기된 것처럼 삼성SDS가 통째로 삼성전자에 흡수합병되는 것도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늘어나느니만큼 득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 경우 이 부회장의 ‘밑천’처럼 인식되는 삼성SDS가 사라지는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SDS를 남겨두고 이를 키우는 것이 ‘이재용의 삼성’을 구축하는 데 훨씬 유리하지 않겠느냐”면서 “삼성SDS의 덩치를 키우는 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임원 인사를 마친 삼성SDS는 곧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회사 측은 두 곳의 합병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지난해 12월 옛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으로 사명 변경)의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와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합병 발표부터 지난 11월 4개 계열사, 즉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을 한화에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하기까지 지난 1년간 숨 쉴 틈 없이 진행된 삼성그룹의 사업구조개편은 궁극적으로 ‘이재용의 삼성’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고 해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를 위한 삼성 내부 움직임은 여전히 활발하다. 삼성 계열사의 한 직원은 “영화 <넘버3>의 백조 이야기를 연상하면 된다”며 “물 위 모습은 우아해 보이지만 물 밑의 백조 다리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에서는 최근 계열사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직원들에게 향후 계획과 일정에 대해 전달사항이 내려온다고 한다. 더욱이 일부 계열사의 경우 각 팀장급들이 전하는 게 아니라 임원들이 직접 부서를 오가며 전달사항을 말해주고 있다는 것. 사안에 따라서는 오전에 전달했던 사항이 오후에 확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앞서 삼성SDS의 일부 부서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로 이전할 것이라는 계획이 완전히 뒤바뀐 것도 이에 해당한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의 삼성그룹 사업구조개편은 이미 3년 전부터 사내에서 얘기돼온 것들”이라며 “차근차근 진행하려 했지만 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레 쓰러지는 바람에 다급하게 움직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