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표 | ||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주인공 ‘노가리’역은 주호영 의원이 맡았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떠올리게 하는 ‘노가리’부인 ‘박근애’역은 이혜훈 의원이 맡았다. 그밖에 ‘노가리’친구 ‘깍두기’역은 정병국 의원, ‘뻔데기’역은 정두언 의원, ‘노가리’아들 ‘민생’역은 심재철 의원, ‘경제’의 여자친구 ‘나라’역엔 나경원 의원이 맡았으며 번영회장 역은 송영선 의원, 부녀회장 역은 박순자 의원, 저승사자 역은 주성영 의원이 맡았고 해설은 극단 단장인 박찬숙 의원이 맡았다.
이 연극은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아버지 ‘노가리’의 언행을 통해 과거사 문제와 수도이전 문제 등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풍자를 위해 원색적인 욕설과 성적인 비유가 자주 대사로 사용됐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을 겨냥한 저속한 표현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은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 받아쳤다. <일요신문>은 독자들의 이해를 객관적으로 돕기 위해 연극 ‘환생경제’ 내용 중 주요 부분을 발췌해 요약·정리했다.
해설: 때는 갑신년 팔월 스무여드레 예로부터 물맑고 인심좋기로 소문난 ‘굶주리’ 마을에 불현듯 저승사자가 나타나면서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저승사자: 그런데 죽은 애 이름이 경제 맞소.
부녀회장: 맞소. 그런데 뉘시오. 친척되시오.
저승사자: 아니요. 지나가는 나그네요. 내가 귀신같이 찾아오긴 했구만.
번영회장: 미안, 미안. 많이 기다렸지. 근애가 기다리겠다. 그런데 이유는 알고 가야지 경제가 왜 죽었데. 그 애 건강했잖아.
부녀회장: 병 걸렸데. 후천성 영양결핍증. 신경근육마비에다가 뇌하수체 영양파탄. 한마디로 말해서 성장기에 제대로 잘 먹여야 하는 건데 영양공급이 제대로 안 되서 그런거래.
번영회장: 어머. 불쌍해. 근데 근애 걔는 뭐했데. 경제를 잘 먹이지 않고 좋은 영양제가 좀 많아.
부녀회장: 돈이 있어야 사 먹이지.
번영회장: 그게 무슨 말이야. 걔 잘 살았잖아.
부녀회장: 다 옛날 얘기야. 걔 남편이 죄다 말아 먹었단다. 허구헌날 술 퍼마시고 가족들 두들겨 패고 가재도구 다 때려 부수고, 그뿐이 아냐. 얘가 아파도 돈이 있어야 병원엘 가지. 아이고 육시럴 놈.
번영회장: 안녕하세요.
노가리: 자식이 죽었는데 안녕은 무슨 안녕.
부녀회장: 인사를 하는데 욕을 하고 뭐 이런 잡놈이 다 있어.
노가리: 이 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부녀회장: 뭐가 잘났다고 마누라 친구한테까지 난리가 난리야. 육시럴 놈. 죽일놈.
노가리: 죽일놈 죽일놈 하지 마시오. 나도 다 사정이 있소. 경제 죽고 나니 가슴이 아프요. 근데 이것이 내 탓이 아니고 순전히 집터가 안 좋아서 그런 것 아니오.
번영회장: 이혼해 이혼해, 그 육실할 놈이.
부녀회장: 너 이혼하고 그거나 떼 달라고 해. 그 거시기.
번영회장: 그래. 그놈은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이야.
저승사자: 아니 저건 누구야. 첫째 아들 민생이구나.
민생: 아버지 지금 제 정신이세요. 왜 엄마한테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경제 죽고 나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뭐 이사나 가자고. 그러고 경제 죽고나서 가슴아파 죽겠는데 엄마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노가리: 조용히 하라고 해라. 너희들 잔소리에 귀에 딱지가 앉았다.
민생: 아버지 바람나서 돌아다니는 동안에 우리 집안 챙기고 나하고 경제 살려서 그래도 우리 집안 이 정도 만든 게 다 엄마덕분이요. 아빠가 한 일이 뭐 있어요. 경제 죽어 어려운데 이사는 무슨 이사야.
저승사자: 섭섭하겠소.
노가리: 영감은 빠지시오. 이게 우리집안 꼴이요. 계급장 다 떼고 위 아래도 없고 공부 잘하던 막내 놈은 죽어 나가고, 빌어먹을 집터 탓이오. 이참에 요절을 내야지.
저승사자: 뭐하시오.
노가리: 집터가 안 좋아서 자식 놈도 요절하고 일도 안 풀리니 집에 톱질을 하는 것이지. 집이 좀 휘어야 자식 놈이나 마누라가 내 말을 듣고 따라오지. 이게 다 고단수 전략이야. 난 한다면 하는 놈이야.
저승사자: 이놈 심보 놀부보다 더한 놈이네. 내 생각에는 이사를 가려면 가족들하고 모여서 상의를 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아니 지금 보니 6백년 넘은 고택이고 문화유산인데. 아니 전문가를 불러 이 사람아. 세계 문화유산 되면 관광객 오고 그러면 좋잖아.
노가리: 영감 말 많네. 남의 일에 상관하지 말고 잠이나 자시오. 늙은이 말은 들을 필요가 없어. 김홍신이라는 사람이 말했지만 재봉틀로 입을 쭉 박아야 돼.
뻔데기: 야 거기 너무 깊게 베지 마. 무너진단 말이야. 이쪽 그래 그래, 그래야 휘청휘청하지.
노가리: 근데 네 말대로 잘 될까.
뻔데기: 내말을 들어라. 내가 21세기 민족민주 풍수지리학자 회장이자 서울 세종로 제 1대학 교수 아니냐. 내가 장담한다. 너 이사 가면 너희 집 일어난다. 근데 이사 가는 거 민생이는 어떻게 생각하냐.
노가리: 그놈은 계속 반대한다. 아까는 내 멱살까지 잡더라.
뻔데기: 이런 호로새끼. 너 잊지 마라. 새끼고 뭐고 동지 아니면 다 적이야. 우리말 안 듣는 놈들 다 우리 적이라고. 다 죽여야 돼. 너 명심해. 너 잊지 마라.
노가리: 듣고 보니 가슴을 울리는 말이네.
깍두기: (뻔데기에게) 너네 대학 총장선거가 언제야. 너 출마하지. 내가 뒤봐줄게. 경쟁자가 나오면 그 명단만 보내. 내가 누구냐. 5천 년 역사바로세우기 위원장 아니냐. 누구든지 할아버지, 아버지 뒤를 캐면 걸리는 게 나오거든. 아마 단군 할아버지도 뒤를 캐면 뭔가 나올 걸. 너는 고아잖아. 뒤를 캐면 뭐가 나올 게 있겠어?
뻔데기: 그래 나는 고아라는 게 정말 자랑스러워.
깍두기: 고아가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이 세상.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이게 바로 참회정부의 위업이야.
나라: 어머니. 이거 경제가 보낸 편지예요.
박근애: 나라야. 네가 대신 읽어줄래.
나라: (편지를 읽는다) 자꾸 몸이 아파. 아버지에게 아프다고 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고 약 사먹으라며 돈 오천원 던져줬어. 아버진 매일 신문 보며 욕이나 하고 뉴스 보며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만 질러. 난 우리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 도대체 어떤 아버지가 자식이 아프다는데 저러기만 해.
노가리: 어이, 청승 그만 떨고 빨리 가자. 이제 와서 붙잡는다고 경제가 살아나나. 경제 퍼뜩 보내고 이삿짐 싸자. 여는 불길해서 터가 안 좋아서 더 이상 못산다.
저승사자: 에이 미친 놈, 이제 더는 못 참겠다. 경제 살려주고 저 썩을 놈의 아버지 데려가야겠다. (객석을 향해) 여러분 경제를 데려가는 게 낫겠소. 아니면 저 썩을 놈의 아버지 노가리를 데려가는 게 낫겠소.
저승사자: 경제 엄마. 하늘에서 면담 신청이오. 경제를 살려주는 대신 댁의 남편 데려가면 안 되겠소.
박근애: 뭐라고요. 아니오. 집에는 가장이 있어야 합니다. 차라리 나를 데려가세요.
저승사자: 당신 남편, ‘개판 오분 전’인데 데려가면 속 시원하고 좋지 않겠소.
박근애: 저 사람 입이 거칠어 막말하고 가볍게 처신합니다만 우리 민생이 애비 없는 자식 만들 순 없잖습니까. 제발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차라리 나를 데려가세요.
저승사자: (하늘로부터 무슨 소릴 듣고) 아줌마가 하도 애원하니 죽은 경제는 살려주고 대신 당신 남편 데려가되 3년 간 그 집행을 연기하라는 것이오.
박근애: 고맙습니다.
저승사자: 3년 후면 당신 남편 데려가니 그때까지 잘 준비해서 좋은 가정 꾸미도록 하시오
나라: 움직였어요. 경제가 살아났어요.
저승사자: (노가리에게) 지 새끼 죽은지 모르고 상가집에서 춤을 추는 등신 같은 놈아. 앞으로 3년 간 어떤 짓 하지 말고 제발 입조심하고 똑바로 하거라. 그리고 여러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우리 경제 좀 잘 보살펴 주시오. 안녕히 계시오.
해설: 이리하여 ‘굶주리’ 마을의 경제가 살아나고 ‘굶주리’는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 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정리=천우진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