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태우 전 대통령(왼쪽)과 전두환 전 대통령. | ||
서울중앙지검 집행2과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최근 수천만 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집행해 약 90%에 이르는 추징금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같은 시기에 수천억 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선고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2008년 4만여 원의 추징금을 집행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푼도 추징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전직 대통령을 제외하더라도 정·관계 인사 등 사회 저명인사들에게 부과된 추징금 중 아직까지 환수받지 못한 추징금은 무려 2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도 우리나라 총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법조계 주변에서 추징금 대상자들이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강력한 대처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 일부 집행을 계기로 두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납부 실태를 들여다 봤다.
검찰은 최근 수천만 원에 이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집행2과는 지난해 12월 21일 노 씨의 나라종금 배당금 3607만 3420원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번 나라종금 배당금은 지난 2000년 검찰에서 노 씨에게 집행했던 추징금 중 일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0년 5월 검찰은 노 씨가 재임시절이었던 1991년부터 1992년도 사이에 나라종금 임직원 명의로 2개 계좌에 248억 원의 비자금을 예치한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검찰은 노 씨의 예탁금 248억 원에 운용자금과 이자 37억 원을 합쳐 총 285억 원을 나라종금에서 국가 소유로 바꾸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하지만 나라종금이 사실상 부도상태를 맞으면서 추징금 징수가 불가능해지자 검찰은 예탁금 사고 등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둔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자금 회수를 요청했다.
검찰은 2009년 중순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노 씨의 배당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추징금을 추가로 집행함에 따라 1997년 4월 법원으로부터 총 2628억 9600만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던 노 씨는 지금까지 총 2344억 925만 8100원이 징수돼 환수율 89.2%를 기록하게 됐다.
검찰 측 관계자에 따르면 앞으로 노 씨에게 나라종금 추가배당이 한 차례 정도 더 이뤄질 예정이지만 그 금액은 이번 집행액보다 훨씬 적은 액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앞으로 지급될 노 씨의 배당금 역시 곧바로 추징해 국고에 환수시킬 방침이다.
노 씨가 90%에 가까운 추징금 환수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여전히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1997년 법원으로부터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던 전 씨는 지난해 단 한 푼의 추징금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전 씨가 추징금을 납부한 것은 2008년 3월에 낸 4만 7000원이 마지막이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 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전 씨의 경우 지난해 11월 18일 현재 총 532억 7043만 원이 징수돼 24.2%의 낮은 환수율을 보이고 있다. 남은 추징금 액수는 무려 1672억 원으로 추징금 고액 미납자 3위에 올라 있다.
이처럼 극히 낮은 추징금 환수율을 보이고 있지만 전 씨의 가족들은 재산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 서초동에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장남 재국 씨는 지난 2004년을 기점으로 경기도 연천에 땅 1만 8000여 평을 매입했고, 차남 재용 씨는 2009년 중순 서울 이태원동의 고급빌라를 사들였으며, 셋째 아들 재만 씨도 최근 한남동의 빌딩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중 전 대우회장 고액 추징금 미납자 1위
난 99%가 부족해
김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 2심에서 징역 8년 6월에 추징금 17조 9253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법원의 선고에도 불구하고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추징금을 3억 원밖에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검찰의 대우그룹 구명로비 사건 수사 과정에서 차명재산이 발각돼 재산을 압류당한 바 있다.
검찰은 2월 중에 김 전 회장의 압류재산을 모두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공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압류된 재산은 베스트리드 리미티드(구 대우개발) 주식 2085억여 원, 대우정보시스템 비상장 주식 220억여 원, 대우경제연구소 비상장주식 6억 6000여만 원, 한국경제신문 비상장주식 5억 원 등 총 2318억여 원에 달한다.
내달 15일부터 17일까지 예정된 공매가 진행돼 김 전 회장의 압류 재산이 평가액대로 매각될 경우 김 전 회장은 추징금 금액에서 역대 기록을 갱신하게 된다. 하지만 김 전 회장에게 부과된 추징금 총액은 17조 9253억 원에 달해 그렇게 되더라도 환수율은 1.3%에 불과하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각종 범죄 피고인에게 부과한 추징금 집행 실적이 너무 낮아 추징금 부과가 형벌로서 기능을 사실상 잃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추징금 제도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대안도 없는 실정”이라며 “추징금 집행을 강제할 수단도 없고, 특히 추징금 완납 없이 정·재계 인사들이 사면 대상에 포함되는 현 상황에서 특별한 대책을 세우기도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