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두 번째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올 것인가. 법조계는 비상계엄 논란이 불거진 직후부터 헌법재판소를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대통령 탄핵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고, 여론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12월 4일 오후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이주영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현 상황은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지난 10월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이 임기가 끝났기 때문이다. 국회, 특히 민주당이 헌재 재판관 공석을 채워놓지 않았던 것이 되레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회가 임명하지 않아 재판관이 6명뿐인 헌재
사건 심리를 위해서는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에 의해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이 필요한데, 지금 헌법재판관이 6명뿐이다. 국회 탓이 크다. 국회는 자신의 몫인 헌재 재판관 3자리 공석이 발생했음에도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 여러 해석이 있었지만, 제1당인 민주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 탄핵된 윤석열 정부 인사들의 탄핵 심판을 ‘멈춰 세우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에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재판관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건 부당하다’며 낸 가처분 신청을 냈고,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6명으로도 심리를 할 수 있다’는 결정을 두 달 전에 내렸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재판관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건 부당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고,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6명으로도 심리를 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때문에 대통령이 탄핵되더라도 헌재의 심리는 가능하다. 다만 6명이라는 숫자가 변수다. 헌법 제111조에는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고, 제113조에는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려면 의결 정족수 규정에 따라 헌재 재판관 6명 전원이 찬성해야 한다. 단 한 명만 반대해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된다.
#민주당 “빨리 추천하자” 국민의힘 “일단 신중”
당초 여야는 앞서 12월 22일까지 후임 재판관 추천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2석을 요구하는 민주당과 1석은 여야가 합의해서 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간 의견 차이로 여전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파동과 맞물려 최대한 신속하게 헌재 재판관 추천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비상계엄 파동 다음 날인 4일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일단 신중하게 하자’며 나머지 한 자리 임명을 보류하고 있다.
문제는 임명권자의 ‘판단’도 변수라는 것이다. 헌재 재판관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임명하지 않으면 공석 상태는 계속된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탄핵되면,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대행이 되는데 ‘대통령 대행은 임명할 수 없다’는 논리도 적지 않다.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는 ‘현상 유지’에 그치기 때문에 중요 보직자들을 해임하거나 신규 임용하는 것은 권한 밖이라는 주장이다.
그럴 경우 6명의 헌재 체제로 탄핵 심리와 결정을 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도 당시 헌재소장이 없는 상태에서 권한대행 체제로 8명의 재판관이 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리 때보다 늘어난 3개의 빈 자리가 ‘대통령 탄핵’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간은 누구에게 유리할까
헌재법에 따라 헌재는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에 선고를 해야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안 의결 및 심판 청구부터 선고까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2일이 소요됐다. 통상적으로 2~3달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가늠할 수 있다.
만약 국회에서 3명의 헌재 재판관 추천이 이뤄질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헌재 재판관 구성을 정상화하는 데 한 달 이상이 시간이 필요하다. 탄핵 심리가 시작된 뒤 임명된 재판관들이 사건을 살펴볼 시간도 줘야 한다. 그런데 넉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경우 헌재 재판관 추가 공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재판관)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2025년 4월 18일까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헌재에서 유이한 진보 성향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헌재법에 따라 헌재는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에 선고를 해야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안 의결 및 심판 청구부터 선고까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2일이 소요됐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새롭게 사건을 파악하는 시간을 짧게는 2주는 줘야 할 텐데, 2~3명의 새로운 재판관들이 시간차를 두고 임명될 경우 이 역시 결론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헌재 재판관들의 성향 구성도 변수다. 현직 6명 재판관의 성향은 ‘보수’ 2명, ‘중도 2명, ‘진보’ 2명으로 분류된다. 정형식·김복형 재판관은 보수,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중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몫의 2명이 새롭게 임명된다고 가정해도 진보 성향 재판관은 4명이다.
헌재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대통령 대행이 임명을 하지 않으면 6명 전원이 찬성을 해야만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며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법리보다 민심에 너무 휩쓸려 갔다’는 평이 적지 않은데 거기에 공석인 헌재 재판관 구성까지 고려하면 6명 이상이 ‘대통령 자리를 지킬 수 없을 만큼의 상황이자 잘못’이라고 찬성할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윤석열이 도와주는 셈? 이재명 재판 일정 살펴보니
헌재가 대통령 탄핵 인용 시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헌재가 빠르게 탄핵을 심리해 두세 달 안에 탄핵 결정이 나올 경우 이재명 대표는 대법원 선고 전 차기 대선을 치를 수 있다. 하지만 헌재 심리가 늦어지거나 기각되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본격화될 수 있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 인용 시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헌재가 빠르게 탄핵을 심리해 두세 달 안에 탄핵 결정이 나올 경우 이재명 대표는 대법원 선고 전 차기 대선을 치를 수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자연스레 차기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 일정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유죄가 나오면서 법원이 가이드라인으로 잡고 있는 ‘3개월(2심)+3개월(대법원) 내 선고’와 대통령 탄핵 선고 시점이 묘하게 맞물릴 수 있다.
대통령은 헌법 제84조에 따라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에는 ‘공소 유지’도 포함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재명 대표 측에서는 ‘재판 지연’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이 대표는 12월 6일 예정된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사건’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원래 일정대로라면 이재명 대표는 2년 뒤 차기 대선에 치르기 전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대법원 판단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비상계엄과 맞물려 대통령 탄핵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살려주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