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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이해찬 총리, 김근태 장관, 이부영 당의장 | ||
주목되는 것은 일련의 당내 상황 변화과정에서 당권파에 맞선 비당권파 연합전선 구축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트 신기남’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주장하는 당권파에 맞서 재야파가 개혁당 그룹, 친노 그룹과 손잡고 ‘이부영 의장’ 체제를 출범시킨 데 이어 기간당원 자격요건 완화를 위한 논쟁에서는 재야파가 개혁당그룹을 지원해 ‘현행 유지’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등 비당권파 내에서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당권파 퇴조-비당권파 득세’의 경향은 6·30개각 이후 여권 내의 역학관계 재편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비당권파였던 이해찬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으며 여권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한 데 이어 그동안 당권파의 당 운영을 강도높게 비판해온 이부영 당 의장의 등장은 그동안 여권 내 파워그룹으로 군림해온 ‘천-신-정’ 등 당권파의 위상 하락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내에선 이를 두고 “‘천-신-정’ 독주체제가 와해되면서 결속력이 약한 당권파가 비주류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차기 당권을 향해 맹렬히 대시하고 있는 비당권파의 움직임을 추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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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김두관 전 장관, 장영달 의원, 유시민 의원 | ||
이부영 의장 체제 출범 후 당내 계파간 부침에 대해 한 초선 의원이 던진 말이다. 재야 출신으로 ‘GT 대망론’을 공공연히 주장할 만큼 김 복지부 장관의 핵심측근인 이 의원은 “GT의 시련은 이제 끝났다. 남은 것은 GT를 중심으로 여권 내 진정한 개혁세력이 하나로 결집하는 것뿐이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 복지부 장관을 ‘핵’으로 하는 국민정치연구회(이사장 장영달 의원)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면 이 의원의 언급이 약간 과장된 감은 있어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다는 것이 우리당 내 평가다. 국민정치연구회는 주로 재야·학생운동권 출신들을 중심으로 36명의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일 모임으로서는 당내 최대 조직. 임채정 장영달 의원과 이해찬 총리, 한명숙 상임중앙위원 등 다선 중진들과 강기정 김춘진 정봉주 선병렬 우상호 이인영 우원식 우윤근 의원 등 쟁쟁한 초선들이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국민정치연구회는 신기남 전 의장이 사퇴한 지난 19일 긴급회동을 가져 향후 당 운영체제를 논의한 끝에 ‘이부영 의장’ 승계로 의견을 모아 결국 관철시킨 바 있다. 비주류의 틀에서 당권파를 비판해 왔던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이 의장을 옹립해 당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장영달 이사장은 이에 대해 “과거사 진상규명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에 반독재 민주화 세력이 핵심을 이루는 국민정치연구회가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당내 기반이 약한 이 의장에게 협조한다는 의미에서 연구회 멤버들이 당직을 맡을 수도 있다”고 말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실제 ‘이부영 의장’ 체제 출범 후 국민정치연구회는 그동안 느슨한 친목모임 수준에서 운영되는 것에서 벗어나 매주 목요일 정기 모임을 가져 당내외 현안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해 가고 있다. 특히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에 대해 임채정 장영달 의원 등 중진들과 상당수 초선들이 적극적으로 폐지론을 규합해 나가며 세력 확산에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국민정치연구회가 이처럼 ‘물 만난 고기’처럼 행동반경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리더인 김 복지부 장관은 대외 행보를 자제하는 등 ‘몸 낮추기’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김 장관은 최근 국민연금 해법 모색 등 정책 현안에 집중하겠다면서 자신의 계보로 분류되는 의원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한편 이따금씩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밝혀 오던 정치적 입장 표명도 중단했다. 입각 이후 중국 정부의 고구려사 왜곡 시도와 관련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 공개 항의서한을 보내거나(8월15일), 로렌스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총장의 부적절한 한국 비하 발언에 대해 공개 이메일을 보내 항의한 일(7월11일) 등과는 전혀 다른 기류다.
김 장관의 ‘몸조심’은 지지그룹인 ‘한반도재단’ 소속 인사들이 지난달 28일 충주에서 가진 1박2일 일정의 수련회에 초청받고서도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며 불참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김 장관은 행사에 불참했을 뿐만 아니라 주최측에 “대규모로 치르면 부담스러우니 행사 규모를 줄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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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유기홍 의원, 김원웅 의원 | ||
GT계와 함께 비당권파의 또다른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개혁당 그룹도 요즘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다. ‘완화’를 요구하는 당권파와 격렬하게 대립했던 기간당원 요건 문제를 애초 요구했던 대로 ‘현행유지’로 일단락지은 데다 당 의장 교체와 국보법 개폐, 언론개혁 등 주요 당내외 현안에 대해서도 발언권을 크게 강화했기 때문이다.
개혁당 그룹의 당내 결사체는 참여정치연구회(공동대표 이광철 의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다. 지난달 24일 사무실을 개소해 ‘계보’의 틀을 갖춘 참여정치연구회엔 유시민 김원웅 유기홍 의원 등 개혁당 출신에 백원우 복기왕 정청래 의원 등 학생운동권 출신들까지 합쳐 모두 27명의 현역 의원들이 망라돼 있다.
개혁당 그룹은 주요 공직 후보 선출의 권한을 갖는 기간당원 규정이 사실상 현행대로 유지됨에 따라 내년 1~2월 전당대회 당권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것이 우리당 내의 평가다. 요건 완화에 대해 개혁당 그룹이 단식농성, 탈당 불사까지 표명하며 반발하고 나선 배경도 결국은 열성 당원의 숫자가 많은 자신들의 당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좌장’격인 유시민 의원은 “김근태 정동영 두 장관이 빠졌으니,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의 30% 정도만 득표해도 의장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내가 나설 경우 개혁당 출신에 개인적인 지지층까지 합치면 괜찮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지만 절대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며 개혁당 그룹의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과시한 바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원내 영향력이 막강한 GT계와 기간당원 구성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개혁당 그룹이 최근 들어 주요 현안에 대해 공동전선을 펴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비당권파로 같이 분류되는 것 외에 별다른 관계가 없었던 양 그룹이 당 의장 교체와 기간당원 자격요건 문제, 국보법 개폐 등 핵심 현안에 대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밀착도를 높여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당 내에선 인적 구성상 재야-학생운동권 출신들이 절대 다수로 ‘오버 랩’되는 부분이 많은 양 그룹이 지금처럼 밀착도를 높여나갈 경우 내년 1~2월 전당대회 당권경쟁 판도를 좌지우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당 운영을 독점해 온 당권파가 이념-정책성향보다는 지도부와의 이런 저런 인연을 매개로 형성돼 결속력이 느슨하다는 약점이 두드러지면서 비당권파의 ‘주류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GT계의 한 의원은 “개혁당 그룹과는 시쳇말로 ‘출신 성분’을 놓고 따지자면 대부분 운동권 선후배간으로 묶여 이질감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 아직 전당대회에서의 연대 문제는 논의된 적이 없지만 정기국회 막바지가 되면 구체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차기 당 지도부의 성격과 운영형태 등에 대해 합의를 못 이룰 이유는 없다”고 말해 양측의 공동전선이 당권경쟁 국면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반면 GT계-개혁당 그룹의 밀착을 바라보는 당권파의 시선에는 초조감이 배어 있다. 한 핵심 의원은 “정동영 전 의장의 입각과 신기남 전 의장의 예상치 못한 낙마로 인해 내부 전열이 흐트러지면서 상대적으로 비당권파의 당내 영향력이 커졌다. 당분간은 천정배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정기국회에 매진해 상황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솔직히 한번 틀어진 세력관계를 다시 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내부적으로도 그리 자신이 없는 상태다”고 밝혔다.
이준원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