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한 지 7~8년 된 30대 초반의 Y 씨. 그녀는 얼마 전 해외여행에서 찍은 사진 몇 장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된장녀’라는 소리를 들었다. 3000만 원 정도 되는 그녀의 연봉을 생각하면 해외여행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나이 또래 직장여성들이라면 하나쯤 갖고 있다는 명품백은커녕 백화점에서 산 옷도 거의 없다. 자신의 취미인 여행과 뮤지컬 감상에나 가끔 큰돈을 쓸 뿐이다.
Y 씨는 1년에 한두 번, 그것도 최소한의 경비로 알뜰하게 여행을 가고 몇 달간 돈을 모아 뮤지컬 공연을 보는 자신이 된장녀 소리를 듣는 게 억울했다. 다른 데 헛돈 안 쓰고 자신의 취미생활을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 욕먹을 일인가.
자신의 나이에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도 보았다. 하지만 Y 씨는 ‘얼마를 버느냐’보다는 ‘얼마를 저축하고,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예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수입의 반 이상을 꼬박꼬박 저축하면서 나름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된장녀라니…. 이 한 마디에 Y 씨는 자신의 인생이 무의미해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
♥ 자기 분수에 맞는다면 명품이 무슨 문제?
최근 들어 된장녀로 불리는 여성이 급격히 늘어난 게 사실이다. 된장녀는 본래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서 사치스럽게 사는 여성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엔 이 본래의 의미가 확대 재생산돼서 남성들이 부정적인 여성을 통칭할 때 사용되고 있다.
20대 후반의 T 씨는 소개팅에 명품 가방을 들고 나갔다가 상대 남성이 그 가방 브랜드를 알아보고 농담 삼아 된장녀라고 말한 것에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젊은 여성들이라면 진짜든 가짜든 ‘똥가방’ 하나 정도는 갖고 있고, 자기 분수에 맞게 갖고 다니면 문제될 게 없다는 게 T 씨의 생각. 남성들은 유명 브랜드를 잘 모르는데 상표를 알아보는 그 사람이야말로 ‘된장남’이 아닐까 싶어 T 씨는 그의 애프터를 거절했다.
♥ 미혼 때 충분히 즐기면 아쉬움 없어 결혼생활 잘 한다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여성을 된장녀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땀의 의미를 알고 땀을 닦는 여유를 아는 현명한 여성이 아닐까.
명품백 들고 다니고, 수입 화장품 쓰는 그녀들이 모두 된장녀는 아니다. 미혼일 때 충분히 즐긴 여성들은 결혼하면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없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명품족 여성이 결혼하고 ‘짠순이’가 된 경우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남성들도 젊어서 한때 자동차에 빠지는 경우가 많듯이 여성들이 명품 좋아하는 것도 그렇게 이해하면 별 문제 없을 것이다.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