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박씨 일당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사체를 태우면서 한쪽에서는 고기를 구워먹은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을 던져줬다. 조사결과 박씨 등은 처음에는 살해한 사체를 암매장했지만 경찰이 매장한 장소에 다녀가는 등 수사망이 점점 좁혀지는 것을 느끼자 증거를 없애기 위해 사체를 도로 파내 불에 태웠다고 한다.
|
||
| ▲ 다 태운 사체의 잔해를 다리 위에서 유기 하는 장면. | ||
이렇듯 치밀하게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박씨 일당이었지만 경찰과 석 달간의 ‘수싸움’ 끝에 결국 완전범죄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오로지 주먹 하나와 배짱으로 살아온 사채업자 박명도씨.
지난 2000년부터 사채업을 시작한 그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았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와 함께 돌려받는 사채업은 물론 차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속칭 ‘대포차’ 사업, 사업투자 형식으로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들이는 ‘유사금융’에도 뛰어들었다.
돈이 제대로 돌던 지난 5월까지만 해도 그의 사업은 탄탄대로를 달리는 것만 같았다. 경매차 사업을 명목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은 유사금융업도 월 10%에 달하는 이자를 꼬박꼬박 지급할 수 있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투자자들이 박씨의 경매차 사업이 허울만 그럴듯할 뿐 실상은 그저 ‘돈 놓고 돈 먹기’ 같은 금융피라미드였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
이때부터 투자자들은 앞을 다투어 자신의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채무의 압박이 심해지자 견디다 못한 그는 채권자들을 제거하려는 끔찍한 범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희생자는 박씨와 사돈 관계에 있던 렌터카 업체 대표 윤성민씨(가명•27). ‘경매차 사업’ 투자자 가운데 가장 큰 액수인 3억원을 투자했던 윤씨 역시 박씨의 실체를 알게 된 뒤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던 것. 박씨로서는 만약 윤씨를 협박해 거꾸로 3억원짜리 차용증을 받아낸 뒤 그를 죽이면 한번 범행에 6억원이 생기는 셈이었다.
범행을 결심한 그는 지난 6월4일 오전 절친한 친구 이홍철씨(가명•28)에게 “사람 하나 ‘달아야’(죽여야) 하는데 해줄 수가 있느냐. 나를 좀 도와달라”며 범행을 제안했다. 별다른 직업없이 박씨의 사채업을 도와주고 있던 이씨는 흔쾌히 승낙했다.
또한 그날 오후 박씨는 후배 백한수씨(가명•25)와 남인성씨(가명•26)에게 “사람 하나 달면 2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했고, 이들의 승낙을 받아냈다. 범행이 시작된 것은 그 다음날. 미리 범죄 시나리오를 작성한 박씨 일당은 “돈을 돌려주겠다”며 윤씨를 공범 이씨의 동생 집으로 유인했다.
오후 8시30분께 이곳에 들어선 윤씨를 다짜고짜 폭행한 뒤 온몸을 묶은 박씨 일당. 이들은 윤씨를 차에 태운 뒤 먼저 군산 톨게이트 근처로 끌고갔다. 휴대폰 위치추적을 염두에 둔 일종의 교란작전이었다.
이곳에서 윤씨의 휴대폰으로 그의 가족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윤씨 스스로 잠적한 것으로 위장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이곳에서 박씨는 윤씨의 이름으로 ‘아버지 죄송해요. 성민’ ‘누나, 미안해’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은 물론 박씨 자신 앞으로도 ‘힘든 줄 알면서 죄송해요’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박씨 등은 다음으로 윤씨를 협박해 모두 3억원 상당의 약속어음을 쓰게 했다. 그리고 이 약속어음은 윤씨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유물이 되고 말았다. 원래 계획했던 목적을 달성한 박씨가 공범 이씨를 시켜 윤씨를 목졸라 살해한 것. 숨진 윤씨는 박씨의 선산인 충북 충주에 암매장됐다.
|
||
| ▲ 피의자들이 경찰에 이끌려 현장검증에 임하고 있다. 피해자의 사체를 드럼통 에 옮겨넣는 과정을 재연하는 장면. | ||
윤씨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라도 돈을 줄 사람은 박씨였지 윤씨가 아니었다. 그런데 박씨의 주장은 정반대였다. 윤씨가 실종된 뒤 박씨가 윤씨의 아버지를 찾아와 울면서 자신이 윤씨에게 약 3억원을 받아야 한다고 하소연을 했던 것.
이런 정황 때문에 박씨의 언행에 강한 의혹을 품고 있던 윤씨의 아버지는 지난 6월15일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천안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하기에 이른다.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몇 차례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박씨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내세워 경찰서를 무사히 빠져나왔다. 경찰에서 완벽한 연기로 오리발을 내밀었던 박씨. 하지만 그도 윤씨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만은 억누를 수 없었다. 게다가 경찰이 자신의 선산까지 다녀갔다는 사실이 귀에 들어오자 그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지난 7월11일 결국 박씨는 공범들과 함께 윤씨의 사체를 완벽하게 없애기로 했다. 불에 태워 흔적조차 사라지게 만들자는 것. 이날 박씨 등은 드럼통과 시너를 구입했다. 아울러 삽겹살 네 근도 준비했다.
저녁 무렵 평택시 진위면 고속도로 다리밑에서 모인 이들은 몰래 파내온 윤씨의 사체를 드럼통에 거꾸로 넣어 불태웠다.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삼겹살과 소주를 마셨다.
약 6시간 동안 불에 타 거의 뼈만 남은 윤씨의 사체는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진위천교 아래로 흩뿌려졌다. 첫 번째 범행이 치밀한 계획에 의해 실행됐다면 한달여 뒤 벌어진 두 번째 범행은 훨씬 대담했다.
범행대상은 윤씨 다음으로 많은 돈인 1억3천만원을 ‘투자했던’ 강민후씨(가명•32). 그는 윤씨가 행방불명된 직후 박씨를 의심했을 정도로 그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강씨의 이런 감정은 8월초 박씨가 경기도 안산의 한 개고기 식당에서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폭발했다.
강씨는 이 장면을 목격하자 “돈도 안 주는 놈이 밥을 먹고 있다”고 말한 뒤 “너 지금 주머니에 10원짜리 하나라도 있으면 당장 내놔라”며 밥상을 걷어찼다고 한다. 이때의 수모에 앙심을 품은 박씨는 다시 예전 공범들을 호출했다.
명목은 ‘강씨가 우리의 범행을 알고 있다. 이야기를 하면 우리가 잡힌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공범들 가운데 남씨를 제외한 백씨와 이씨가 부리나케 다시 모였다. 범행과정은 첫 번째 범행과 비슷했다. 다만 납치를 할 때 해병대 출신인 피해자 강씨가 완강하게 저항했던 탓에 한바탕 격투가 벌어졌던 것이 첫 번째와 다른 양상이었다.
하지만 30대 남자가 건장한 20대 청년 세 명을 한꺼번에 상대하기란 무리였다. 강씨는 팔에 묶인 테이프를 끊고 대들어 보기도 했지만 결국 목졸려 숨지고 말았다. 박씨 일당은 첫 번째 범행 직후 사체를 매장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험을 통해 ‘사체를 아예 없애버리면 더 쉽게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노하우를 터득했던 것. 그런 까닭에 박씨 등은 이날 범행 직후 곧바로 사체를 싣고 평택 외곽에 있는 공범 이씨의 외삼촌 집으로 찾아갔다.
이곳에 모인 이들 피의자들은 또다시 강씨의 시체를 태우며 태연히 개고기를 구워먹는 엽기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강씨의 시체를 없앰으로써 또 한번의 증거 인멸에 성공했던 박씨 일당.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이들의 가장 큰 적이었다. 경찰은 용의선상에 올랐던 이들 네 명의 피의자를 개별적으로 심문했다. 물론 여러 가지 수사기법이 동원됐고 이 과정에서 ‘모두 고백했는데 너만 왜 그러느냐’는 유도신문에 결국 한 명의 피의자가 범행 일체를 털어놓고 말았다.
박씨 일당이 사체를 태우면서까지 품었던 완전범죄의 꿈은 그렇게 사라졌다. 최성진 기자 vanita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