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화도로는 빨리 달리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어떤 이들에게는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특히 ‘카섹스족’에게는.
최근 수도권 카섹스족의 새 ‘둥지’로 서울-분당간 도시고속화도로가 뜨고 있다. 과거 카섹스의 ‘명소’로 알려졌던 남산 기슭이나 한강 둔치와 달리 주변 사람의 눈치 보지 않고도 ‘작업’을 치를 수 있는 특이한 환경 때문이다.
이들이 애용하는 장소는 고속화도로변의 정차가 가능한 몇몇 갓길. 한번 도로에 진입하면 종착지까지 쉬지 않고 달리게 되는 고속화도로에서의 운전자 심리를 역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고속주행을 하는 도로변이라 주위를 기웃거리는 행인이나 협박을 일삼는 이른바 ‘메뚜기족’의 방해를 받을 일이 없다는 점이 카섹스족들에게 커다란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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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속화도로는 출퇴근 시간에 붐비지만 다른 때엔 그다지 체증이 없는 도로. 특히 자정을 전후해서는 지나다니는 차가 많지 않다. 은밀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카섹스 애호족’들이 이곳에 몰려드는 것도 이때부터다.
물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카섹스족’들이 선호했던 곳은 남산 드라이브 코스나 한강둔치 주차장, 미사리 조정경기장 주변 등이었다. 인적이 뜸해 은밀한 일을 치르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 그러나 이런 옛 명소들은 이미 몇 차례 언론에 보도돼 세상에 어느 정도 노출된 상태. 이런 곳에선 ‘혹시나’ 하는 생각에 구경을 나온 사람들과 심심찮게 마주치게 마련이다.
차창 밖의 구경꾼들은 카섹스족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불청객들. 하지만 구경꾼들이 ‘사심’없이 훔쳐보기만 하다 지나간다면 그나마 다행. 언제부터인가 연인들간의 은밀한 장면을 촬영해 돈을 뜯거나 협박을 하는 ‘메뚜기족’도 수시로 이런 곳에 출몰하고 있다.
그런 반면 서울-분당간 고속화도로는 세상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처녀지’. 최근 들어 일부 아베크족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유용한’ 갓길의 위치를 알고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카섹스족들이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남녀간의 은밀한 행위를 엿보는 구경꾼이나 ‘메뚜기족’의 끈적끈적한 눈길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 자동차 전용도로이기에 어정거리는 보행자가 없고 다른 운전자들도 멈춰서거나 한눈을 팔 새가 없다.
실제 도로에 진입해 보면 성남이나 분당경찰서 분기점 등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코스다.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거나 잠시 머뭇거렸다가는 곧바로 뒤쪽 차로부터 항의가 들어올 정도다. 달리는 차들이 노변의 카섹스족들에게는 방해꾼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고속화도로 일부 구간을 관할하는 수진2파출소의 한 관계자는 “과거 공원이나 강변 등지에서 카섹스를 하다 봉변을 당한 사람들의 얘기를 몇 차례 들었다”며 “아마 이 같은 노출된 장소에 대한 불안심리가 젊은 사람들을 고속화도로변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다”고 나름대로 해석하기도 했다.
서울-분당간 고속화도로가 젊은 카섹스족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떠오르는 또 다른 이유는 다름 아닌 주변이 트여 있다는 점 때문이다.
언뜻 봐서는 은밀함을 즐기는 카섹스족들에게 부적절한 장소라고 여겨질 법도 한 고속화도로. 그러나 오히려 예전에 카섹스족이 몰리던 폐쇄적인 곳과는 달리 주변이 트여 있다는 점이 젊은 카섹스족들의 발걸음을 유혹한다는 것. 탁 트인 곳이라 스릴감을 맛보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연인들을 위한 인터넷 비공개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이와 비슷한 젊은 카섹스족들의 경험담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자신을 ‘목마른 너구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짙은 선팅이 (우리 모습을) 가려준다고는 하지만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훤히 보인다”며 “오히려 고속화도로의 이런 분위기가 묘한 스릴감을 느끼게 한다”고 적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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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분당간 고속화도로(사진)가 카섹스족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 고 있다. | ||
하지만 서울-분당간 고속화도로가 카섹스족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면서 갓길 주변도로의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접촉사고도 빈번한 편이다. 고속화도로 관할 파출소의 한 관계자는 “경원대 맞은편과 성남에서 나오는 길 등에 갓길이 있어 주차해 있는 차가 많다”며 “그런 까닭에 이곳에서 접촉 사고가 많은 편이다”고 말했다.
물론 갓길에 한두 시간씩 주차하는 차들의 상당수가 카섹스족들의 것. 그러나 ‘현장 단속’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차안에서 벌어지는 농염한 데이트를 막을 만한 적당한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도로교통법 위반이나 경범죄로 처벌하는 것이 전부다.
성남 중부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사적인 부분까지는 손을 대지 못하는 것 아니냐”면서 “갓길 에 주차된 차량 운전자들 가운데엔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어 함부로 단속의 플래시를 들이댔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