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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씨가 아내를 살해하는 장면은 MBC TV <뉴스데스크>에 그대로 방영돼 큰 파문이 일었다. MBC화면캡처 | ||
지난달 31일 흉기를 휘둘러 아내를 살해하고 처남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로 긴급 체포된 민정태씨(가명?9). 택시기사를 거쳐 중장비기사로 일하던 그는 7년 전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고 말았다.
그때의 후유증으로 한쪽 눈은 완전히 기능을 잃었고, 나머지 한 눈은 간신히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도. 민씨는 이 사고로 인해 장애1급 판정을 받았고 이때부터 가족의 생계는 아내 이선자씨(가명?4)가 식당일로 버는 얼마간의 돈으로 꾸려가야 했다. 부부간의 갈등은 이때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경찰에 따르면 일정한 직업없이 답답한 생활을 계속하던 남편 민씨는 바깥에서 활동하는 부인의 행실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의처증도 점차 커졌다고 한다. 다음은 민씨가 경찰에서 주장한 몇 년 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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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 민씨는 아내와의 이혼을 결심하고 상담소에 왔다고 한다. | ||
이윽고 지난해 11월 중순 부부는 별거생활에 들어간다. 당시 남편은 부인의 외도가 문제였다고 주장하고, 부인은 남편의 구타가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후 부인은 지속적으로 이혼을 주장했고, 남편은 반대로 이혼만은 안 된다고 고집했다.
부부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은 지난 6월. 집을 나간 아내가 그때까지 남편이 데리고 있던 아이들을 몰래 데리고간 일 때문이었다. 남편과의 모든 인연을 끊고 싶어 했던 아내는 아이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고자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현행 초등교육법시행령 21조에 따르면 중학생까지는 학교장이 허락한다면 한쪽 부모의 동의만으로 주소를 이전하지 않고 전학을 허락할 수 있다. 반면 고등학생의 경우는 절차가 더 까다롭다.
실제로 아내는 초등학생인 둘째 딸을 전학시킨 뒤 첫째 딸의 전학을 위해 학교를 방문했지만, 학교측에서는 이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다. 원칙에 따라 전학은 양쪽 부모의 동의가 모두 필요하다는 게 학교측의 입장이었다.지난 7월부터 부부가 충남 아동학대예방센터를 찾은 것도 첫째 딸의 학교문제에서 비롯됐다. 상담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먼저 7월5일 이씨와 첫째 딸이 찾아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를 호소했다.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상담소에서는 학교측에 전학을 허락해달라는 공문을 접수시키기에 이른다. 두 번째 상담은 7월9일 남편 민씨와 그의 누이를 대상으로 했다. 여기서 민씨는 “아내와 아이들을 때리기는 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아이들이 같이 살고 싶어하지 않으니 이혼해주겠다”며 아내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사건이 발생한 운명의 7월31일. 이들 부부의 세 번째 상담이 이뤄졌다. 문제가 된 방송뉴스 화면에는 민씨와 그의 아내, 처남만이 등장하지만 이날 상담소를 찾은 사람은 이들 세 명 이외에도 큰딸과 민씨의 동생 등 두 명이 더 있었다. 충남아동학대예방센터 신범수 상담소장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민씨 부부 사이에 별다른 감정 대립은 없었다고 한다.
신 소장은 “이날 1차 상담이 약 1시간30분간 진행됐지만 민씨가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이지는 않았다”며 “다만 민씨가 큰딸에게 ‘아빠가 잘못했다. 같이 살자’고 했을 때, 딸이 ‘엄마가 아빠랑 같이 살아도 나는 아빠랑 못산다’고 울먹이자 그가 착잡한 듯 밖으로 나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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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담소에서 민씨와 아이들을 상담한 내용. | ||
돈 문제로 점점 감정이 상하기 시작한 민씨는 자신이 아내를 어루만지며 달래려고 할 때 처남이 욕을 내뱉자 결정적으로 틀어졌다. 순간적으로 이성과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민씨는 양말 속에 품고 있었던 비수를 꺼냈다. 그리고 십수년간 애증의 대상이었던 아내를 향해, 자신을 ‘배신’한 처남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한 가족이 돌아올 수 없는 비극의 강을 건너는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