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지난 2008년 A 군의 어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A 군과 A 군 남동생(9)을 홀로 키우던 아버지도 지난 2010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가친척들은 A 군과 동생 동생의 거취를 어떻게 할지 가족회의를 열었다.
가족회의 끝에 A 군과 동생은 고모 내외가 돌보기로 했다. 초등학생이었던 A 군은 고모 내외의 보살핌을 받으며 올해 초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중학교에 입학한 A 군은 학교를 잘 나가지 않았다. A 군은 학교에 나가지 않을 때면 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고모 내외는 그런 A 군에게 훈계를 했지만 A 군은 그 때마다 짜증 섞인 반응만 보일 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A 군이 중학교에서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A 군의 보호자였던 고모부가 돌연 사망했다. 고모부 사망이후 A 군을 통제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점점 엇나가는 A 군에게 훈계를 하는 사람은 오로지 고모뿐이었다.
사건 당일인 지난 4일도 A 군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침에 컴퓨터 앞에 앉은 A 군은 저녁시간을 훌쩍 넘긴 밤 9시까지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녁 먹는 것도 잊은 채 게임에 몰두하는 A 군에게 고모는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며 나무랐다.
고모의 목소리가 높아질 찰라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던 A 군이 갑자기 고모에게 달려들었다. 키 170cm에 또래에 비해 덩치가 컸던 A 군에게 고모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고모는 A 군에게 목이 졸려 질식사했다.
A 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A 군은 고모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 자신의 남동생을 한 차례 폭행하고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A 군은 동생이 “못 본 것으로 하겠다. 앞으로 말 잘 듣겠다”며 하소연하자 살려줬다.
A 군은 범행 직후 고모의 휴대전화로 고모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목사 등 지인들에게 “여행을 간다. 나를 찾지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자메시지를 받은 지인 중 한 명이 이를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하면서 A 군의 범행은 덜미를 잡혔다.
그런데 신고를 받고 5일 오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범인인 조카 A 군을 보고 혼란에 빠졌다. A 군이 범법 행위를 했지만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의 소년에 해당하는 ‘촉법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촉법소년의 경우 강력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체포가 아닌 임의동행 형식으로 조사를 한 다음 보호자를 통해 훈방조치 하거나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러나 A 군의 경우 보호자가 모두 사망했고, 극단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어 훈방조치하기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하루 만에 신속하게 조사를 마무리하고 그날 밤 곧바로 대구가정법원에 연락을 취했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대구가정법원은 논의 끝에 A 군을 훈방이 아닌 ‘법원 송치’하도록 했다. 이날 밤 법원은 곧바로 보호 조치 명령을 내려 A 군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했다.
대구가정법원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소년범의 경우 긴급체포나 구속을 할 수 없다. 만약 A 군이 범행을 부인했다면 발을 묶어둘 수 없었을 것”이라며 “ 현재 법원은 이러한 촉법소년을 임시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이를 두고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은 소년법 개정문제에 있어서도 중요한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의 법원 관계자는 “현재 A 군의 동생은 보호시설에 있다. A 군은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짧게는 5주 길게는 2개월에 걸쳐 인성과 가정환경에 관한 조사를 받게 된다. 소년분류심사원의 분류심사서와 수사기록을 통해 심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