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가 관심을 끈 것은 그의 신분이 비구니라는 사실과 더불어 올해 67세의 비교적 적지 않은 나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게다가 신분이 종교인임에도 수억원의 로비자금을 받은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
문제의 박씨는 현재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327-2에 위치한 ‘옥련선원’이라는 비구니 사찰의 주지를 맡고 있다. ‘옥련선원’은 대한불교조계종 직할 교구인 조계사 말사로 알려져 있다. 이 절은 부산 시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규모이며 신도가 많은 사찰.
이 절의 창건 시기와 창건자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기록상 이 절은 통일신라 초기였던 670년 문무왕 시절에 원효대사가 ‘백산사’라 이름을 정했고, 910년에는 최치원이 은둔해 참선했다는 유서가 깊은 고찰이다.
또 지난 98년에는 전통사찰 28호로 지정됐고, 경내에는 옥련회관과 부속 유치원 등이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절에는 약 20여명의 승려와, 3만 5천명 가량의 신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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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비자금을 받아챙겨 변호사법 위반혐의를 받고 있는 비 구니 박씨가 주지로 있는 사찰. | ||
이후 곧바로 지인이 운영하던 백송종건의 회장에 부임, 현재까지 근무했다. 그는 이 회사에 몸담은 이후 공사대금을 가장해 31억원의 공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박 회장은 지난 3월부터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검찰에 줄을 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이때 박 회장은 자신의 부인을 통해 박씨와 만나게 됐다는 것. 박 회장의 부인은 자신이 다니던 옥련선원의 주지인 박씨와 이 문제를 상의했고, 박씨는 ‘법력’을 들먹이며 수사 무마를 자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로비자금을 건네기 전에 백송건설 본사와 불과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옥련선원’과 박씨에 대해 알아보았다. 주변에서는 이 절이 유명 인사가 많이 드나들고 있으며, 박씨도 꽤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백송종건 한 관계자는 “지난 3월경 수사를 받게 된 박 회장이 심적으로 무척 부담스러워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평소 초파일 등 절에 자주 들렀던 회장이 심적 부담 때문에 절에 찾아갔다가 이 일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임직원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개인을 통해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내부 직원들은 언론 보도를 보고 나서야 이같은 사실을 알았다”며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를 알게 되는 과정에 중간역할을 한 박 회장의 부인과 가족들은 사건이 터진 직후부터 집을 떠나 친척집에 기거하고 있어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검찰과 박 회장 주변에 의하면 박 회장과 부인에 의해 9억원의 돈은 4~5차례에 걸쳐 박씨에게 전달이 됐다는 것. 당시 박씨는 “내가 다 알아서 하고 있으니, 진행 상황을 자꾸 알려고 하지 말라”며 번번이 박 회장 내외를 따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수사 결과 로비대금 9억원 중 5억2천만원은 사찰 주위의 땅 구매비용으로, 나머지 3억8천만원은 현찰로 사찰에 있어 압수했다고 전했다.
현재 박 회장은 공금횡령으로, 박씨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된 상태라 ‘묻지마 로비사건’은 웃지못할 해프닝으로 마감돼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