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1급 간부와 직원들을 징계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선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일 <문화일보>는 “국정원이 자체 감찰을 통해 간부와 직원 5∼6명이 이권개입과 향응접대를 받는 등 비위를 저지른 사실을 적발했다”고 처음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보도가 나가기 전부터 여의도 정가에선 지난 1일 국정원이 고위간부와 직원들을 중징계했다는 사실이 ‘은밀히’ 나돌았다. 국정원의 징계조치가 있은 지 불과 2∼3일도 지나지 않아 이 같은 사실이 정가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던 것이다.
당시 정가에 나돌던 국정원 간부와 직원 징계 사연은 이후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정가에 나돌았던 국정원의 ‘감찰 스토리’는 이렇다.
국정원이 해외정보를 담당하는 1차장 산하에 있는 국익전략실의 아무개 실장을 전격 교체했다는 것. 아무개 실장의 부하 직원들이 국정원 내부의 비리나 문건 등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이유에서다. 어디까지나 부하직원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성 징계조치였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무려 20여 명에 달하는 4∼5급 직원들에 대해서도 대규모 징계나 인사조치를 단행했다고 덧붙여졌다.
특히 국익전략실의 한 5급 직원은 외국의 신기술을 국내 기업에 이전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이 같은 비리 의혹을 국정원 내에서도 포착했고, 자체 감찰에 들어갔다고. 감찰 결과, 일부 직원이 내부 문서를 유출한 사실을 적발했고, 그 책임을 물어 아무개 실장 등 20여 명을 징계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같은 얘기가 정가에 나돌면서 보안이 철통같다는 국정원의 1급 간부인 아무개 실장의 실명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국내 최고의 정보력과 보안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국정원의 내부 보안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국정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국정원을 음해하려는 사람들이 과장해서 퍼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체 감찰 결과 일부 직원이 정보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접대를 받은 것으로 적발됐다. 그렇지만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5∼6명이 비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은 앞서 언급했던 아무개 실장을 포함해 3명의 직원을 징계했다는 것. 다만 이번에 징계를 받은 3명보다 많은 숫자의 직원들이 자체 감찰 과정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징계사유에 대해선 “과도한 접대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이권개입이나 비리사건은 아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마디로 정가에서 나도는 얘기처럼 국정원의 내부 비리나 문건 유출 등으로 징계조치를 내리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국정원은 자체 감찰 결과를 토대로 최근 아무개 실장 등을 지방으로 전보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국정원은 지속적으로 내부 정화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번 사안도 접대 등 직원으로서 품위나 위신을 손상한 행위에 해당돼 엄정히 징계 조치한 것”이라며 “앞으로 조직 내부의 엄정한 기강을 확립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가의 한 소식통은 “국정원이 이번 감찰과 징계조치를 계기로 일부 조직에 대한 추가 감찰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실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