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이 나이트클럽은 개장 직전 조폭으로부터 금품이나 직원고용 등과 관련해 잇단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업주는 이에 일절 응하지 않았고 공교롭게도 개장과 함께 두 차례의 ‘테러’를 겪었다.
개업한 첫날인 지난 12월27일, 나이트클럽은 손님으로 찾아온 두 명의 청년이 갑자기 무대로 뛰어올라 악기를 파손하는 바람에 4천여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이틀 뒤인 29일에는 또 다른 두 명의 청년이 은밀히 숨겨 온 오물을 손님들에게 무차별 살포하는 바람에 혼비백산한 손님들이 전부 퇴장해버리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에 업주는 이런 일련의 사태가 조폭들의 압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 신문에 대 조폭 선전포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나이트클럽과 조폭간의 힘겨루기,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지난 12월30일자 부산 지역의 한 일간지에는 눈길을 끄는 광고 한 편이 게재됐다. 내용은 이랬다. “저희 A나이트클럽을 찾아주신 고객 여러분께 2회에 걸친 조직폭력배의 계획적인 난동으로 심려와 불편을 끼친 데 대하여 저희 임직원 일동은 깊이 사과드립니다. 저희 업소는 조직폭력배의 부당한 요구나 협박에도 타협하지 않았으며…(중략) 만약 이로 인하여 저희 업소가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사회정의를 위하여 희생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과연 이 나이트클럽에서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임직원 일동이 이처럼 결연한 의지를 담은 광고까지 실어야 했던 것일까.
▲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 ||
소동은 종업원들의 제지로 이내 종결됐지만 피해는 적지 않았다. 새로 들여온 악기를 포함해 모두 4천3백만원 상당의 피해. 난동을 부린 두 사람을 경찰에 넘긴 업소측에서는 새로 개업한 업소에서 겪을 수 있는 일종의 액땜으로 생각했다. 이는 단지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모른 채.
이틀 뒤인 같은 달 29일. 개장 당일 난데없는 테러를 당한 기억이 채 가시지 않았던 업소측에서는 이날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불미스런 사태를 최대한 막아보자는 일념으로 전 종업원이 똘똘 뭉쳤다. 영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밤 10시 무렵, 마침내 소동이 시작됐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던 거동수상자 두 명이 나타났던 것. 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부산 연산동 일대 조폭들에게는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인물들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종업원들의 시선은 이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눈길이 가는 곳은 이들이 들고 온 스포츠 가방이었다. 그 안에 혹시 흉기라도 감춰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를 염려한 한 관계자는 “클럽 내부가 혼잡해 혹시 분실할 수도 있으니 입구에 보관하라”며 지그시 이들의 가방을 만져봤다. 의외로 물컹한 물체만 느껴질 뿐 흉기로 의심할 만한 딱딱한 물체는 없었다. 안심한 업소측에서는 곱게 가방을 돌려줬다. 이것이 실수였다.
자리에 앉은 이들 두 명의 청년은 얼마간 조용히 술을 마시는 듯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밤 11시께. 뭔가 눈짓으로 의사를 교환한 이들 두 명은 서서히 가방으로 손을 가져갔다. 가방에서 꺼낸 것은 정체불명의 비닐 봉지. 재떨이와 과일 접시에 봉지 안의 내용물을 쏟아놓은 이들은 쏜살같이 의자 위로 올라갔다.
일어선 이들은 이때부터 몸을 좌우로 흔들며 접시와 재떨이에 담긴 내용물을 운집한 손님들을 향해 힘차게 뿌려댔다. 이때 이들의 주변에는 ‘전담 마크맨’들이 포진하고 있었지만 처음엔 이 어처구니없는 ‘퍼포먼스’를 그저 멍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이내 정신을 수습한 종업원들은 이들을 제지했지만 이미 여기저기서 “아악” “이게 뭐야”하는 외마디 비명이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문제의 내용물은 다름아닌 묽은 인분이었다. 이들 두 명의 괴한은 곧 종업원들에게 제압됐지만 이미 십여명의 손님들이 인분을 흠뻑 뒤집어쓴 상태였다. 물론 ‘파편’에 맞은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자신의 얼굴과 가슴, 등에 맞은 물컹한 내용물이 인분이었다는 사실을 감지하면서 이들은 일제히 분노를 폭발시켰다.
일부는 소리를 질러댔고 몇몇 손님은 테이블을 뒤엎었다. 동시에 5백여명이 넘는 손님들이 내뿜는 열기 사이로 묵은 인분 냄새가 은은히 퍼져나갔다. 업소가 아수라장이 된 것은 물론이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인분을 피해 도망치듯 업소를 빠져나갔다. 몇몇 종업원들은 이 와중에서도 손님들에게 술값을 달라고 매달려 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분노한 손님들의 주먹뿐이었다.
세밑 대목의 영업은 어처구니없게도 결국 이렇게 중단됐다. 곧바로 예정돼 있던 연예인 하리수씨의 개장축하 공연이 취소된 것도 당연했다. 이날 하루 이 업소는 손님들이 지불하지 않은 술값과 공연취소로 인한 손실을 합쳐 무려 1억2천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쯤 되자 업소측에서는 이 두 명의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 개장 직전 있었던 조폭들의 협박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 경찰에 이들의 배후에 대한 수사를 강력히 촉구했다. 경찰 역시 최근 클럽에서 벌어진 두 차례의 난동이 조직폭력배에 의해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일 이들 4명에게 나이트클럽에 대한 폭력을 사주한 혐의로 김아무개씨(32) 등 3명을 추가로 검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부산지역 폭력조직 ‘로터리파’의 행동대장 김아무개씨(25) 등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두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4명은 “술을 마시러 갔는데 서비스가 엉망이라 기분이 나빠 소란을 피웠다”며 배후설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 뒤늦게 검거된 3명도 범행 교사에 대해서 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심증은 있지만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는 ‘조폭들의 나이트클럽 습격사건’. 경찰의 향후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