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경찰서는 지난 11일 처제를 성폭행한 뒤 원조교제를 강요한 허완식씨(가명•31)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지난해 11월 미성년자인 처제를 성폭행한 뒤 수십 차례에 걸쳐 원조교제를 시킨 혐의다.
허씨는 또 찜질방이나 목욕탕의 열쇠를 복제한 뒤 이를 이용해 4천6백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허씨가 지난 한 달여 동안 처제를 상대로 벌인 파렴치 행각을 추적했다.
이희수양(가명•17)의 집에 새 식구가 들어온 것은 지난 98년. 언니 희정씨(가명)의 결혼과 함께 남편 허씨가 처가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당시 희수양의 집에선 어머니와 언니 희정씨, 그리고 희수양 등 여자 세 명이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다. 이런 살림에 남자 식구가 한 명 더 늘었다고 해서 큰 변화가 찾아오지는 않았다.
희수양은 어려운 가정 살림을 돕기 위해 고교 진학과 함께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했다. 당시 희수양은 이렇게 주경야독하며 직장생활에서 번 매월 70만원의 월급을 모두 형부 허씨에게 맡겼다. 허씨가 “적금을 넣어주겠다”며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언니의 결혼 뒤에도 어렵기만 한 집안 사정은 서서히 가족간의 갈등과 불신을 낳았다. 특히 허씨와 처제 희수양의 사이가 문제였다. 형부 허씨는 희수양의 사소한 잘못을 그냥 넘기지 않고 가혹한 체벌을 일삼았다.
맨몸으로 가출한 희수양은 무작정 경남 마산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당장 한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채팅을 하던 희수양은 강현섭씨(가명•37)를 만날 수 있었다. 행색이 초라한 희수양에게 강씨는 밥을 사주며 며칠간 함께 지냈다.
희수양이 자신의 나이를 스무 살이라고 속였지만 강씨는 내심 그녀가 나이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며칠 뒤 강씨는 희수양을 타일러 집으로 돌려보냈지만 이미 희수양의 마음은 세상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정이라는 걸 일깨워준 강씨에게 기울어진 뒤였다.
장애 때문에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혼자 지내고 있던 강씨도 이런 희수양을 받아들였다. 둘의 동거는 이렇게 시작됐다. 문제는 이 두 사람이 지난해 11월 중순 양산에 있는 희수양의 집에 인사를 오면서 시작됐다.
오래 전 가출한 막내가 보잘 것 없는 노총각과 함께 살겠다고 찾아오자 식구들은 어이가 없었다. 결국 강씨는 쫓겨나듯 혼자 마산으로 떠났고 끝까지 강씨와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피운 희수양도 “그럴려면 아예 다시 집을 나가라”라는 어머니와 언니의 서슬 때문에 집을 나서야 했다.
호시탐탐 희수양을 노리고 있던 형부 허씨는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집을 나선 희수양을 따라나선 그는 “마산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희수양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웠다. 하지만 허씨가 희수양을 데려간 곳은 다름아닌 마산의 한 모텔이었다.
이날 희수양을 성폭행한 허씨의 파렴치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달 말에는 강씨의 집으로 찾아가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핑계로 희수양을 불러냈다. 희수양을 여관으로 끌고 간 허씨는 그녀를 협박해 원조교제에 나설 것을 종용했다.
다음날부터 희수양은 허씨가 이끄는 대로 채팅을 해서 남자를 유혹해야 했다. 미성년자 신분을 숨기기 위해 허씨는 부인 희정씨의 아이디를 희수양에게 알려주는 치밀함도 보였다. 뭇 남성들은 아무런 대가없이 ‘하룻밤’을 제안하는 희수양에게 끌려 여관으로 향했지만 쾌락의 끝에는 허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이런 식으로 희수양과 성관계를 맺고 나오는 남성들을 위협해 모두 10여 차례에 걸쳐 금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경찰은 허씨의 수첩에 30명이 넘는 남자들의 인적사항이 적혀 있는 점으로 미루어 실제로 피해를 입은 남성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어린 처제를 상대로 몹쓸 짓을 일삼던 허씨의 범행은 엉뚱한 일로 드러났다. 희수양을 이용한 범행과는 별도로 허씨는 지난해 12월12일 부산의 한 목욕탕에서 미리 복사해둔 열쇠로 옷장을 열어 손목시계와 현금 3백여만원을 훔치는 등 모두 10여 차례에 걸쳐 4천6백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기도 했다.
이런 범행에 이용하기 위해 지난해 11월20일에는 울산시 모 주차장에서 승용차를 훔친 뒤 자신의 승용차 번호판을 달고 다녔다. 그러던 지난 7일 이 승용차 안에서 잠을 자다 이를 수상히 여긴 부산 동래경찰서 형사들에게 발각됐던 것.
허씨가 그동안 처제를 상대로 벌인 파렴치한 행각은 결국 그제서야 제동이 걸렸다. 허씨의 수첩 속 남자 인적사항 등이 단서가 돼 그의 갈취행각이 드러났던 것. 한편 허씨는 경찰에서 처제를 상대로 성폭행을 벌인 사실과 원조교제 주선 부분에 대해서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