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의 자살 원인에 대해 유가족들은 “김씨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평소 정신병원을 다닐 정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세청측은 “가정생활이 원만하지 못했다”는 직원들의 증언을 제시하며 유가족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자살한 김동규씨는 지난 76년 9급공채를 통해 세무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후 그는 주로 서울소재 지방국세청의 일선 세무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김씨에게 뜻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99년 서울지방국세청 재산세국 조사관으로 근무하던 때였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김씨는 젊은 사람 가운데 골프회원권을 소유하고 있는 사례를 파악해 세무조사를 벌였다는 것. 그러나 이 세무조사는 예기치 않게 B조세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던 이아무개 교수에 의해 벽에 부딪히게 됐다.
이 교수가 자신이 발행하는 세무관련 전문 S월간지에 게재된 ‘납세자 권리헌장 팔아 공갈치는 국세행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씨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었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법적 행태가 벌어졌다’는 것이 이 기사의 주된 내용이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김씨는 기사에서 함께 언급된 동료 직원 두 명과 같이 이 월간지의 발행인이자 기사 작성자인 이 교수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교수 역시 김씨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맞고소하며 사태는 확대됐다.
자살 동기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김씨의 동생 동찬씨(55)에 따르면 이 교수는 세무서장을 지낸 전직 세무공무원으로 국세청 안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이었는지 김씨와 함께 소송을 진행하던 두 명의 직원은 주위 사람들의 충고로 이내 소송을 포기했다.
반면 김씨만은 ‘고소를 취하하라’는 직장 상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집을 끝까지 꺾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 가족들은 이 일을 계기로 그와 국세청 동료들의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01년 9월14일 형사사건에서, 지난 2002년 7월10일 민사소송에서 이겼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결과에 관계없이 소송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 99년 9월1일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강동세무서로 발령받았다.
동찬씨는 “일단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 이기든 지든 옷을 벗는 것이 그 쪽(국세청)의 관례였던 것 같다”며 “결국 소송에 따른 직장 내에서의 스트레스는 심한 우울증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때문에 동생을 정신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다이어리는 이 교수와의 소송사건 이후 그의 심리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 다이어리에 지난 2000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3쪽 분량의 메모를 남겨놓았다.
2000년 5월31일 ‘정체불명의 자동차가 계속 따라와 일찍 귀가’, 2001년 6월9일 ‘이상한 전화, 언제까지 이런 전화가 오냔 말이야 참 이상해’, 같은 해 10월1일에는 ‘free from terror’(테러로부터의 자유) 등의 내용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다이어리에 등장하는 3개의 전화번호는 각각 경기도 성남에 있는 고물상, W은행 강남지역 지점, 소규모 공장의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김씨와 전혀 상관없는 곳들이었다.
6개 가량 등장하는 차량 번호도 마찬가지였다. 차적조회 결과 1개를 제외하곤 전부 존재하지 않는 차량번호였다. 나머지 하나는 김씨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던 K은행 지점장의 차량번호. 결국 김씨는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오고 있던 차량이 자신을 미행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이 교수와의 소송에서 빚어진 직장 내에서의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불러왔고, 결국 김씨를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는 것이 유족들의 주장이다.
반면 국세청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김씨와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뿐더러 인사 문제 역시 불이익은 없었다는 것. 김씨가 숨지기 직전까지 근무하고 있던 국세청 조세박물관 기획단 파견근무는 지난 2001년 10월 본인의 신청에 의해 이뤄졌으며, 오는 3월로 예정된 우수공무원 표창 사실도 본인이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숨진 김씨는 평소 동료들과의 관계도 원만했고 문제의 소송도 모두 승리해 자살로 이어질 사안은 아니었다”며 “소송이 끝난 뒤에도 본인 스스로가 ‘홀가분하다’며 동료들과 어울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결국 자살은 개인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게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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