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밝혀진 유일한 사실은 이들이 ‘타살’되었다는 것뿐. ‘저체온사’라는 경찰의 초기 발표를 뒤집고 경북대 법의학팀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내린 결론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재 용의자 대상을 좁히기 위해 타살 흉기를 찾는데 수사력을 쏟고 있다.
당초 법의학팀이 지목한 타살 흉기는 개인이 개조한 산탄 공기총이나 그와 비슷한 총기류. 그러나 현재 경찰은 공기총류의 사용 가능성을 수사 대상에서 배제한 상태다.
더구나 경찰은 법의학팀이 감정 결과를 발표하기 한 달여 전에 이미 ‘타살’ 가능성을 법의학팀 교수로부터 귀띔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일 오후 경북대 법의학교실에서 만난 채종민 교수는 주목할 만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타살을 확신한 것은 지난해 10월10일경이었다. 개인적인 소견을 전제로 ‘타살’을 수사 관계자에게 전했다. 감정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 수사에 도움이 될까 해서였다.”
경북대 법의학팀이 유골 감정 결과를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해 11월12일. 발표 한 달전에 경찰은 법의학적인 근거가 있는 ‘타살’ 가능성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셈이다. 경찰이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언급했던 유골 발견 초기 시점으로부터 불과 보름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채 교수는 “개인적으로 ‘타살’을 확신했으며 경찰 관계자에게 귀띔해 준 얘기는 한 달 뒤 공식발표 내용 그대로였다”면서 “산탄 공기총을 개조한 발사류의 흉기가 살해도구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그때 이미 언급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그러나 “경찰 관계자가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당시 채 교수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전해받은 경찰 관계자는 대구지방경찰청 A계장과 달서경찰서 B과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B과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채 교수가 아이들이 타살됐을 가능성이 많다고 하더라’는 전화를 A계장으로부터 받았다”며 “그때가 (법의학팀의) 공식발표 한 달 전쯤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충격적인 얘기였으며 A계장을 만나 앞으로 어떻게 수사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상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당시 수사본부장이었던 홍순원 대구지방경찰청 차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한 것은 그로부터 며칠 지난 뒤였다.
A과장은 “(이 얘기를 듣고) 처음 며칠 동안은 상부에 보고를 안했다”며 “당시는 수사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언론에 보도되던 때여서 타살 가능성마저 언론에 유출되면 곤란했던 상황이었다. 보고가 늦어진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며칠 뒤에 보고를 하니 차장님도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며 “차장님께서 보고를 받은 뒤 ‘산탄 공기총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 보라’고 지시했으며 이를 비밀리에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본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공기총에 대한 수사 방침을 전달받지 못했으며 살해 도구로 산탄 공기총이 사용됐을 가능성을 형사들이 처음 안 것은 신문기사를 보고 나서였다”고 말했다.
이 형사가 언급한 신문기사는 지난해 11월8일자 지방지 ‘ㄷ신문’ 기사. 법의학팀의 감정 결과 발표를 나흘 앞둔 시점에 보도된 이 기사는 “경북대 법의학팀이 타살로 보이는 특이한 점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이 공기총 소지자를 수사하는 등 타살 가능성에 수사력을 집중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경찰이 외부에 쉬쉬해 온 ‘타살 가능성’이나 ‘공기총 실험’ 등은 수사본부 형사들도 모른 채 언론에 보도된 셈. 그러나 현재 경찰은 범행 흉기 대상에서 ‘산탄 공기총류’를 제외하고 있다.
A과장은 “다양한 물질을 탄환으로 사용해 수차례 실험했지만 산탄 공기총이나 유사 총기류로는 유골에 난 상처와 같은 모양의 흉터가 나지 않았다”며 “산탄 공기총이 범행 흉기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은 지난해 11월 말 무렵”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수사본부가 4천만원의 현상금을 내걸며 배포한 신고 포스터에는 여전히 범인을 ‘공기총과 유사한 발사체를 사용한 사람’으로 밝히고 있다. 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 초순과 12월 중순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만여 장의 포스터를 배포했다.
그렇다면 지난 5개월 동안 경찰 수사는 어디까지 진전됐을까. 전체적으로 보면 경찰 간부 5명과 41명의 형사들로 꾸려진 수사본부의 수사 방향은 ▲범행 도구 ▲목격자 ▲용의자를 찾는 데 나뉘고 있다.
수사력을 가장 많이 쏟고 있는 것은 역시 범행 흉기를 찾는 일. 경찰은 대구 시내 공구상 밀집거리를 시작으로 시내 건재상을 모두 뒤지고 있으며 성서공단 내 기업체의 개조공구까지 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용의자를 좁혀 나가려면 범행 도구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아직까지 어떤 단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격자를 찾는 일도 역시 수사 대상. 수사본부는 사고 당시 인근에 살고 있던 4백60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당 1∼2명씩 탐문 수사를 마쳤다. 수사 관계자는 “결혼 취업 등으로 외지에 나간 사람까지 찾아가 12년 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또 사건 발생 추정시기를 전후해 인근 성서공단에서 갑자기 행방을 감춘 사람이나 당시 근처 중고등학교에 다녔던 불량 학생들의 신원도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수사를 토대로 지금까지 용의선상에 올랐던 사람도 몇몇 있었다. 수사본부 A과장은 “언론에 공개된 사람 이외에도 경찰이 탐문 수사를 통해 몇몇 용의자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중 가장 유력하게 혐의를 받았던 사람은 개구리 소년들을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 그러나 A과장은 “그는 나중에 혐의를 거의 벗었으며 현재로서는 뚜렷한 용의자는 없다”며 “더 이상의 내용은 수사 기밀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현재 휴일에도 전원 근무를 하고 있으며, 지난 2월6일 경찰 정기인사에서도 수사본부는 인원 변동없이 수사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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