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의원 창·YS 방문 설왕설래

지난 7일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서울 옥인동 이회창 전 총재 자택을 방문했다. 이 의원은 “지금의 한나라당을 만든 원로들을 만나 어떤 노선으로 가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고자 한다”며 옥인동 방문의 이유를 밝혔다.

당초 이 의원의 방문 계획이 알려지면서 이 전 총재측에서 ‘만남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최근 박근혜 대표를 겨냥해 공개적인 당내 투쟁을 선언한 이 의원과의 회동이 자칫 ‘반 박근혜’전선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의원측은 “(이 전 총재가) 이 의원과의 만남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현재 한나라당 흐름이 이 전 총재가 주도하던 때와는 너무 다르다. 이런 현실에 대해 논의하고 싶어했던 이 의원의 요청에 이 전 총재가 흔쾌히 응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7일 옥인동을 방문한 이 의원은 이 전 총재와 차를 마시며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 의원은 이 전 총재를 방문한 다음날인 지난 8일 서울 상도동의 김영삼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았다. 김 전 대통령 역시 이 의원의 면담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는 것이 이 의원측 설명이다. 이 전 총재와 김 전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의원측은 “지금 한나라당이 박근혜 대표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질 정도인데 이런 상황을 본 두 원로들이 무척 안타까웠을 것”이라며 면담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이 전 총재와 김 전 대통령을 면담한 이유에 대해 이 의원측은 “그분들은 군사정권하고 관계없는 분들이다. 한나라당의 뿌리는 유신정권이 아닌 김 전 대통령과 이 전 총재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 분들에게 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한 자문을 구하러 찾아간 것은 시기상 당연한 일”이라 밝혔다.

이 의원은 이 전 총재와 김 전 대통령을 방문하기 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한나라당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글을 올렸다. 한나라당 내에는 민주개혁 세력과 수구보수 세력이 공존해왔는데 민주개혁 세력의 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총재로 이어졌으며 현재는 군사정권을 기반으로 한 수구보수 세력의 대표주자인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즉, 민주개혁 세력의 계보를 이어받은 이 의원 자신이 박 대표에 맞서는 명분을 스스로 내건 셈이다. 이 전 총재와 김 전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한나라당의 뿌리가 박 대표 계보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는 비주류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박 대표에게 맞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김 전 대통령이나 이 전 총재 모두 상징성은 크지만 이미 한나라당에 대한 영향력이 거의 없는 분들이다. 오히려 이 의원이 비주류로서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라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