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구인광고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에 구인광고를 낸 다음 이를 보고 찾아온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친 뒤 살해하려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최근 인터넷을 통한 구인광고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네티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 조직폭력특별수사대는 지난 19일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구직자를 모집한 뒤 이들 명의로 차량을 대여한 뒤 판매한 혐의로 오영준씨(가명·28)와 고민석씨(가명·19)를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전남근씨(가명·26)를 전국에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 정씨의 입을 막기 위해 그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애초 구직자를 모집할 당시부터 ‘용도폐기’ 후에는 살해할 목적이었다는 점. 만약 이번에 범인이 경찰에 검거되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얼마든지 더 생길 수 있었다.
‘이런 재수없는 경우를 봤나….’
지난해 11월 중순 충남 아산경찰서에서는 20대 청년이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대고 있었다. 이 청년의 이름은 고민석(가명)이었다.
지난해 11월 뚜렷한 직업이 없어 일감을 찾고 있던 고씨는 직업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를 일일이 검색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눈길을 끄는 광고가 있었다. “렌터카 업체에서 차량을 빌려 인도해주면 15만원을 지급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였다.
직업이 없어 빈둥거리던 그로선 간단한 심부름만 해주면 곧바로 얼마간의 현금을 쥘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광고를 낸 사람에게 곧바로 연락을 해 선발되는 ‘행운’을 얻었다.
고씨는 약속한 대로 렌터카 업체에서 빌린 차량을 의뢰자들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이 일을 처리한 후 고씨는 약속한 보수를 한푼도 못받고, 오히려 광고를 낸 사람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고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광고를 낸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고씨는 복수심에 엉뚱한 음모를 꾸미게 된다. 자신이 당한 피해를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되갚아 주자는 것이었다.
고씨는 먼저 인터넷을 통해 ‘사업을 같이해보자’는 광고를 내 공범을 끌어들였다. 광고를 보고 오씨와 전씨가 찾아오자 고씨는 범행계획을 밝히고 동참을 제안했다.
고씨의 계획은 먼저 인터넷 구직자 광고를 통해 구직자를 모집한 뒤 구직자 명의로 수도권 및 강원도 일대 렌터카 업체에서 차량을 빌려 은밀히 팔아 치운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고씨의 제안에 두 사람은 흔쾌히 승락했다.
물론 차량이 정상적인 경로로 유통된 차가 아니기 때문에 파는 것도 정식 허가절차를 밟아 파는 것이 아닌 속칭 ‘대포차’라 불리는 방식으로 팔기로 했다.
일단 공범을 모으는데 성공한 고씨 등은 즉각 실행에 들어갔다. 고씨는 나중에 구직자들이 이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할 것에 대비해 범행에 이용한 구직자들을 나중에 모두 죽이는 무서운 계획을 세웠다.
고씨 등이 이 계획에 따라 인터넷 게시판에 구인광고를 게재한 것은 지난 1월9일. 물론 이들은 가명의 ID를 사용했고 신원정보를 알 수 없는 속칭 ‘대포폰’ 번호를 자신들의 연락처로 남겨 놓았다.
이들의 휴대폰이 울린 것은 그로부터 약 보름 뒤. 어려운 형편에 일자리를 구하고 있던 정홍민씨(가명·26)가 이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고씨 등은 정씨에게 “렌터카 업체로부터 차량만 빌려오면 대당 15만∼20만원씩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말에 따라 정씨는 고씨 등과 함께 강원도, 수도권 일대를 돌며 렌터카 업체 4곳에서 모두 4대의 고급 승용차를 빌려 이들에게 넘겨줬다.
애초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고씨 등 피의자 일당이 일주일 넘게 동행을 요구하며 계속 차를 빌려오라고 하자 정씨는 이들에게 의심을 품게 됐다. 자신이 빌려온 차는 어디로 사라지는지도 궁금했다. 물론 이 차량들은 고씨 등이 은밀히 연락을 취한 사람들에게 대당 1백50만∼2백만원을 받고 팔아넘긴 뒤였다.
이런 상황을 알 턱이 없었던 정씨.“내가 빌려온 차들은 어디 갔어요?” 점점 불안해진 정씨가 궁금증을 참지 못해 일당에게 따지듯 물었다. 지난 1월30일의 일이었다. 갑작스런 정씨의 물음에 서로 눈치만 볼 뿐 피의자 일당은 말이 없었다. 이날 밤 피의자들은 잠시 정씨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머리를 맞댔다.
“정씨에게 돈을 줄 수는 없는 일이고, 그냥 내버려 두면 경찰에 신고할 수 있으니 죽여서 고속도로 주변 골짜기에 버리자.”
이날 정씨의 반응을 지켜본 고씨 등 피의자들은 마침내 그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계획대로 이들은 같은 달 31일 새벽 준비한 수면제를 피로회복제로 속여 정씨에게 먹였다. 그 후 정씨가 잠들자 고씨 등은 그를 인적이 뜸한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부근으로 끌고 가 정씨를 마구 때린 뒤 목을 조르는 등 살해를 기도했다.
하늘이 도왔을까. 때마침 정신이 든 정씨는 “살려달라”며 고씨 등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이에 잠시 마음이 약해진 피의자들은 “정 그렇다면 살려는 주겠다. 대신 만약 신고를 하게 되면 교도소를 다녀온 뒤 가족들을 몰살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놓곤 정씨를 풀어줬다.
그러나 이들로서는 이것이 실수(?)였다. 경찰의 정보망에 이들이 저지른 범행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한 것. 결국 고씨와 오씨는 지난 15일 살인미수 및 특수강도 혐의로 검거되기에 이른다. 달아난 공범 전씨도 현재 같은 혐의로 수배중이다.
수사를 담당한 강원지방청 조폭수사대 관계자는 “그나마 이 사건의 범인이 일찍 잡혔기에 망정이지 만약 아직까지 검거되지 않았더라면 몇 명이 더 희생됐을지 모를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에 붙잡힌 고씨는 “형편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나 그 가족들에게는 미안하다”고 때늦은 후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