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는 <개그콘서트>의 ‘닭치고’ 코너에서 공동대표의 횡령사건을 개그로 승화하기도 했다. 사진은 SBS <한밤의 TV연예> 방송화면 캡처.
코코엔터는 국내 연예기획사 가운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곳이다. 2011년 5월 설립된 이 회사는 김준호가 매니지먼트 부문 대표를 책임지는 체제 아래 김대희 김원효 김영희 박나래 양상국 등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거의 모든 개그맨이 소속돼 있었다. 이들은 KBS 2TV <개그콘서트>의 거의 모든 코너에 출연하며 사실상 이 프로그램을 주도해왔고, <인간의 조건>이나 <풀하우스> 등 KBS의 또 다른 간판 프로그램에 대거 참여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했다.
탄탄한 듯 보였던 코코엔터가 한순간에 위기로 내몰린 결정적인 이유는 회사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 주주 김우종 대표의 횡령이다. 그는 자신이 책임지던 회사의 돈을 빼내 11월 말 미국으로 출국했다. 회사 개그맨들과 직원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김 대표는 코코엔터 외에 그 계열사인 코코에프앤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레스토랑 제시카키친의 대표도 함께 맡고 있었다. 지난 6월 제시카키친을 매입한 이후 4개월간 매출 18억 원에 영업적자 6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 전액 손실은 물론 적자까지 떠안게 되면서 11월 결국 영업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146명의 직원은 총 2억 5000만 원의 임금이 체불된 상태다. 또한 폐업으로 인해 이곳에 식자재를 납품한 또 다른 업체 아워홈도 약 3억 원의 납품대금을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코엔터는 김 대표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경찰은 자금난이 심각하자 회사 돈을 챙겨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가 챙겨 달아난 돈에는 소속 연예인의 출연료와 매니저 등의 월급까지 포함돼 있었다.
코코엔터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몇 년간 해온 수억 원의 횡령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 자료들을 영등포경찰서에 제출했다”며 “김 대표는 회사 자금을 추가로 횡령해 해외 도주하면서 연기자와 직원들의 급여가 지급되지 못했다. 주요 주주들과 계열사 및 직원, 연기자들에 대한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김 대표가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란 점에서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코코엔터는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매니지먼트사의 설립과 폐업이 비교적 잦은 연예계에서 코코엔터가 유독 시선을 모으는 이유는 회사의 이끌던 공동대표가 개그맨 김준호였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가 처음 설립된 2011년부터 매니지먼트 부문 대표를 맡고, 후배 개그맨 영입과 프로그램 섭외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소속 개그맨 대부분이 김준호와의 인연으로 코코엔터에 둥지를 틀었다.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에 이 회사 개그맨들이 유독 자주 출연할 수 있던 영향력도 김준호로부터 나왔다는 게 방송가의 시선이다.
코코엔터 홈페이지. 소속 개그맨 절반이 떠난 상태다.
하지만 일부에선 김준호가 회사의 파산 절차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회사 임원진의 회생 절차 제안을 그가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코코엔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와전된 이야기”라고 선을 그으며 “김준호는 후배 개그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김준호가 자신을 믿고 따르는 후배 개그맨들과 회사를 함께 떠나 제3의 곳으로 이적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준호는 그동안 여러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회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지난 10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회사를 이끌어가는 방침은 휴머니즘”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회사 대표로 활동하며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기획해 현재 집행위원장까지 맡는 등 왕성하게 일해 왔다.
김준호가 이처럼 회사에 애정을 쏟은 이유는 한 차례 위기를 겪은 뒤 맞은 두 번째 기회였기 때문이다. 2009년 불법 도박 사건에 연루됐던 그는 방송활동을 중단했고 1년간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 속에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렵게 다시 연예계로 돌아온 그는 <개그콘서트>의 성공을 이끌었고 그 공로로 현재 KBS의 간판 프로그램 <해피선데이> ‘1박2일’에도 출연하고 있다. 2013년에는 KBS 연예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준호가 지닌 ‘상징성’으로 인해 코코엔터의 존폐는 그의 잔류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소속 개그맨 가운데 김지민 이국주 등 절반이 코코엔터를 떠났고, 계약기간이 남은 일부는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해지를 요구한 상태다. 남은 직원 대부분은 12월 31일자로 퇴사 처리될 예정이다. 김준호마저 떠난다면 코코엔터는 그대로 폐업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