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바람을 피우자 아들과 공모해 아내와 내연남을 납치해 폭행하고 금품까지 빼앗으려던 남편이 경찰에 구속됐다.
청주 서부경찰서는 집나간 아내와 내연남을 쇠사슬로 묶어 여관에 감금한 뒤 금품을 빼앗으려 한 혐의로 박용현씨(가명·44)를 지난 6월20일 구속했다.
부인 김현민씨(가명·33)가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며 벌어오는 수입에 의존해서 살던 박씨는 얼마 전 아내가 손님으로 만나 알게 된 윤정환씨(가명·33)와 바람이 나면서 집을 나가자 이에 격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는 것.
지난 5월 초 충북 청원군의 한 마을. 건장한 체구의 학생이 열심히 역기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그때 대문이 끼이익 열리며 마당에 굵은 음성이 울렸다.
“야 이놈아, 너는 지금 이 판국에 역기가 들리냐. 바람난 니 엄닌 찾을 생각도 안 하는겨?”
40대 남자가 다짜고짜 역기를 들어올리는 학생을 꾸짖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간 것은 사실이었다.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 것도 사실이었다. “안되겄다. 너 나랑 바람난 너 엄니 찾으러 다니자.” 사실 바람도 바람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생계였다. 최근까지 가족의 수입은 집나간 김씨가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며 벌어오는 3백여만원이 전부였다.
“그럼 학교는유?”
“이 지각없는 놈아, 이 마당에 학교가 문제여?”
이때부터 박씨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아들 민구군(가명·17)를 데리고 아내 김씨를 찾아 다녔다. 물론 민구군의 학교는 안중에도 없었다. 일단 박씨는 아내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조사하기로 했다. 다행히(?) 부인 김씨가 사용하던 휴대폰은 박씨의 명의로 돼 있던 탓에 통화내역을 뽑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난 5월9일 평소 가깝게 지내던 여자를 시켜 번호의 주인공 윤정환씨를 청주시 흥덕구의 한 편의점 앞으로 불러냈다. 마침 윤씨는 박씨의 아내와 함께 편의점 근처 노래방에 있던 터. 두 사람을 차 안으로 끌고 온 박씨 부자는 윤씨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민구 아부지, 이러다 사람 잡겄시유.”
이 말에 더 화가 난 박씨는 아내까지 사정없이 폭행했다. 분이 풀릴 때까지 바람난 남녀를 폭행하던 박씨는 윤씨가 5월 말일까지 5백만원을 마련해 준다고 하자 그제서야 윤씨를 풀어줬다. 아내 김씨는 철물점에서 쇠사슬을 구입해 방안에 묶어뒀다.
아내 김씨로서는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다. 윤씨에게 5백만원이라는 돈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감시는 소홀해졌다. 마침내 지난 6월2일 김씨는 또다시 ‘탈출’을 감행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내가 사라지자 박씨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다시 윤씨에게 전화를 해봤다. 물론 얼마전 크게 당한 경험이 있는 윤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곳저곳 수소문하며 도망간 남녀를 찾아봤지만 행적은 묘연했다.
지난번에 통화내역을 뽑아 ‘재미’를 본 박씨는 이번에도 단박에 통화내역을 발급받아 의심가는 상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집을 나간 직후 통화한 유일한 번호가 포착됐다.
지난 5월9일 그랬던 것처럼 박씨는 먼저 전화를 걸어 번호가 청주시 흥덕구에서 N호프집 전화번호라는 사실을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