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경위는 이렇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 2001년 7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자신의 집에서 애인과 세차례에 걸쳐 촬영한 성관계 비디오를 보관해 오다 지난 13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광고를 올려 판매하려 한 혐의로 정득현씨(가명·29)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유흥업소 웨이터로 일하면서 5천만 원 가량의 빚을 지며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자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것.
애초 정씨가 애인 이현애씨(가명·29)와 적나라한 성관계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촬영할 마음을 품었던 것은 일종의 호기심 때문.
실제로 문제의 성관계 동영상이 촬영될 당시만 해도 두 사람 사이는 평범한 연인관계였다.
▲ 경찰이 용의자 정씨의 집에서 압수한 ‘셀프카메라’포르노 비디오의 원본. | ||
20대의 남녀가 함께 생활하다보니 육체관계도 자연스럽게 따랐지만 동거생활이 반 년 넘게 지나자 두 사람의 관계에 권태가 찾아왔다.
지난 2001년 7월 어느날 이씨보다 먼저 집에 귀가한 정씨는 아무 생각없이 침대에 누웠다. 그때 정씨의 눈에 띈 것이 얼마전 선배에게 선물로 받은 캠코더. 캠코더로 집안 구석구석을 촬영해보던 정씨는 문득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로 자신이 직접 포르노 영화의 주인공이 돼보는 것.
정씨는 이씨 몰래 캠코더를 침대 아래쪽 TV 옆에 설치한 뒤 성관계 도중 이씨 몰래 캠코더를 작동시켜 촬영했다. 나중에 캠코더를 재생해 본 이씨는 두려움이 생겼다. 정씨는 비록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기는 했지만 당시만 해도 이 동영상을 판매할 생각까지는 결코 없었다.
정씨는 이후에도 두 차례에 걸쳐 더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 같은해 12월 촬영한 마지막 ‘작품’에서는 아예 성관계 도중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먹구름이 낀 것은 성격 차이였다. 정씨는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반면, 이씨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정씨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것.
게다가 자신의 생활에 사사건건 참견하며 잔소리를 해대는 정씨가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두 사람은 결국 지난해 1월 이씨와 크게 다툰 정씨가 그녀의 친오빠를 찾아가 “현애가 어떻게 사는지 아느냐. 술집에서 몸을 팔고 다닌다”며 이씨의 ‘전력’을 폭로한 것을 계기로 영영 갈라서고 말았다.
순간 정씨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자신에게 배달되기 시작한 이메일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 이메일이란 “자체 제작한 음란 동영상을 판매합니다” “직접 찍은 비디오 팝니다” 따위의 스팸메일이었다.
유흥업소 웨이터 생활을 하며 아가씨 두 명의 빚보증을 서준 것이 잘못돼 5천만원의 빚을 떠안게 된 정씨로서는 당시 단돈 몇십만 원이 아쉬운 형편이었다. 생활비 등으로 긁어댄 카드빚도 1천만 원 가까이 육박하고 있었다.
이에 정씨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청계천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갔다. 이 커뮤니티에 회원으로 가입한 그는 지난 13일 “제가 직접 찍은 애인과의 셀카·몰카 팝니다”라는 글을 올려놓았다. 이 글을 본 인터넷 음란사이트 운영자가 연락해오면 자신과 여성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조건으로 판매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광고가 인터넷 음란사이트 운영자 대신 경찰의 눈에 먼저 띄게 되면서 정씨의 시도는 단 하루만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정씨는 경찰에서 “이같은 일이 죄가 될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