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 이르는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등을 사들인 강남 일대 사모님들 가운데는 전직 고위공직자와 유명 정치인, 재벌기업 오너 등의 부인이 포함돼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보석을 산 일이 없다”고 부인해 경찰 수사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으로 부유층 사모님들이 그동안 어떤 ‘은밀한 루트’를 통해 고가 보석을 구입했는지 백일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2일 보석상으로부터 보석을 건네받아 사회지도층 인사의 부인들에게 판매한 뒤 중간에서 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N생명보험 설계사 김아무개씨(여·52)를 구속했다. 김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과 사문서 위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김씨는 서울 강남의 R호텔 지하에 입주해 있는 보석가게 ‘J’의 이아무개 사장(여·48)으로부터 지난 2001년 12월부터 9억6천9백50만원어치의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등을 건네받아 고관대작 사모님들에게 ‘은밀히’ 판매해왔다. 하지만 김씨는 보석 판매 대금 가운데 6억3천여만원을 피해자 이씨에게 지불하지 않고 중간에서 횡령했다는 것.
이에 이씨는 김씨를 고소해 쇠고랑을 차게 했다. 이씨는 소장을 통해 “김씨가 강남 일대의 부유층뿐만 아니라 전직 고위공직자 및 정치인 부인들에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르는 보석을 팔았으나, 대금을 입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결과 피의자 김씨는 위조한 통장 사본을 보석상 이씨에게 보이면서 판매대금이 제대로 입금된 것처럼 속였다. 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2001년 12월부터 최근까지 17차례에 걸쳐 보석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김씨로부터 보석을 사들인 사람들 가운데 ‘범상치 않은 사모님’ 4명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때 여당 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유명 정치인 K씨의 부인 L씨는 피의자 김씨가 보석 중개 판매상으로 첫발을 내디딘 지난 2001년 12월, 5.23캐럿 다이아몬드를 9천7백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L씨에게 받은 보석대금 중 4천7백만원을 자기 주머니에 챙긴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졌다.
그리고 지난해 1월에는 L그룹 경영인의 부인도 김씨로부터 다이아몬드 3.01캐럿(4천8백만원)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현역 국회의원 P씨의 전 비서도 지난해 1월16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18.35캐럿 사파이어(6천8백만원)와 다이아몬드 등 1억1천8백만원어치를 구입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낸 L씨의 부인 J씨는 지난해 3월13일, 1억5천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와 9천만원 상당의 사파이어 등 모두 2억4천만원어치의 보석을 한꺼번에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J씨는 김씨의 ‘최우수 고객’으로 꼽혔다. 그런데 J씨는 보석을 사들일 당시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고 대외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게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겉으로는 회사 경영문제로 ‘앓는 소리’를 했지만, 안으로는 은밀한 거래를 통해 고가의 보석을 사들였던 것으로 밝혀져 수사 관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밖에 소장에는 ‘방배동 아줌마’ ‘압구정동 아줌마’ 등 강남 일대 부유층 사모님 10여 명과의 거래 내역이 기록돼 있다. 이들도 ‘빵빵한 재력’을 갖춘 사모님들로 ‘부의 축적’ 수단으로 명품 보석을 사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의자 김씨로부터 보석을 구입한 ‘사모님들’은 한결같이 보석 매입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담당 형사는 “피의자 김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보석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사모님들에게 전화했는데, 모두 다 ‘보석을 산 적이 없다’며 펄쩍 뛰었다”라고 전했다. 더군다나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라며 씁쓸해했다. 보석을 ‘판 사람’은 있는데, 정작 ‘산 사람’은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
피의자 김씨에게 보석을 건네주고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 이씨는 이번 사건의 파문이 커지자, 급기야 가게문을 닫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다.
수사 관계자는 “‘나까마(브로커)’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챈 것도 문제지만 이들을 통해 부유층에 보석을 팔아온 사실도 떳떳한 일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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