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곳이 최근 동성애자의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L사우나. 이곳에서는 지난달 동성애자가 남자 손님에게 성추행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업소는 사건이 발생한 후 내부공사를 이유로 임시휴업을 한 상태. 업주에 따르면 비슷한 사건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수면실의 칸막이를 없애고, 어두운 조명을 밝게 조정하고 있다는 것.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 강남에 위치한 K사우나 등 이름이 알려진 유명 업소들은 때밀이를 시켜 정기적으로 사우나 내 수면실이나 휴게실, 욕탕 등을 수시로 순찰을 돌게 하는 웃지 못할 장면까지 연출되고 있다.
지난 8월27일 밤 9시 신촌 로터리 인근의 D사우나. 이곳은 동성애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곳으로 유명하다. 취재중에 만난 동성애자들에 따르면 이곳은 수면실이 어둡고 손님들의 출입도 덜한 편이라 은밀한 관계를 갖기에 적합하다는 것. 때문에 ‘번개모임(짧게 쾌락을 즐기는 것)’이나 정기모임 장소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동성애자들의 첫 접선 장소는 이 사우나 건물 지하에 있는 PC방. 이곳에서 1차로 안면을 튼 후 2층 사우나로 향한다. 사우나 업소측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사우나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성애자들이) 손님뿐 아니라 잠자던 종업원에게까지 추파를 걸어와 시비가 붙곤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요즘은 동성애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손님이 끊길 것을 우려한 사우나측에서 수면실의 조명을 밝게 했기 때문. 신촌의 한 카페에서 일한다는 동성애자 김아무개씨(23)는 “사우나에서 성폭행당한 남성이 에이즈에 걸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우나 업소들의 경계가 부쩍 강화됐다”며 “일부 사우나를 제외하고는 솔직히 갈 곳이 없다”고 귀띔했다.
서울 강남의 삼성동 C사우나, 신사동 B사우나의 경우 아예 때밀이가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성애자들의 집결 장소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동성애자들과 손님간 성추행 시비가 끊이지 않으면서 업소측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삼성동 C사우나의 한 관계자는 “자정이 넘은 시간을 전후해 가끔씩 소란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큰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면 손님과 동성애자간의 시비가 붙어 있다”고 말했다.
사우나 관계자는 “손님들의 대부분이 인근에서 일하는 영업사원들인데 동성애자들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발길이 뚝 끊겼다”며 “할 수 없이 수면실 칸막이를 모두 없애고 직원들로 하여금 수시로 수면실을 감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사우나가 동성애자들의 은밀한 장소로 이용되는 점을 악용한 소위 남자 꽃뱀까지 이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동성애자들이 접근하기를 기다렸다가 몸을 밀착시키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는다는 것.
가락동 C사우나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락시장 부근에 위치한 이곳은 그동안 성폭행 시비가 많이 일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반 전용 사우나’였던 인근지역에 있는 사우나가 최근 문을 닫으면서 동성애자들이 C사우나로 대거 몰리면서 사건이 더욱 늘어났다.
동성애자 이아무개씨(22)는 “이반들이 자주 이용하는 사우나에 덫을 놓고 접근하기를 기다리는 게 꽃뱀들의 수법”이라며 “일단 동성애자가 성적 접촉을 시도하면 안면을 바꿔 협박을 한 후 돈을 뜯어낸다”고 말했다. 이씨도 얼마 전 돈을 노린 꽃뱀에게 걸려 한바탕 혼이 났다.
김씨에 따르면 동성애자들은 먼저 상대방의 신체 부위를 살짝 건드려 같은 성향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 경우 같은 성향이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거부 의사를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 그러나 꽃뱀들은 오히려 동성애자들을 유혹한 후 뒤통수를 친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지검 소년부는 최근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꽃뱀 행각을 벌인 박아무개씨(26)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가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지난해 10월부터 뜯어낸 돈은 무려 1천2백만원. 박씨는 강남고속터미널 지하 L사우나, 대치동 C사우나, 성남 분당의 T사우나 등을 돌며 이 같은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씨는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돈을 뜯는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상당수의 동성애자들이 꽃뱀에 걸려 곤욕을 치렀다. 단지 자신들의 입장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을 뿐이다”고 귀띔했다.
이석 프리랜서 zeus@newsbank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