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할 때만 해도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았던 김 씨 부부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남편 손 씨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부터였다. 선배와 함께 작은 출판업을 하던 남편 손 씨는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이곳저곳에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세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손 씨의 빚은 점점 늘어났다. 김 씨도 남편을 돕기 위해 식당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생업전선에 뛰어든 김 씨의 노력도 채무 때문에 힘들어 하는 남편의 근심을 덜어주기는 역부족이었다. 남편 회사의 사정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2014년 8월경 손 씨의 회사는 문을 닫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손 씨가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평소에도 말이 없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손 씨는 과거에도 우울증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적이 있었다. 부인 김 씨를 만나고 늦둥이인 딸을 얻으면서 우울증을 극복하는 듯했던 남편 손 씨는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또다시 급격히 어두워졌다.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던 손 씨도 ‘빚 독촉 때문에 힘들다’라는 말을 은연중 주변사람들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남편 손 씨는 실직한 이후 ‘전업주부’가 됐다. 부인 김 씨는 식당일을 하며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졌다. 남편 손 씨는 집안일과 세 살 난 딸의 육아를 도맡았다. 하지만 남편 손 씨는 좀처럼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손 씨는 실직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남편과 딸이 숨진 당일도 김 씨는 평소처럼 일터에 나섰다. 남편도 김 씨에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남겼다. 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던 남편 손 씨는 김 씨가 일터에 나선 이후 딸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숨진 남편 손 씨 옆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모두에게 정말 죄송하다. 딸은 내가 책임지고 같이 가려 한다”는 짧은 두 문장만이 적혀 있었다.
인천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정확한 부채의 규모는 파악 중이다. 주변인들 진술에 따르면 손 씨가 빚 독촉 때문에 괴로워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우울증 을 앓던 손 씨가 실직 이후 더욱 힘들어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에 따라 자영업자 대출이 매년 10조 원씩 급증하며 최근 4년 동안 40조 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경제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손 씨의 안타까운 동반자살은 자금난에 내몰린 자영업자의 씁쓸한 말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우울증 우울장애는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다양한 인지 및 정신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을 말한다. 우울장애는 평생 유병율이 15%, 특히 여자에서는 25% 정도에 이르며, 감정, 생각, 신체 상태, 그리고 행동 등에 변화를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이다. 상당수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질환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문가의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상당한 호전을 기대할 수 있고 이전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