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한 노래방 풍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다. | ||
한 편의 코미디 영화 같은 이 일은 얼마전 광주에서 일어난 실제상황이다. 수사를 맡은 일선 경찰들은 “어린 자녀를 셋이나 둔 가정에서, ‘부창부수’라고는 하지만 완전히 그 남편에 그 마누라인 부부가 벌인 해프닝”이라고 혀를 찼다. 특히 경찰들은 “이 사건은 돈 때문에 가정마저 붕괴되어가고 있는 요즘 세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희대의 코미디 같은 이 사건의 전말을 알아본다.
지난 11월30일 광주광역시 치평동의 한 노래방. 손님으로 온 정아무개씨(37)는 룸에 들어가자마자 도우미를 청했다. 잠시 후 30대의 한 여성 도우미는 부스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안에는 자신의 남편이 버티고 앉아 있었던 것.
자신의 아내 강아무개씨(37)가 다른 보도방을 출입하면서 몰래 ‘2차’까지 나간다는 소문을 전해들은 정씨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사실확인에 나섰다. 정씨는 아내가 예명으로 쓴다는 이름을 대며 도우미를 청했고, 실제 아내가 등장하자 폭행을 행사했다.
아내 강씨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돈도 못 벌어다 주고, 이혼도 안해주면서 폭행까지 했다”며 남편 정씨를 폭행 및 불법영업으로 고발했다. 정씨는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정씨가 보도방을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해 겨울. 당초 연체된 카드빚을 대신 받아주는 신용조사업 등의 사업을 했던 정씨는 벌이가 변변치 못하면서 가정 불화가 잦았다. 궁지에 몰린 정씨가 주목한 새로운 사업아이템은 노래방 도우미 등을 공급하는 보도방 사무실 운영이었다.
고급 룸살롱이나 단란주점보다 노래방이 더 호황인 데다 사무실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점 때문에 수월했다.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내자마자 10대 학생 부터 30대 주부들까지 속속 사무실로 찾아 왔다. 정씨는 인근 노래방에 연결만 시켜 주면 일정액의 돈이 떨어졌다.
정씨의 사업은 그럭저럭 돈벌이가 됐으나, 부부 사이는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외박이 잦은 데다 아내에게 생활비조차 갖다주지 않았던 것. 오랜만에 돈을 좀 만진 남편은 버는 족족 흥청망청 써버리는 예전의 버릇이 되살아났다. 참다못한 강씨는 생활비를 받으려는 목적으로 남편의 사무실을 자주 드나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강씨는 보도방에 나오는 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 일에 유혹을 느꼈다.
결국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도 도우미로 고용해줄 것을 요청했고, 돈이 궁했던 남편 정씨는 아내라도 돈을 벌게 해서 생활비로 쓰게 할 목적으로 이를 허락했다. 그리고 자신의 보도방 사무실로 아내를 불러들였다.
손님들과 노래를 부르며 몇시간 놀아주자 강씨의 손에는 시간당 1만5천원의 돈이 떨어졌다. 하루 7∼8시간 일을 하고 나면 10만원이 넘는 돈을 벌 수 있었다. 이 일에 재미를 느낀 강씨는 점차 대담해졌다. 그즈음 좋지않은 소문도 들려왔다. 결국 남편은 아내를 더이상 도우미로 일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이미 강씨는 이 세계에 중독되다시피 했다. 집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한 주부 도우미로부터 전화를 받고는 남편 몰래 다른 보도방으로 옮겼다. 남편의 감시에서 벗어난 강씨는 이때부터 손님들과 본격적으로 2차를 나가기 시작했다. 2차만 나가면 수입이 몇 배로 늘었다.
이런 소문은 곧 남편 정씨의 귀에 들어갔고, 그는 아내가 일한다고 알려진 치평동의 한 노래방에 들어갔던 것. 손님으로 가장한 남편은 아내의 예명을 대며 도우미를 요청했고, 얼마 뒤 한껏 야한 옷차림을 한 채 들어선 아내와 마주쳤다. 그리고 한순간 이 노래방에서는 이 부부의 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광주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남편이 아내를 노래방 도우미로 내몬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여기에 재미를 들여 남편 몰래 2차를 나간 것도 참 서글픈 일”이라며 “누가 더 잘못했다고 할 수도 없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라고 개탄했다. 더욱이 이들 부부 사이에는 어린 자녀가 셋이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