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아내는 지난 1월28일 서울지검 형사6부에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된 김아무개씨(43). 김씨는 친구에게 남편과 간통할 것을 부탁한 뒤 거액의 위자료를 뜯어내려다가 거꾸로 자신이 쇠고랑을 찼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 황당한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사건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7월. 당시 피의자 김씨는 남편 조아무개씨(43)를 간통혐의로 방배경찰서에 고소했다. 당초 수사관들은 단순 간통사건으로 여겼다. 사건 정황이 명백했고 조씨와 간통한 김씨의 친구 박아무개씨(43)가 순순히 간통 사실을 자백했기 때문이었다.
남편의 요구에 따라 경찰은 사건 자체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수사에 들어갔다. 재조사 결과 이 사건의 숨겨졌던 전모가 드러났다.
원래 김씨 부부는 사이가 좋은 것으로 주변에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김씨는 남편 조씨를 간통혐의로 고발할 당시 “남편이 외도를 일삼아 불화가 많았다”고 적고 있다.
이즈음 김씨는 엉뚱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돈이 많은 남편과 이혼한 뒤 거액의 위자료를 받아 혼자 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이런 계획을 짠 김씨는 친구 박아무개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씨는 “남편을 유혹해 간통한 것처럼 꾸며주면 위자료로 차릴 식당에서 일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박씨를 꼬드겼다.
박씨는 이혼한 후 당시 별다른 직업도 없이 가정형편이 몹시 어려운 상태여서 꺼림칙했지만 뿌리치기가 어려웠다. 김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박씨는 조씨에게 접근, 관악구에 소재한 호텔로 조씨를 유인했다.
이때 박씨는 미리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모텔 위치와 객실 호수를 친구 김씨에게 알려주었다. 김씨가 가족과 경찰을 대동하고 현장에 나타나도록 한 것.
김씨와 경찰이 현장에 들이닥쳤을 때 남편 조씨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고 박씨는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성관계 후 박씨가 사용한 휴지를 회수하여 조씨의 정액을 검출, 성관계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조씨는 간통 전과가 있고 현장 정황으로 보아 간통혐의를 피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조씨는 한사코 자신의 혐의를 부인,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에 불만을 품은 아내 김씨는 “왜 남편을 구속하지 않느냐”면서 남편을 구속시키라고 경찰청에 진정서까지 냈다.
이렇게 되자 남편 조씨도 부인 김씨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양측의 진정에 따라 추가 조사를 벌여 사건이 있기 전날과 당일 김씨와 박씨가 3분에서 5분 간격으로 집중적으로 10차례 이상 통화하고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김씨는 자신의 사주를 받고 간통을 한 친구 박씨가 구속될 것으로 보고 박씨의 어린 딸에게 용돈도 주고 밥도 사주면서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울 테니 걱정마라. 내가 보살피겠다”고 했다.
김씨는 과거에도 남편 조씨가 간통으로 직장에서 징계를 받은 적이 있어 이번 일이 공무원인 남편의 직장에 알려지면 중징계를 받을 것이라고 판단, 이 같은 약점을 교묘히 이용했다. 남편이 징계를 두려워해 김씨의 뜻대로 이혼에 합의하고 거액의 위자료를 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김씨는 남편을 경찰서에 고소한 후 바로 위자료로 3억5천만원짜리 아파트와 현금 2억5천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씨가 이를 거부하자 진정서를 제출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서 김씨는 “나는 박씨와 통화한 적이 없다. 통화내역은 믿을 수 없다. 기계가 잘못된 것이다”며 자신의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또 “남편을 반드시 구속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해 수사 관계자들도 김씨에 대해 혀를 내두르고 있다.
처음 이 사건을 접수한 경찰 관계자는 “간통 현장을 덮쳤을 당시 김씨는 남편 조씨에게만 다그치고 친구 박씨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가 잘못이지 여자가 무슨 죄가 있나’며 박씨를 두둔해 의심가는 구석이 있기는 했지만 현장 정황이 너무 확실해 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후 박씨는 자신의 모든 죄를 뉘우치며 “내가 친구 부부 사이에서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다”고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특히 박씨는 친구 김씨의 요구에 따르기 위해 억지로 술을 마셔가며 조씨를 유혹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어찌 보면 박씨가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다. 친구에게 큰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고 우정 때문에 내키지도 않은 일을 한 것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경찰로부터 사건 일체를 넘겨받은 검찰측은 남편 조씨를 무혐의를 인정, 풀어준 상태. 박씨와의 성관계 사실은 밝혀냈지만 간통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부인 김씨가 남편의 간통을 사전에 승낙하고 종용한 것이기 때문에 법률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의 사주를 받고 조씨와 간통을 한 박씨에 대해서는 공갈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