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승 회장 | ||
그런데 경찰은 공범 이씨가 검거된 이후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피의자인 이씨와 피해자인 이창승 회장이 모두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
경찰에 따르면 공범 이씨는 검거된 이후 이 회장의 납치경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 당시 납치에 가담한 범인은 주범 조아무개씨(당시 47)를 비롯해 강아무개씨(당시 40), 김아무개씨(47), 그리고 이씨였다.
조씨와 강씨는 검거 당시 독극물을 먹고 자살했다. 또다른 공범 김씨는 주범 조씨의 부탁을 받고 납치한 이 회장을 숨겨둘 장소를 물색해주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주범 조씨의 부탁을 받고 운전만 했을 뿐 범행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 2년 전 이창승 회장이 납치됐던 전북대 병원 영안실 현장 | ||
그러나 이씨가 검거됐음에도 이 사건은 아직까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씨가 검거된 후 경찰이 이 회장을 불러 공범임을 확인하려고 했으나 이 회장은 이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같이 납치되었던 이 회장의 운전기사 강아무개씨(38)는 이씨가 당시 공범이 맞다고 진술하고 있어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당시에도 납치범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납치범 조씨는 죽기 전 “이 회장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라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건설업을 하던 때부터 조씨와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였다는 것.
그러나 조씨가 당시 비리 사건에 연루돼 5개월가량 복역하면서 이 회장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2000년 무렵 조씨가 이 회장에게 사업자금 명목으로 2억원의 돈을 요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이 회장의 돈을 조씨에게 전달한 영업이사 한아무개씨(44)가 이 회장 납치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됐다가 나중에 혐의가 없어 풀려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도 한씨를 강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었다. 납치범 조씨와 유일하게 연락이 가능한 사람이 한씨였기 때문. 뒤늦게 이 회장이 “한씨는 자신이 시켜서 돈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해 한씨는 혐의를 벗어났다.
이 사건의 가장 큰 의혹은 납치를 주도한 조씨와 공범 강씨의 자살 이유. 자살동기를 두고 주변에서는 “뭔가 말해서는 안될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 “누군가의 압력에 의해 자살한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 음독자살한 사건 용의자 조씨와 강씨의 차 안에서 발견됐던 압수품들. | ||
경찰은 납치범들의 자살 동기에 대해 “폭력조직의 두목인 조씨가 돈을 받아내기 위해 납치를 했다는 것에 대해 ‘남자답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폭력배들은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는 것 아닌가. 게다가 전과가 많았던 조씨로서는 납치범으로 잡히면 10년 이상 복역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이 사건의 마지막 공범이었던 이씨가 검거되었으나 경찰은 새로운 정황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씨가 발뺌하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감추고 있다고 보고 있으나 피해자인 이 회장이 입을 다물고 있어 더 이상의 혐의를 파헤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검거된 이씨는 사건 이후 2년 동안 서울·경기 지역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지내오다가 최근 허리를 다쳐 병원치료중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그동안 숨어지내느라 마음이 편치 않은 데다 몸도 불편해 자포자기 상태였다. 검거되고 나니 차라리 홀가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피해자와 피의자가 모두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은 많은 의문점을 남긴 채 종결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