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경찰서는 지난 4월16일 공갈혐의로 송아무개씨(48)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송씨가 아내의 내연남인 고아무개씨(40)에게“1억원을 내놓지 않으면 불륜 사실을 학원과 인터넷에 유포하겠다”며 협박했다고 밝혔다. 송씨는 특별한 벌이가 없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송씨는 경찰에서 “협박한 것이 아니라 고씨가 먼저 합의금을 주겠다고 제의했다”고 진술했다. 다음은 이 사건의 전말이다.
송씨의 아내는 자신이 다니던 A공인중개사 학원 강사인 고씨와 지난 3월 초 수차례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
당시 송씨의 아내는 이미 학원을 그만둔 상태였지만 고씨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 자연스럽게 만났다. 그 후 몇 차례 만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내연관계가 됐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 챈 남편 송씨가 지난 3월10일 고씨에게 연락해 “네가 내 아내와 어떤 사이인지 다 안다. 만나서 얘기하자”고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씨는 송씨에게 “당신의 아내와는 아무 사이도 아니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발뺌했다. 계속해서 고씨가 불륜사실을 부인하고 전화도 피하자 송씨는 고씨가 근무하는 A학원에 전화를 걸었다.
송씨는 A학원 원장에게 “고씨가 아내와 내연의 관계다”며 “고씨가 나를 만나주지 않으면 학원 수강생과 인터넷에 이 사실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했다. 고씨는 학원에까지 협박 전화한 송씨가 두려워 지난 3월13일 학원 근처 커피숍에서 송씨를 만났다.
송씨는 고씨를 보자마자 “나와 갈 데가 있다”며 고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안양의 야산으로 끌고 갔다. 여기서 송씨는 고씨에게 “내가 잘 아는 후배 중에 조직폭력배가 있다. 너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내 아내와의 불륜 사실을 인정해라”고 협박했다. 이에 고씨는 불륜 사실을 인정하고 송씨에게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송씨는 고씨에게 불륜 사실을 인정하는 문서를 작성하게 하고 그에 따른 합의금으로 1억원을 주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경찰은 “당시 고씨가 문서를 작성할 때 다분히 강제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씨는 송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던 전세방까지 내놓았다. 고씨는 전세 보증금 5천만원 중 2천만원과 친구에게 4천만원을 빌려 6천만원을 송씨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고씨는 나머지 4천만원은 3월 말까지 주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은 “고씨가 유명 학원의 강사이긴 하지만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다. 고씨는 송씨의 협박이 두려워 있는 대로 돈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말했다.
하지만 고씨는 3월 말까지 돈을 구하지 못해 약속기한을 넘기게 됐다. 그러자 송씨의 협박은 더욱 거세졌다. 송씨는 수시로 고씨와 고씨가 다니는 A학원에 연락해 나머지 돈을 줄 것을 종용하고 고씨 신체의 ‘특정부위’를 잘라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고씨는 송씨의 협박과 방을 빼라는 집주인의 재촉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편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송씨가 자신의 아내와 범죄를 공모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송씨의 아내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2002년 7월부터 약 4개월간 A학원에서 고씨의 수업을 받았다.
피해자 고씨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수업이 끝난 직후 송씨의 아내가 자신을 불러내 술을 사달라고 먼저 접근했다고 밝혔다.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그 후 몇 차례 데이트를 즐기면서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송씨의 아내가 학원을 그만둔 지난해 3월 두 사람의 관계도 끝이 났다. 그리고 1년 후인 지난 3월 갑자기 송씨의 아내가 고씨에게 연락을 했다는 것.
경찰은 “전혀 연락도 없이 지내다가 1년 만에 갑자기 송씨의 아내가 다시 접근한 것이나 송씨가 두 사람의 불륜의 내용에 대해 시간, 장소 등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송씨 부부가 공모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송씨 부인이 고씨의 은밀한 ‘신체적 특징’까지 송씨에게 세세히 알려준 점은 두 사람의 공모 의혹을 더욱 높이는 점이라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뿐만 아니라 송씨 부부가 특정한 직업도 없이 지난 1년 동안 생활비로 1억4천만원의 빚을 진 점 등은 처음부터 이들이 금품갈취를 목적으로 고씨에게 접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라는 것.
그러나 경찰은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송씨 부부가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씨는 이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해 외부와 연락을 끊은 상태. 경찰은 “고씨가 미혼인 데다 내성적이고 유약한 성격이라서 이번 일로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