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졸업 뒤 고교 진학을 포기한 A양(17)은 한 찜질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교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조경업을 하던 차아무개씨(42)를 우연히 알게 된 것도 바로 이곳에서였다.
사업차 찜질방에 자주 출입하던 차씨는 곱고 예쁘게 생긴 A양을 유심히 지켜보았고, A양의 어려운 형편을 전해듣고는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고등학교와 대학까지 보내주겠다”며 접근했다.
실제 차씨는 검정고시를 준비중인 A양에게 학원 등록금과 용돈, 생활비를 주는 등 후견인 역할을 하는 듯했다. A양은 차씨를 만나면서 어두운 과거를 털고 희망을 되찾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하고 싶었던 공부를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
그러나 차씨의 진짜 속셈은 따로 있었다. 그는 한 달도 안돼 흑심을 드러냈다. 차씨는 지난해 8월 “할 말이 있다”며 A양을 시내 한 여관으로 유인해 “내 말만 잘 들으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며 A양과 성관계를 맺었다.
차씨는 이후에도 A양과 수십 차례 성관계를 가지며 돈으로 자신의 욕정을 채웠다. 그때마다 A양은 피하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자꾸 눈에 밟혔다. 8평짜리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몸이 불편한 홀어머니를 부양하며 살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차씨의 요구에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A양은 차씨의 성노리개가 되어가면서도 다시 공부를 할 수 있고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모실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차씨는 A양의 한 가닥 희망과는 달리 대담하게 A양의 집에까지 드나들면서 파렴치한 행각을 계속했다. 아버지가 없는 A양의 형편을 잘 알고 있었던 차씨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어머니 B씨(57)도 딸 A양과 차씨의 관계를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형편상 묵인할 수밖에 없었다. 생활보호대상자인 B씨는 신경통과 허리통증 등으로 자신이 일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고, 딸이 벌어오는 돈과 차씨가 주는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 B씨는 일주일에 3~4일씩 찾아오는 차씨와 딸에게 단칸방을 내어주고 자신은 거실에서 잠자리를 해결하는 신세가 됐지만 자신들을 도와주는 차씨에게 일말의 고마움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어느 날, 평소처럼 A양의 집에서 A양과 성관계를 맺었던 차씨는 A양이 잠든 틈을 타 거실에서 자고 있던 B씨까지 성폭행했다. 차씨는 경찰 조사에서 “혹시라도 B씨가 원조교제하는 나를 경찰에 신고할까봐 입막음하려고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B씨의 반응이었다. B씨는 차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차씨가 싫지 않았고 남자로 느껴졌다”고 말해 경찰을 아연실색케 했다. 경찰에 따르면 남편을 잃고 홀로 된 지 18년 된 B씨가 차씨와의 관계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
한 경찰관은 “차씨 입장에선 환갑을 앞둔 B씨가 좋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그저 입막음용으로 B씨를 성폭행한 것인데 B씨가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아 차씨가 B씨와 계속해서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라고 전했다.
물론 이때까지 A양은 차씨와 자신의 어머니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오히려 A양은 자신과 차씨의 관계가 어머니 B씨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 여기며 늘 미안해 할 뿐이었다.
B씨는 그런 딸의 모습을 보면서 차츰 양심의 가책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차씨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딸에게 못할 짓이라는 생각에 지난 1월 차씨를 자신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차씨에게는 성폭행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대전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만약 B씨가 성폭행을 당한 직후 신고했더라면 차씨를 같은 혐의로 입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폭행 이후 차씨와 B씨는 합의하에 여러 차례에 걸쳐 관계를 가졌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선 성폭행이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화간(和姦)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경찰은 차씨의 B씨 성폭행 사건은 무혐의 처리하고, 대신 지난 18일 차씨를 A양에 대한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조사로 전후사정을 알게 된 A양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A양은 어머니 B씨에게 미안해하며 “모두 나 때문에 생긴 일이다. 나는 괜찮으니 어머니를 성폭행한 차씨를 처벌해 달라”고 호소해 수사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사건을 맡은 한 수사관은 “A양이 어찌나 착하고 어머니 걱정을 많이 하던지 조사하는 우리들도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어머니 B씨의 모습은 딸과는 대조적이었다. 염치없게도 B씨는 자신의 신고로 경찰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도 차씨와 따로 여관에서 만나 성관계를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했다. 또 조사과정에서 성폭행 피해자 진술을 하다가도 차씨를 두둔하는 말을 하는 등 수사관계자들을 혼란스럽게 해 신고 후 차씨를 구속하는 데에만 한 달이나 걸렸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가 무거운 벌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앞서의 수사관은 “청소년 관련 범죄는 보호자가 합의하거나 선처를 바라면 피의자에게 무거운 형을 내리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B씨가 벌써부터 차씨의 선처를 바라는 눈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