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목에서 싹트는 의문 하나. ‘발바리’는 대체 왜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범행을 멈췄던 걸까. 과연 그는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충남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2003년 6월 청주 사건 이후 이 지역의 대표적인 미제사건인 ‘발바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충청도 지역에 경찰이 집중 투입돼 수사망을 폈다. 그동안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된 범인이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사람들의 관심과 경찰 수사가 느슨해지길 기다리고 있지 않았겠나”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서 수사관들의 시각은 조금 달랐다.
대전 서부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발바리’가 성폭행 외에 절도 등 다른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하다 최근 출감해서 다시 범행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유형의 강간범은 자신의 범행을 멈추지 못한다. ‘발바리’가 오랜 기간 동안 범행의 강한 유혹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대전 둔산경찰서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발바리’가 범행을 멈춘 것이 아니라 그의 범행이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이 관계자 역시 ‘발바리’ 같은 연쇄성폭행범은 자신의 범행을 멈출 수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성폭행 특성상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특히 ‘발바리’의 주 범행대상이 유흥업 종사자라는 점에서 신고되지 않은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대전 지역에서 발생한 강간사건 중 범행수법이 ‘발바리’ 사건과 유사하지만 범인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아 ‘발바리’의 범행에서 제외된 사건까지 더하면 ‘발바리’는 당시에도 여전히 새벽마다 피해자들을 찾아다녔을 것이라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