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동아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이해찬 총리의 ‘베를린 발언’을 보도한 지난 21일자 조선일보(왼쪽)와 동아일보. | ||
당시 이 총리는 “조선과 동아는 역사의 반역자다. 노 대통령이나 나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조선·동아는 내 손아귀 안에서 논다”고 발언했다.
이 총리의 발언이 보도된 20일 <조선일보>는 사설 ‘<조선> <동아> 까불지 말라’를 통해 “이 총리의 이날 발언은 아무리 취중이라 해도 정말 브레이크없이 막 흘러갔다”며 “<조선> <동아>를 옥죄려는 의도가 역력한 신문 관련 법안의 배경도 이로써 확연히 드러난 셈”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아무리 속 넓은 권력인들 매일처럼 자신을 비판하는 신문이 예쁘게 보일 리가 없겠지만 제대로 된 나라의 제대로 생각하는 정치지도자라면 그도 권력과 언론의 이런 관계를 어쩔 수 없는 걸로 받아들이고 참아내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현 정부에 비판적인 <조선>의 논조에 대해 이 사설은 “이 정부의 지지도는 20~3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신문의 정권 비판은 이런 국민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고 밝히고 “신문에 대한 증오심과 적개심을 토해내기보다는 왜 우리는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는가를 돌아봐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고 충고했다.
같은 날 <동아>도 사설 “<동아> <조선>이 이 총리 손 안에 있나”에서 “세계적 유례가 없는 악법을 만드는 속셈이 특정 신문 탄압에 있음이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이 총리가 “그동안 <동아일보>가 나를 얼마나 공격했느냐”고 말했던 것과 관련, “한 나라의 총리가 이처럼 언론의 역할에 무지한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근본 역할이다”며 “정권적 차원의 불쾌감 때문에 특정 신문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은 견제와 비판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이 총리의 발언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조선·동아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양 오만불손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시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란 내용의 발언이 나온 21일 <조선>은 ‘어제는 총리, 오늘은 당 의장’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이해찬 총리에 이어 당 의장이 이렇게 나온 것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가겠다는 협박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바닥을 기는 국민 지지도로는 무리한 법안(여당의 4대 개혁법안)들을 밀고 나가려면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상황에서 집권세력 전체가 유독 <조선> <동아> 두 신문을 찍어 파상적 공세를 시작한 것이다. 극한 대결로 몰아가면 국민이 두 쪽으로 갈리고, 그러면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보고 밀어붙이는 작전이다”는 것이 <조선>의 해석.
반면에 <동아>는 21일자 1면에 ‘이 총리에게 묻는다…본지 전통-명예 훼손 발언 관련’이라는 공개질의서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6개 항으로 구성된 공개질의서에서 <동아>는 “이 총리가 무슨 근거로 이런 발언을 했으며, 그것이 총리 개인의 생각인지, 노무현 정권의 공식 입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동아>는 질의서를 통해 ▲총리가 말하는 ‘시대와 역사의 흐름’ ▲(총리가 주장한) <동아일보>의 노무현 정부 집권 저지 전략의 실체 ▲이 총리가 밝힌 ‘<동아일보>가 이 총리의 손아귀에서 논다’는 말의 뜻 ▲이 총리가 생각하는 진보언론-보수언론의 차이 ▲<동아일보>가 권력임을 자임하고 나라를 흔든 구체적인 예 등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