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의 동료교수들에게 A 씨를 모함하는 메일을 보낸 사람은 모 사립대 교수인 B 씨(70)로 밝혀졌다. 70대의 노교수가 30대 젊은 의사에게 억하심정을 품은 이유는 부인 C 씨(58)의 외도를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교수 B 씨의 부인 C 씨는 정신과 의사였다. 그런데 2010년 즈음부터 부인의 귀가시간이 늦어지면서 교수 B 씨는 부인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2년 교수 B 씨는 부인 C 씨가 누군가를 향해 낯 뜨거운 내용이 담긴 구애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알게 됐다. 문자메시지를 발견한 교수 B 씨는 부인 C 씨와 수신인 의사 A 씨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판단했다. 급기야 교수 B 씨는 의사 A 씨를 음해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A 씨의 동료의사들에게 보내기에 이르렀다.
결국 의사 A 씨는 교수 B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수사 과정에서 교수 B 씨도 몰랐던 황당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부적절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 의사 A 씨와 부인 C 씨는 내연관계도 아니었고, 오히려 부인 C 씨가 스토킹 수준으로 의사 A 씨에게 구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과 의사인 부인 C 씨와 의사 A 씨는 대학선후배 사이로 지난 2010년 10월에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다. 부인 C 씨는 A 씨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구애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부인 C 씨가 의사 A 씨에게 보낸 문자 중에는 음란문자 수준의 메시지도 있었다.
의사 A 씨는 C 씨의 문자에 답장도 하지 않고 문자 수신도 거부했지만 C 씨는 차단당한 후에도 A 씨에게 하루 수백 건의 문자를 보냈다. 이렇게 C 씨가 A 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만 2년간 4만 4000여 건에 달했다. 부인 C 씨도 의사 A 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인정하면서 “내가 문자 메시지로 혼자 소설을 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2부(정인숙 부장판사)는 아내의 불륜상대로 의심한 남성의 동료들에게 허위사실이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립대 명예교수 B 씨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어 재판부는 “미필적으로나마 허위 사실을 적시해 A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에 고의가 있었고 비방목적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사건의 경우 ‘미필적 고의’부분에 대한 법정공방이 오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간통’사실이 없었음에도 ‘간통’ 등의 표현이 사용돼 A 씨의 명예가 훼손된 것으로 인정됐다”며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5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현재 B 씨는 상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