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근석은 최근 탈세혐의로 tvN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했다. 왼쪽은 그가 함께 촬영한 <삼시세끼> ‘어촌편’ 포스터.
연예인들은 세금 앞에 더 작아진다. 버는 돈이 많으니 내야 하는 세금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절세’를 외친다. 하지만 ‘절세’와 ‘탈세’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세무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을 통한다 하더라도 탈세 혐의가 불거지면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는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고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먹고 살며 거액을 버는 연예인들이 세금까지 안 내려 했다고 하면 도무지 고운 시선을 줄 수가 없다.
그래서 많은 연예인들이 기부를 선택한다. 총 기부액 중 일정 금액에 대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기부단체 관계자는 “기부를 하겠다고 문의 전화를 건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기부 방법을 묻기 전, 세금 혜택의 한도와 영수증 발급 여부 등을 먼저 묻곤 한다”며 “기부를 한다는 행위 자체는 훌륭하지만 너무 속보이는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예인 기부의 진정성은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기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몇 해 전 한류스타 A는 수억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그의 기부액은 억 단위가 아니라 만원 단위까지 구체적이었다(예를 들어 2억 2421만 원). 따지고 보니 그가 납부해야 하는 세금을 감안해 기부금을 정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관계자는 “순수하게 기부하고 싶어 하는 연예인은 자동이체를 통해 매월 일정 금액을 납부한다. 어느 해에는 활동을 쉬어 수입이 거의 없었지만 기부는 멈추지 않았다”며 “금액의 차이보다는 의미의 차이가 크다”고 덧붙였다.
장근석의 경우 한 매체가 세금 탈루에 따른 추징금이 100억 원에 육박한다고 보도했다. 장근석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그가 천문학적 크기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 보도를 보며 많은 이들이 ‘어떻게 저렇게 큰돈을 벌었을까?’ 의구심을 갖는다.
그 답은 해외에서 찾을 수 있다. 톱스타의 경우 해외 팬미팅을 한 번 할 때마다 3억~5억 원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이 한류의 새 메카로 부각되며 많은 스타들이 넓은 중국의 각 성을 돌며 팬 미팅을 열고 있다. 개런티에 MD 판매 금액까지 더하면 그들의 수입은 천정부지 솟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돈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방법은 환치기다. 환치기는 해외로 송금하려는 자가 국내 환치기업자의 계좌에 입금하면, 국외 환치기업자가 입금사실을 확인한 후 같은 금액을 송금하는 방법이다. 이는 외환거래법 위반이다. 반드시 외국환은행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하고 국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이 파악돼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환치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세금을 피하는 또 다른 방법은 ‘나눠들기’다. 입출국 시에 1만 달러까지는 신고 없이 갖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큰 금액은 세관에 신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당연히 해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한 후 수억 원의 개런티를 현금으로 받았다면 국내 입국하면서 이를 신고하고 합당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동행한 스태프들이 이 돈을 나눠 갖고 국내로 들어온다. 이것이 ‘나눠들기’다. 이는 K-POP 스타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다. 대부분 그룹인 만큼 인원수가 많고 댄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헤어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등 함께 움직이는 인원이 많기 때문이다. 서른 명이 1000만 원씩만 들고 들어와도 3억 원이 국내로 밀반입되는 것이다. 이 경우 세관에서 돈을 소지하고 있는 것을 알아채도 “내 돈이다”고 말하면 거짓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이렇게 돈을 들고 들어오고 일정 금액을 수고비로 받곤 한다”며 “나눠들기의 경우 비밀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믿을 만한 스태프들에게 주로 부탁한다”며 “또한 그들 역시 밀반입에 동참했다는 측면에서 죄를 물을 수 있기 때문에 함구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스타들이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은 매출을 내면서 기존 소속사에서 나와 1인 기획사를 차리기 시작했다. 소속사와 이익을 나누기 아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스타들이 최근에는 1인 기획사를 접고 다시 전문 매니지먼트와 손을 잡고 있다.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세금이다.
1인 기획사를 포기한 배우 A는 “법인세에 직원 월급, 각종 비품비까지 계산하니 정말 답이 안 나오더라. 전문 기획사에 몸담고 종합소득세만 계산하는 게 여러모로 나을 것 같았다”며 “의도치 않게 세금 문제가 발생하면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생기기 때문에 1인 기획사를 포기하고 다시금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