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청부살인 사건이었던 것. 더군다나 청부살인을 의뢰한 범인은 같은 나이의 20대 여성 김아무개씨(28)였다.
경찰은 장씨와 원한을 살 만한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여나가다 김씨의 존재를 발견했다. 이 두 여인은 한 남성을 사이에 둔 이른바 삼각관계였다. 즉 숨진 장씨와 청부살인을 의뢰한 김씨는 연적관계였던 것이다. 김씨는 헤어진 자신의 옛 애인이 장씨와 약혼한 것을 알고는 장씨에게 적개심을 품었다. 그리고 청부살인까지 의뢰하는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경찰은 김씨가 인터넷 청부카페에 접속한 사실과 이 카페 운영자에게 1천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밝혀내고 추궁 끝에 결국 자백을 받아냈다. 성남 남부경찰서는 지난 17일 김씨를 살인교사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김씨는 경찰에서 “의뢰한 것은 맞지만 죽여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단지 혼내달라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의 이 같은 주장은 신빙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수사 관계자의 말이다. 단순히 혼만 내는 조건으로 1천만원이라는 돈을 송금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
한편 경찰이 현재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청부살인을 저지른 신원불상의 청부카페 운영자의 신분을 밝히는 일이다. 한 수사관계자는 “이 카페 운영자가 대구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다는 것만 알 뿐 드러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도 여느 청부사건과 마찬가지로 청부업자의 신원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신원불상의 카페운영자 역시 여느 청부업자와 마찬가지로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고 인터넷 카페에서도 타인의 계정으로 활동했기 때문.
이 사건에 대해 한 경찰은 “아무리 세상이 무섭다지만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돈 1천만원에 죽이다니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음성적인 심부름을 해결하는 인터넷 청부카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없어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청부카페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 주요 내용은 대개 “남편(또는 아내)의 불륜을 잡아달라” “떼인 돈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 “○○의 뒷조사를 해달라” “원한관계에 있는 ○○○를 혼내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이한 것은 청부를 의뢰하는 사람들 중 버림받은 젊은 여자가 많다는 것.
인터넷 청부카페를 수사한 경험이 있는 서울 수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육체적으로 연약하기 때문에 자신을 대신해서 남자를 혼내달라는 경우가 많다. 내가 수사한 청부카페 사건에서도 특히 실연당한 여성이 바람둥이 전 애인을 혼내달라는 의뢰가 많았다. 심지어는 ‘그 남자의 하반신을 마비시켜달라’ ‘오른 손목을 절단해 달라’ ‘한동안 못 걸어다닐 정도로 해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상대 남자의 사진과 약도를 같이 첨부해 청부업자에게 의뢰한 경우도 있었다”며 “여자들이 한을 품지 않도록 남성들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온라인상에 개설된 청부카페의 상당수는 대부분 가짜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카페 이름에 ‘해결사’ ‘흥신소’ ‘킬러’ ‘무엇이든지 맡겨주십시오’ 등의 문구가 들어간 카페는 대부분이 가짜라는 것. 이런 이름의 카페는 신용불량자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또는 이제 막 출소한 전과자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경찰의 전언이다. 한 경찰은 “이런 카페들은 사례비만 가로채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의뢰자들의 청부 건이 대부분 불법이라 돈을 떼이더라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과거 오프라인 상에서 흥신소 또는 심부름센터 등을 운영하던 전문 청부업자들도 최근 온라인으로 숨어들어 은밀히 ‘고객’과 인터넷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카페를 개설하지는 않고 네티즌들이 많이 모이는 사이트의 게시판에 억울한 사연 등 ‘건수’가 될 만한 글이 올라오면 사연을 올린 네티즌에게 메일이나 메신저 등을 통해 은밀히 연락처를 주고 받는 방식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 경찰은 “어떤 경우엔 청부업자들이 네티즌이 자주 방문하는 유명사이트에 자신들의 연락처와 광고 글을 잠시 띄운 후 즉시 삭제하는 방법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