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와 서군 등은 인터넷을 통해 가출 소녀들을 모집한 뒤 이들과 짜고 남성들의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군의 아버지는 시각장애인이어서 서군의 탈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사기전과가 있는 어머니는 아들의 탈선을 막기보다 오히려 이를 공모하고 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정환경이 열악한 탓에 중학교 때부터 문제아로 낙인 찍혀 온 서군은 고교에 진학한 후에도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학기 초에 학교를 중퇴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서군이 친구들과 본격적인 탈선행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
매일같이 친구들과 유흥가에서 어울리다 보니 항상 용돈이 궁했던 서군은 돈벌이를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것은 바로 ‘원조교제’에 대한 것. 그 내용은 이랬다.
여자들의 경우 성인남성들을 상대로 원조교제를 하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최근에는 가출소녀들이 원조교제를 하는 척하면서 돈만 받고 도망치는 수법으로 짭짤한 수입을 얻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에 힌트를 얻은 서군과 그 친구들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가출소녀들과 범행을 공모했다. 서군 일당은 이들을 이용해 성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미끼를 던졌고 어렵지 않게 성인남성들이 걸려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 조를 짜서 움직이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서군 일당은 이 같은 행각으로 돈 맛을 보게 되자 한껏 고무돼 추가 범행을 계속 저질렀다.
경찰에 따르면 무리를 지어 다니던 서군과 그 친구들은 3개 파로 나뉘어 동일한 수법의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탈선이 거듭될수록 가정의 테두리가 거추장스럽다고 느낀 서군은 결국 집을 나와 따로 생활하기 시작했다. 서군의 생활비는 성매매 사기행각을 통해 생긴 돈으로 충당됐다. 서군의 어머니 임씨가 범행에 가담한 것은 지난 8월부터.
당시 서군의 거처를 찾아온 임씨는 가출한 아들이 어떻게 돈을 자급자족하는지 궁금해 했다. 이에 서군은 어머니 임씨에게 ‘좋은 돈벌이가 있다’며 성매매 사기에 대해 설명했다. 생각지도 못한 아들의 말에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결국 돈벌이가 된다는 서군의 말에 귀가 더 솔깃해졌다. 이 후 두 모자는 머리를 맞대고 보다 완벽한 범행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서군이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조아무개양(15) 등 가출소녀 3∼4명을 “아르바이트 자리와 숙식을 제공하겠다”며 자신의 거처로 끌어들였다고 전했다.
경찰조사에서 조양 등은 이 과정에서 어떤 강압행위도 없었다며 자발적으로 범행에 가담했음을 시인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여기에 가담한 소녀들 중에는 열두 살짜리 소녀도 있었다는 점이다.
서군은 “청소년 성매매를 하는 것처럼 속여 어른들을 만난 뒤 선불금을 받고 도망가는 방법으로 돈을 벌자”고 소녀들에게 제안했고 무엇보다 실제 성행위 없이 돈을 벌 수 있다는 데 이끌린 그들은 이에 선뜻 응했던 것이다. 서군과 임씨는 이렇게 끌어들인 가출소녀들과 함께 범행을 공모한 뒤 실행에 옮겼다.
모자의 역할 분담 또한 치밀했다. 서군은 우선 인터넷을 통해 끌어들인 남자를 모텔까지 유인한 뒤 소녀 2명을 함께 내보내 1명은 선불금 20만원을 받아 챙겨 돌아오게 했다. 그리고 나머지 1명은 모텔 안까지 따라갔다가 남자가 샤워하는 사이에 도망쳤다.
하지만 늘 이런 방법이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상대 남자가 만만치 않을 경우에는 임씨가 나섰다. 소녀들이 도망갈 틈을 주지 않고 침대로 먼저 끌어들이려 하면 임씨가 구원자로 등장했던 것.
소녀의 어머니로 가장한 임씨가 모텔 방으로 들이닥쳐 “내 딸과 지금 뭐하는 짓이냐.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을 경우 불법으로 성매매를 하려던 남성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서군과 임씨는 이렇게 소녀들이 한 건당 받은 10만~15만원의 돈으로 월세 등을 내며 생활해 왔다.
모자의 범죄 행각이 경찰에 의해 꼬리가 잡힌 것은 지난 11월 초. 서군과 동일한 수법의 사기 행각을 벌이던 2개 파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는데, 이들은 모두 서군의 친구들이었던 것이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이런 수법으로 엄마와 함께 돈을 버는 친구가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7일 서군을 즉시 연행했다. 수사 결과 이들 모자는 이런 수법으로 모두 26차례에 걸쳐 총 2백여만원을 성인 남성들로부터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10대 가출 소녀인 조양 등은 “남성들에게서 10만∼15만원을 받아 대부분 임씨에게 갖다 줬고 그가 돈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조양은 이어 “서군의 엄마는 처음부터 범행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상대 남성에게 붙잡히면 친엄마라고 속여 빼내줄 테니 마음 편히 가지라고 안심시켰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서군을 돌볼 사람이 없어 직접적으로 범행에 가담하지 않은 서군의 어머니는 불구속 입건으로 처리했다”고 전하며 “서군 일당과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청소년들이 많지만 갈수록 어린 청소년들이 가담하는 추세여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윤지환 프리랜서 tangohun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