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부경찰서 강력3팀은 지난 8월 9일 이 사건의 용의자 조 아무개 씨(42·무직)를 긴급체포하고 닷새 뒤인 14일 이 사건의 전모를 공개했다. 경찰은 이날 사건 브리핑에서 조 씨가 내연녀의 돈을 노리고 이 같은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 조사 결과 조 씨가 축적해둔 재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정확한 사건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과연 조 씨는 무엇 때문에 두 사람을 살해한 것인지 사건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
비극의 서막은 지난 5월 중순경 조 씨가 성인오락실에서 김 아무개 여인(43·자영업)을 우연히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조 씨와 김 여인은 나이가 한 살밖에 차이 나지 않아 금방 친해져 친구 사이로 지내며 자주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다 결국 ‘친구 사이’가 ‘뜨거운 사이’로 발전하는 불륜의 전형적인 과정을 밟게 된다.
내연관계로 빠져든 두 사람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 쾌락을 탐닉했으나 이런 즐거움도 오래가지 못했다. 김 여인의 남편인 강 아무개 씨(70·무직)가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를 눈치챘던 것.
김 여인은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로 조 씨의 사진을 찍어 휴대폰에 저장해 뒀는데 이것을 강 씨가 본 것이다. 이때부터 강 씨 주변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강 씨는 김 여인에게 휴대폰 속의 남자가 누구냐고 추궁했지만 김 여인은 조 씨와의 관계를 속이고 둘러댔다. 하지만 이미 모든 사실을 파악하게 된 강 씨는 “조 씨를 간통으로 고소하겠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
김 여인은 이 사실을 조 씨에게 전했고 조 씨는 차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조 씨도 가정이 있는 처지에서 강 씨가 간통으로 고소할 경우 패가망신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이에 조 씨는 강 씨를 제거하기로 결심하고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
조 씨는 지난 6월 5일 오전 10시경 대전시에 있는 김 여인의 화장품가게에 들어가 내실에서 쉬고 있던 강 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충북 옥천군 안내면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김 여인은 조그만 화장품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조 씨는 여기서 강 씨를 목 졸라 죽였다”며 “이 과정에서 김 여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즉 공범 여부 등은 아직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강 씨가 피살된 이후 조 씨와 김 여인이 동거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조 씨가 강 씨를 피살하거나 강씨의 사체를 유기하는 과정에서 김 여인이 도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김 여인 역시 그후 조 씨에게 피살됐기 때문에 사실상 공범 여부를 확인하기란 불가능한 상태다.
만약 김 여인이 조 씨의 범행을 도운 것이라면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남편 강 씨의 나이가 70세 고령인 데 반해 김 여인의 나이는 고작 43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성생활 불만족 등 불화가 존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대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강 씨의 결혼이력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살해된 강 씨는 한 번 이혼한 경력이 있으며 전처 사이에 자녀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강 씨가 46세이던 당시 젊디젊은 19세의 김 여인을 만나 전처와 이혼하고 새장가를 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강 씨와 김 여인 사이에는 23세의 친딸이 한 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인의 남편 강 씨를 살해한 조 씨는 지난 7월 9일부터 원룸을 얻어 김 여인과 본격적인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동거생활이 아니었다. 조 씨는 자신의 가정과 김 여인 사이를 오가며 복잡한 동거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두집살림을 하던 조 씨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김 여인마저 살해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어 지난 9일 오후 1시경 “부모님 묘소에 고사리가 많이 있다. 벌초도 할 겸 고사리를 캐러 가자”고 김 여인을 속여 충북 옥천군의 한 야산으로 유인한 뒤 강 씨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김 여인도 목 졸라 살해하고 암매장했다.
경찰 조사에서 조 씨는 김 여인을 살해하게 된 동기에 대해 “심리적 압박과 돈 욕심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김 여인이 자신의 범죄 사실을 알고 있는 데 대한 부담이 컸던 터에 김 여인이 화장품가게를 처분했다는 것을 알고는 그 돈을 가로채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살해 동기라고 밝힌 ‘심리적 압박과 돈 욕심’만으로는 김 여인을 죽인 데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 여인이 이혼을 종용하며 불륜 사실과 강 씨 살해 사실을 조 씨의 가정과 경찰에 알리겠다고 협박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조 씨는 막연히 범죄가 발각될까봐 불안하고 김 여인의 돈도 탐났다고 밝히고 있지만 다른 내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실제로 조 씨가 김 여인의 돈 1600여 만 원을 강탈한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동기가 사실 애매하다”며 “조 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산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런 점에서 볼 때 그의 진술은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전했다. 조 씨가 단순히 돈 문제 때문에 김 여인을 해쳤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조 씨는 자신의 공범일 수도 있는 김 여인을 대체 왜 죽인 것일까. 향후 경찰의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윤지환 프리랜서 tangohun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