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여자일 가능성도…
흔히 프로파일러들은 “누구나 범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수사에 앞서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권 경위도 “범행수법과 현장에 남겨진 증거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것이 수사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친다”며 “특히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당연하다고 확신했던 것이 사실과 다른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고정관념’이 수사에 의외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사건의 독특한 점은 유류품을 흩어놓은 것과 사체에 매니큐어를 발랐다는 점이다.
매니큐어를 바른 것에 대해 상당수 범죄분석가들은 범인이 변태성욕자나 정신병자, 성폭행 전력이 있는 남성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거꾸로 범인이 범행 후 아무 생각없이 저지른 행동일 수도 있다. 프로파일러들은 매니큐어를 바른 행위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범인을 반드시 남성으로 확정짓고 추리를 전개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프로파일러 중에는 당시 사체에 옷은 벗겨져 있었으나 성폭행 흔적이 없다는 점,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던 점 등으로 보아 범인이 의외로 여성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엄 양이 범인의 차에 선뜻 올라탔다는 가정하에서 보면 낯선 남성보다는 안면이 있는 여성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
유류품을 흩어놓은 것에 대해 당시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위한 교란행위로 보는 입장이 많았다. 하지만 프로파일러들은 “의도적으로 보이는 행동이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어떤 행위에 대해 반드시 특정 동기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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