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지난해 4월경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중학생 아들 B 군(13)을 수갑 등으로 결박하고 때리는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폭력을 휘둘러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결국 아버지의 구타를 이기지 못한 B 군은 경남 김해의 외가로 피신, 외삼촌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외삼촌은 다시 이를 경찰에 알려 A 씨의 폭력 행각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B 군의 기억에 따르면 아버지 A 씨는 B 군의 나이 4~5세 때부터 폭력을 휘둘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사소한 손찌검은 물론 병원신세를 져야 할 정도로 심하게 맞은 적도 많았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경찰이 B 군 사건을 접수한 것은 지난 9월 중순경. 당시 B 군의 외삼촌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느냐”며 B 군의 아버지를 상습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B 군이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치료를 받았던 진료기록 등을 확보했다. B 군이 치료받은 항목과 횟수를 살펴보니 타박상에서부터 두개골 골절에 이르기까지 폭행 정도가 심각했을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치료를 한두 차례 받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아버지 A 씨의 행각들이 너무나 엽기적이어서 우리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A 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B 군 등 가족과 한 원룸 주택에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난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외아들인 B 군에 대한 집착이 너무 컸던 탓인지 아버지 A 씨는 어릴 적부터 B 군을 엄격하게 통제하며 키워왔다. 조금이라도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 경우에는 어김없이 혹독한 체벌이나 무서운 폭력이 뒤따랐다.
B 군은 경찰에서 “아버지가 손찌검뿐 아니라 몽둥이로 사정없이 두들겨 패곤 했다”며 “주로 학교생활이나 생활습관 그리고 성적 등의 문제로 폭력을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아버지가 너무도 엄하고 성격이 거칠었기 때문에 B 군의 어머니 역시 폭력 앞에서 아들을 지켜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B 군 주변 사람들의 진술에 따르면 아버지가 가부장적인 성향이 짙었기 때문에 어머니도 아버지의 자식 폭행을 막기 힘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버지의 폭행과 삼엄한 통제 아래서도 B 군은 꿋꿋하게 버텨왔으나 성장해감에 따라 점점 집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학교가 끝나고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다시 가야 하는 현실이 끔찍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에 B 군은 지난해 4월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학교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 등을 핑계로 저녁까지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다가 집에 늦게 들어갔다. 하교시간이 계속해서 늦어지자 B 군을 의심한 아버지는 아들을 추궁했고 결국 거짓말은 탄로 나고 말았다.
분노한 아버지 A 씨는 이때부터 체벌 수준이 아닌 끔찍한 폭행으로 B 군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속이고 실망시켰다는 ‘죄명’으로 B 군은 죄인 취급을 받아야 했다.
A 씨는 B 군이 사소한 잘못을 저질러도 손찌검을 했으며 학업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차마 눈뜨고 못 볼 정도로 끔찍한 폭력을 휘둘렀다. 손과 발로 때리는 것은 그나마 ‘자비로운’ 편이었다. 때때로 몽둥이 등과 같은 둔기로 B 군을 때려 온몸을 비롯해 눈두덩이에 피멍이 들고 뼈가 부러지거나 피부가 찢어지는 등 심각한 부상을 당하기 일쑤였다.
아버지 A 씨 스스로도 폭력에 점점 ‘중독’됐던 것일까. 폭행이 거듭될수록 A 씨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점점 무감각해졌고 오히려 더욱 잔인한 체벌방법을 연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버지 A 씨는 B 군에게 사용할 목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수갑을 주문하는가 하면 B 군을 결박할 목적으로 청색 테이프와 밧줄 등을 구해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B 군의 아버지는 실제로 이것을 사용해 B 군을 묶어 놓고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하지만 둔기를 사용한 폭행에 대해서는 B 군과 아버지 A 씨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B 군은 묶인 채 둔기로 맞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A 씨는 둔기가 아니라 노인들이 등 긁을 때 사용하는 ‘효자손’으로 때렸을 뿐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아버지 A 씨의 엽기적인 폭력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어느 날 커터(칼)를 던지며 ‘이것으로 스스로 배를 그어 그 상처에서 나오는 피로 혈서를 써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에 B 군이 주저하자 이번에도 역시 폭력을 휘두르며 위협을 가했다고 한다. B 군은 공포에 떨며 어쩔 수 없이 그 칼로 배를 긋고 상처에서 나오는 피로 ‘순종하겠다’는 내용의 혈서를 썼다는 것. 섬뜩한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을 아버지가 자식을 통해 실행에 옮긴 것이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사실은 이처럼 참혹한 폭행을 견뎌오던 B 군이지만 학업성적은 언제나 전교 1, 2등을 다툴 정도로 우수했다는 점이다.
B 군을 조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듣기로 B 군의 아이큐가 135에 이른다고 했다. 실제로 B 군과 이야기해보니 매우 총명한 아이였다”며 “B 군의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도 B 군에 대해 영재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B 군은 아버지의 행각에 대해 진술을 하면서도 6하 원칙에 따른 모든 사항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심지어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았던 어느 날은 날씨가 어땠다는 점까지 기억하고 있었다”고 놀라워했다. B 군이 지난 9월 아버지의 폭행을 피해 혼자 찾아간 김해의 외할머니집 역시 어린 시절 딱 한 번 가본 곳이라고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장과정에서 심한 폭력에 노출된 B 군이 향후 심각한 후유증을 겪지나 않을까 걱정된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B 군은 사건 이후 한동안 사회복지시설인 쉼터에서 생활하다 얼마 전부터는 다른 보호처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버지 A 씨는 결국 경찰에서 대부분의 혐의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면서 “아들이 미워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며 “거짓말하고 학업에 소홀한 모습을 보여서 나쁜 점을 고치기 위해 체벌을 한다는 것이 정도가 심했던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폭력을 불렀고 그 폭력은 결국 아버지 A 씨의 인생마저 얼룩지게 만들고 말았다.
윤지환 프리랜서 tangohun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