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경위는 “취조 과정에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사용해봤지만 피의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은 물리적인 강압이 아니라 사랑과 기도였다”며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범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교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던 범죄자가 진심 앞에서 의외로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을 경험한 뒤부터 자신이 수갑을 채운 사람들에게 성경을 쥐어주며 교화에 앞장서고 있다. 실제로 그는 세상에 대한 증오와 원한에 불타던 범죄자들이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는 자필 서신을 보내올 때는 더없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안 경위의 사무실 한쪽 캐비닛에는 재소자들이 보내온 편지와 그들에게 보내줄 성격책이 가득 쌓여 있다.
지난해 6월 자신의 아이 두 명을 죽인 뒤 1년 넘게 시신을 유기해오다 체포됐던 20대 부부 역시 안 경위와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다. 부부 중 살인방조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됐던 아내 박 아무개 씨(24)는 최근 출소한 직후 안 경위를 제일 먼저 찾아왔다고 한다. 안 경위는 “오갈 데가 없다”는 그녀를 데리고 옷을 사주고 당장 생활할 공간을 마련해줬다고 한다.
“솔직히 인간 같지 않았죠. 정말 사람으로 안 보였어요. 자기 새끼 죽이고 미라가 되도록 1년 넘게 방치해왔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상종도 하기 싫었죠. 하지만 그냥 놔두면 인간 꼴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 철없는 부부를 위해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그랬더니 초기의 그 뻔뻔스러움은 온데간데없고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더라고요.”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