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나이에 아카데미 특별상을 수상한 셜리 템플. 그 이름을 딴 소다는 원조 논란도 극심했다. 정작 당사자는 그 “달짝지근하고 차가운” 맛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또 하나의 강력한 설은 베벌리힐스에 있는 ‘체이슨’이라는 레스토랑의 바텐더가 어린 템플을 위해 만들었다는 것. 한편 로열 하와이안 호텔은 템플이 숙박했을 때 세계 최고의 아역 스타를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 시작이 무엇이었든 간에 ‘셜리 템플 소다’는 모크테일(mocktail), 즉 ‘무알콜 청량 음료’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후 상품화되어 출시되기도 했다. 레시피는 매우 다양한데, 레몬-라임 소다에 다양한 오렌지 주스나 진저 에일 등을 섞는 것이 기본이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소다 3온스에 진저 에일 3온스, 한 티스푼 정도의 석류즙을 넣고 얼음과 함께 칵테일 셰이커에서 흔든 후 체리로 장식한다. 전통적으로 길쭉한 컵에 담는다.
로이 로저스와 칵테일. 프랑스산 리큐어 ‘쿠앵트로’의 모델이었던 디타 본 티즈.
‘셜리 템플 소다’와 함께 미국의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모크테일은 ‘로이 로저스’다. 가수이자 카우보이 전문 배우였으며 1930~40년대 최고의 서부극 스타이자 1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던 로이 로저스. 그의 이름을 딴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있을 정도로 미국 문화사에서 아이콘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인데, 로이 로저스도 그가 지닌 가족적인 정서를 잘 반영하듯 알코올 없는 음료다. 만드는 법은 매우 간단하다. 콜라 1/2캔에 서너 개의 얼음 큐빅 그리고 소량의 석류 시럽을 섞어 흔든 후 체리로 장식하면 끝이다.
여러 할리우드 고전 스타들이 칵테일에 이름을 빌려 주었는데,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모여 조직했던 스튜디오인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의 멤버들인 메리 픽포드와 더글러스 페어뱅크스 부부, 그리고 채플린은 모두 자신의 칵테일을 가지고 있었다. 1920년대 세 명이 쿠바의 어느 호텔에 묵었는데, 이때 바텐더가 만든 것이 바로 메리 픽포드 칵테일. 화이트 럼 2온스, 파인애플 주스 2온스, 석류즙 약간을 섞은 후 체리로 장식한다. 페어뱅크스의 칵테일은 마티니의 변형인데, 플리머스 진 2온스와 프렌치 베르무트(포도주에 향료를 넣어 우린 술) 1온스를 섞은 후 오렌지와 레몬 껍질로 장식한다. 채플린 칵테일은 그가 단골로 드나들었던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의 바에서 탄생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채플린이 그것을 즐겼는지는 미지수. 살구 브랜디 1온스, 슬로 진 1온스, 라임 주스 1온스를 섞은 후 라임 껍질로 장식한다.
여배우 이름을 붙인 칵테일은 스타와의 이미지 일치율도 높다. 사진은 진저 로저스, 진 할로우, 마를렌느 디트리히와 그 이름을 빌린 칵테일들.
‘캣우먼’ 캐릭터에 영감을 주었고 ‘플래티넘 블론드’로 유명했으며 공황기의 섹시 스타로 이름을 날렸지만 2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진 할로우. 그녀의 칵테일은 화이트 럼 2온스와 스위트 베르무트 2온스를 섞은 후 레몬 껍질로 장식한다. 프레드 아스테어와 커플을 이뤄 1930년대 할리우드 뮤지컬에서 아름다운 댄스를 선보였던 진저 로저스의 칵테일은 마티니의 달콤한 변형. 드라이 진 1온스, 드라이 베르무트 1온스, 살구 브랜디 1온스를 섞은 후 소량의 오렌지 주스를 첨가한다. 중성적 매력으로 어필했던 마를렌느 디트리히의 이름도 칵테일 사전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그녀의 강렬한 이미지처럼 달콤쌉싸름하다. 3온스의 캐나디안 위스키에 0.5온스의 오렌지 큐라소를 섞은 후 쓴 맛을 내는 앙고스투라 비터즈를 약간 넣고 오렌지와 레몬 껍질로 장식한다.
때론 홍보 목적으로 스타의 이름이 사용된 경우도 있다. 프랑스산 리큐어인 쿠앵트로로 만드는 ‘쿠앵트로 티즈’(The Cointreau Teese)가 대표적. 벌레스크 쇼의 인기를 부활시켰으며 한때 마릴린 맨슨의 아내였고, 크리스천 디오르나 장 폴 고티에 같은 유명 디자이너의 런웨이에 섰던 모델이기도 했던 디타 본 티즈는 2년 동안 쿠앵트로의 모델이었는데, 커다란 마티니 잔 속에서 섹시한 쇼를 선보이는 그녀의 무대를 연상하면 티즈의 이름이 칵테일과 만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인다. 쿠앵트로 1.5온스, 모닌 바이올렛 시럽 1온스, 레몬 주스 0.75 온스, 사과 주스 0.5온스를 섞은 후 작은 꽃으로 완성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흥미로운 ‘칵테일 셀러브리티’는 영국의 전설적인 뮤지션이자 마성의 배우인 데이비드 보위. 그의 이름은 총 여섯 파트를 이룬 일종의 칵테일 컬렉션으로 만들어졌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