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에 경찰에 투신한 이종길 형사(40·경사)는 그간 무수히 많은 사건들을 담당했지만 이 사건의 수사과정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1년 동안 사건의 실마리를 잡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녔던 탓도 있지만 아무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피의자를 특징짓기까지 무수한 고비를 넘겨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형사는 수사는 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결코 작은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단계적으로 하나하나 진행시킨 수사들이 결과적으로 톱니바퀴처럼 들어맞았어요. 060접속자를 추적해서 이정수를 조사한 것, 실종 당일 누군가 상계동에서 공중전화를 걸었고 그 지역이 유력한 용의자로 예의주시하고 있던 장필모의 친구 서민식이 살던 동네라는 점을 파악한 것, 은행콜센터 녹취록을 입수한 것이 모두 결정적인 단초가 되었습니다. 특히 공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서민식을 조사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습니다. 수감 중인 서민식을 상대로 접견조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녹취록을 들었을 때 서민식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없었겠죠.”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